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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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톨레마이오스, 갈릴레이 갈릴레오, 아이작 뉴턴, 존 돌턴, 그레고르 멘델, 로버트 밀리컨.
이들의 공통점은 과학교과서에 그들의 이름을 당당히 세겨놓을 정도의 과학업적을 이룬 훌륭한 과학자들이면서 작가에 의해 '데이터 마사지'로 불리는 부정의 혐의가 있는 과학자들이다. 근래 우리나라에도 황우석교수의 건이나 논문 표절로 인해 교육부총리와 유명 대학의 총장이 자리를 물러난 일을 보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문제이다.
작가들이 <사이언스(Science)>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 게재했던 기사들을 모아 1982년 발간한 책을 근래 우리 연구환경에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역자가 10여년 전 발간됐던 것을 다시 번역해 발표했다.
과학자들의 부정은 왜 발생하고 이것들을 사전에 예방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권력과 명예 부를 가져오는 연구의 부정은 단순히 개인의 부정이 아니라 논문의 질보다 양을 평가하는 외형주의 성과주의, 교수와 학생 심사자와 제출자 간의 권력관계에서 빚어지는 사회적인 권력이나 과학자 사회의 엘리트들이나 권위에 의한 비민주적인 구조에 의해 발생한다고 저자들은 보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 과학계의 검증 방법인 '동료평가 제도', '심사', '재연' 등의 과학자들의 자기 검증제도만이 아닌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작가들이 책을 쓰기 전인 1980년을 전후한 시기에 발생했던 부정들이 대부분 그들에게 권력과 부를 안겨줬던 것에 비춰봤을 때 정직하고 근면한 다른 연구자들의 몫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행동이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될 수도 있지만 위에서 열거했던 훌륭하다고 평가되던 과학자들의 혐의에서도 보여지듯 개인적인 품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면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2의 황우석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로인해 정직한 과학자들의 노고가 그렇지 못한 이들의 권위를 검증하는 모양이 될 수 도 있다.
저자들은 그 해결책으로 엘리트 중심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현재 수많은 저널들을 통해 쓰레기 수준의 논문들이 쏟아져 나와 제대로된 검증을 받을 수 없고 논문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증거하는 인용의 수를 봤을 때 발표논문의 반이 넘는 수가 단 한건의 인용에도 채택되지 못했다는 것을 그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토머스 쿤의 과학관에 근거한 이들의 주장은 엘리트과학자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고 그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더 많은 부정을 낳을 소지가 있다. 고대에서 근대까지의 과학처럼 모든 이들 향유하는 과학에서 부정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체정화하는 기능도 커지지 않을까? 황교수의 사건에서도 처음 단초는 실험실내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나왔지만 논문들을 검증하고 오류를 찾아내는데는 많은 젊은 과학도들의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했었다. 황교수로 대표되는 엘리트들에게 모든 권력이 주어졌을 때 이러한 논문의 결함들이 신속하게 밝혀질 수 있었을까? 20여년 전과는 다른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한 현대사회에 비춰봤을 때 소수만의 과학이 아니라 아마추어 연구자들도 포용하고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학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된다면 이러한 활동을 통한 부정한 과학의 검증은 더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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