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90년대초 눈에 띄는 논객이던 손호철교수가 라틴아메리카를 둘러보고 정치현실을 정리한 책이라고해서 끌렸다.  앞쪽 책날개에 손교수가 쿠바에서 게바라의 사진이 찍힌 티셔츠를 입고 게바라처럼 베레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보니 김수행교수가 번역한 <자본론> 앞부분에 맑스의 묘에서 찍은 김교수의 가족사진이 실렸던게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이젠 그때처럼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민감하지 않고 감도 떨어져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구 정반대편, 우리와는 시차도 엄청나고 계절도 반대이면서도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대륙의 현재를 보고 우리는 어떤지 한번쯤 고민하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오랜 세월 식민지 생활에서 탈피했지만 미국의 원료, 자원의 공급기지 역할로 경제적 정치적 왜곡이 심하고 그러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쿠바나 베네수엘라 등 몇개의 나라를 빼곤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려 오히려 경제적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IMF 이후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동병상련 같은 느낌이 들었다. PT당 정권을 이끈 브라질의 룰라가 미국이나 글로벌 자본의 유치를 위해 우파보다 더욱 보수적인 정책으로 밀어붙이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모습을 보며 최근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은 그나마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언제 정신을 차리면(?)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자원조차 없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브라질의 롤라를 역할 모델로 생각해 왔던 이땅의 진보정당은 앞으로 어떤 입장을 견지할지도 궁금해진다.
복잡한 각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현실에 대한 조금은 암울한 진단 속에서 내눈을 번쩍 띄게 한 것은 거액의 금전적 보상, 기념물 건립, 사체 발굴까지도 거부한 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5월 어머니회>의 모습이었다. 주름진 얼굴에 하얀 스카프를 두른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이땅의 5월이 오버랩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여행기를 겸한 소개였다곤 하지만 손교수의 위치에서 봤을 때 조금은 가벼운 글이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연륜이 묻어나는 통렬한 자기비판과 전망을 기대했었는데 내기대가 컸는지 거기에 미치진 못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