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그림은 현대문화의 ‘젖줄’이다. 그의 초월적 상상력은 현대미학의 최대 화두다. 시 소설 음악 영화 무용 등 예술 전(全) 분야에 마그리트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도 드물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끈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숱하게 복제되는 장면은 마그리트의 대표작 ‘겨울비’(신세계백화점 가림막에도 쓰였다)를 패러디했다고 한다. 또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장면 중에는 마그리트의 초현실적 상상력을 첨단기술을 통해 실현한 대목이 많다.

현대 록음악의 창조자인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는 마그리트의 작품 속 ‘사과’를 응용해 ‘애플레코드’사를 설립했고, 롤링스톤즈도 마그리트의 작품을 응용해 레코드판을 디자인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마그리트의 저 유명한 그림 ‘빛의 제국’<사진>은 국내서 최근에만도 3명의 소설가(김영하 김연수 정이현)가 소설로 녹아낸바 있다. 특히 밤과 낮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기이한 분위기의 역작 ‘빛의 제국’은 문학을 하는 작가들을 가장 매료시키는,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 김연수는 그의 단편소설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1954년’과 관련 이렇게 말했다. “처음 그 그림을 봤을 때 나는 화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자꾸 보니 그림 속 지상의 시간은 분명 밤인데 하늘의 시간은 낮이었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두 영역(낮과 밤)이 모인 것이다.

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세계가 재편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후 작가는 술술 소설을 써내려갔다. 김영하도 신작소설 ‘빛의 제국’에서 밤이면서도 낮인 마그리트의 초현실적 빛을 차용했고,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미학 오딧세이’에서 마그리트의 작품과 철학을 자주 인용했다.

심지어 2003, 2004년 연세대 논술고사에서도 마그리트의 작품이 출제돼 암기력에만 의존했던 적지않은 수험생들에게 한방 먹인(?)바 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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