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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이성 - 섹슈얼리티의 역사와 이론
리처드 A. 포스너 지음, 이민아.이은지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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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이란 주제가 아직까지는 쉽게 얘기를 꺼내기 힘든 것 중 하나다. 특히나 지금처럼 동양적이고 보수적인 문화와 서양의 개방적인 문화가 혼재하며 정확한 정체성을 찾기가 힘든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성이란게 하나의 부문과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독단이기 쉽고 또 말하는 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왜곡될 수도 있는 게 요즘이니까.
작가는 성행위 및 성과 관계된 인간의 행위들이 동물과는 달리 이성과 지성이 관계된 일로 간주하고 사회적 규범과 경제적 제한 그리고 법률적 재제 등과 관련지어 어떠한 형태로 표출되는지 를 설명한다. 특히 경제적인 이론들을 도입해 결혼, 매춘, 동성애, 입양 등 성과 가족제도 전반에 대한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고대의 일부다처제 사회나 동성애적 취향 등도 주어진 조건에서 어떠한 것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경제적 판단과 같은 행위로 분석한다.
개인에게 있어서 성이란 주제가 이성보다는 감성에 취우치고 사랑이라는게 경제적 판단과는 전햐 다른 범주에 있는 문제이지만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나 성행위 그리고 성적 취향의 표출이라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사회 경제적 규범과 제약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작가의 이러한 시각은 조금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엥겔스처럼 가족의 기원을 경제적 기원에 두고 가족관계과 성이라는 것을 매개로 이어지는 인간관계를 분석하는게 아니라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성행위만을 전체적인 사회구조에서 떼내어 경제적 법률적으로 분석하는 점이다. 물론 개인적인 성행위의 판단도 경제적 법률적으로 분석하여 가치를 가지지만 역사성이나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외면하고 인종적인 종교적인 구분이 강조된 속에서 잣대를 들이댄 경제적 법률적 시각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순히 효용이나 기회비용의 차원으로 좁혀 상황 속에서 부딪히는 선택의 문제만으로 바라본다면 성행위나 성범죄 등이 가지는 사회적 문제나 이슈 등은 외면하고 개인적인 성취향에 매몰되어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가족과 성이 가지는 긍정적인 관계나,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성적 폭력 문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이 상품화 되고 그속에서 인간성의 존중이나 회복에 관한 고민보다는 선택의 대상으로서의 매춘이나 포르노그라피를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동성애를 편견(?)없이 판단하는 논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과거의 법률적 설명 속에서 다른 범죄들과 동일한 선상에 두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법률이란게 사회적 담론을 선도해 나가기보다는 진행되어 온 주의 주장을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다보니 경제적 방법론을 이용한 신선한 시도였음에도 종교적인 편견이나 인종적인 편견을 느끼게 하는 문장들은 판사인 그의 직업과 미국이라는 그가 속한 사회의 틀에 그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0여년 전 미국의 성윤리나 도덕 등에 관해 벌써 이땅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면과 함께 성적인 면에서도 단기간에 서구화로 치닫고 있는 속에서 작가처럼 나름 하나의 객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분석해 보는 시도가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