
돈 주앙이라면 카사노바와 더불어 대표적인 서양의 호색한이다. 그가 잃어버린 일기에는 얼마나 어마어마한 스캔들이 들어 있을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중고등학교 때 몰래 친구들끼리 돌려 읽던 수준의 이야기라면 이나이에 남세스러울 수 있지만 설마 그 수준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과 뭔가 한칼(?) 가지고 있을거야라며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책장을 펼쳤다.
16세기 신대륙무역의 기지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황금의 도시 세비야를 배경으로 돈 주앙 생애의 마지막 기간들을 소개한 이책에는 볼거리가 많다. 스페인이 신대륙무역을 통해 황금이 넘쳐나는 동안에도 도시의 빈민굴에서 선술집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인물들, 종교재판소의 서슬이 사람들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속에서도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군상들, 세비야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아직까지 전해내려오는 선주간의 가장행렬과 투우 등 직접 본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소재와 이야기들을 엮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돈 주앙과 아나 그리고 페드로 후작의 애증은 평이하다 못해 진부한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여인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며 한명의 여자에게 얽메이지 않겠다던 천하의 호색한이며 난봉꾼이 순박하고 청초한 한 처녀에게 한눈에 반해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지만 그의 연적과의 관계 속에서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는 류의 스토리는 예전에 <발몽>이나 <스캔들> 같은 영화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내용이다. 수도원의 순진한 심부름꾼 주앙이 도둑에 첩자에 난봉꾼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도 그리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단순한 성적 호기심을 타겟으로한 이야기보다는 돈 주앙의 행위들을 시대적 상황과 아름다운 로맨스로 포장하려한 작가의 노력은 긍정적이다. 다만 돈 주앙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이고 길인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