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의 유명한 스님을 들라면 성철스님이나 법정스님을 꼽는다. 내가 불교신자도 아니고 불교의 교리나 수행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없다. 기껏해야 김성동의 <만다라>나 장선우의 영화 <화엄경> 등을 통해 아니면 오래전 고승들의 전기를 통해 자기자신을 깨뜨리고 세상의 기준도 훌훌 털어버린 전설같은 얘기들을 듣곤 하지만 그게 득도한 고승의 행동인지 혹세무민하는 파계승의 작태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최근에 읽었던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를 통해 보면 조선시대 이후 억불숭유 정책과 일제하 일본불교의 유입 등으로 국내 불교의 맥이 굉장히 약해졌었지만 훌륭한 선사들의 노력으로 禪을 바탕으로 한 한국불교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이책에서 소개한 33분의 선사들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의 구도의 노력이 1500여년 한국불교의 명맥을 잃지않고 이어오게 한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구한말 이래 훌륭한 선승들이지만 불교 전문지나 교계에서조차 잊고 있는 인물들을 찾아나섰고 그랬기 때문에 책의 제목도 <은둔>이라고 붙였다. 하지만 소개된 선승들의 행적을 보면 그들은 결코 세상을 떠나 숨어 사는 은둔자들이 아니었다. 수행을 위해 홀로 떨어진 암자나 토굴에서 용맹정진 수련을 했지만 깨달음을 얻은 후 산사에서 시장바닥에서 감옥에서 그들이 깨우친 것들을 행동으로 생활로 표현해 내었다. 승복을 입고 벗고, 산사에 머무르고 말고, 술을 마시고 말고를 떠나 모든 것으로 부터 자유롭게 훌훌 털어버리고 세상의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지고 이땅의 선의 명맥을 이어주는데 명예도 권위도 다 버리는 모습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긴데 불교에서 득도함은 결국엔 모든 집착을 벗어던지고 거기서 자유로워짐이라고 했다. 노래 가사처럼 무명, 무실, 무감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깨달음을 실천해 나가는 선사들의 경지가 부러울 따름이다.
다만 짧은 분량에 너무 33분의 내용을 담기엔 그릇이 너무나도 작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