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의 대부분의 시리즈가 3편으로 접어들면 단순히 전편의 후광에만 의지해서인지 긴장감이 떨어지고 마는 경우가 잦다. 물론 문학이라는 쟝르가 다르지만 이라부 의사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추리소설류 등을 봤을 땐 훌륭한 캐릭터에 의해 엄청 오랜 새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으니...

큰병원 원장의 외아들이고 신경정신과 의사이지만 진지한 구석이라곤 눈을 씼고 찾아볼 수도 없고 외모도 귀공자풍과는 엄청 거리가 먼 인물. 그를 찾아온 환자들보다 더 환자같은 그이지만 그를 만난 이들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털어버리고 행복을 찾는다.

3편에 다른 점이 있다면 1편인 <인더풀>에서 평범한 이웃들이고 <공중 그네>에선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지는 고민과 문제들을 재미있게 해결해 줬던데 비해 이번엔 엄청난 분들이 그의 환자로 찾아 온다. 그간 그가 명의로 소문난 것 같진 않은데 프로야구단 구단주인 언론사 회장, 잘 나가는 IT 기업의 젊은 총수, 40대에도 미모를 유지한 유명한 여배우. 특별난 환자분들이라 그런지 그들이 겪는 고민들이 배부른 투정은 나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상에 도달한 이들이 느끼는 허무와 외로움, 그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힘든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완장"을 한번 차게 되면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개구리 올챙이적 기억 못하며 성공한 지금에만 촛점을 맞춰 그들과 대립각을 이뤘던 이들의 아픔은 쉽게 넘어간건 아닌가 했다. 거기다 일본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례들을 차용해서 쉽게 갈려고(?)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인 "면장선거"는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다. 작은 섬마을 주민들이 50년 넘게 양분돼 서로를 미워하며 면장이라는 하나의 권력을 두고 다투며 서로를 미워하고 자신이 권력을 잡으면 상대에게 복수도 서슴치 않도록 만드는 와중에 나타난 이라부의 모습은 변한게 없다. 보건소를 찾아오는 시골의 할머니들도 그가 바보란 걸 눈치챌 정도다. 하지만 그 바보짓(?)이 상대를 마음 편하게 해주고 관심과 보살핌을 원하는 어려운 이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리고 더 큰 건 선거의 승리를 위해 돈봉투를 돌리고 폭력도 서슴치 않던 섬사람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공동체 의식을 찾도록 하는 이라부의 모습을 보며 저제 진정한 명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3편이 가진 미덕은 개인적인 어려움과 문제를 넘어 집단이, 사회가 가지는 어려움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치유하는 모습이 아닐까? 물론 그런 치유의 과정이 과장된 모습과 억지스런 설정일 수도 있지만 즐겁게 치유해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레이싱카로 공공도로를 달리면 좀 위험하지. 성능을 조금만 내리면 어떨까?"(P104)

"혼자만 이기면 놀아주는 사람이 있겠어?"(P124)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이라부의 촌철살인같은 말들이 웃음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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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27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괜찮은가 보군요. 저 역시 이번작품까지 좋을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읽기를 망설였는데 말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