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답을 안다.

검정 연필 선생님 ㅣ 신나는 책읽기 13
김리리 지음, 한상언 그림 / 창비 / 2006년 11월

우리 주변에서 아이들이 흔히들 부딪히는 문제를 어른의 도움과 강요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세편의 이야기다.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만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아이들이 해결하고 극복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물론 초현실적이거나 공상과학적 소품들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거나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슬기로운 아이들의 선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라 보기가 좋았다.

<이불 속에서 크르륵>

심리학에서 남녀가 가지는 컴플렉스의 유형들을 정리하면 꼭 들어가는 게 장남/장녀 컴플렉스다. 한마디로 맏이 컴플렉스. 맏이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기대가 아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오줌으로 이불을 버린 수민이는 그 한가지 실수에도 동생들 보기를 생각해야 하고 동생들이 어질러 놓은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맞아야 한다. 그런 수민이는 우연히 이불 속의 도깨비를 만나 그동안 아빠 엄마 동생에게 당했던 서러움(?)을 풀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맏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기대는 원래 이렇게 따뜻하게 표현이 안되는 문젠지 나도 둘째 종은이에게는 너그러운 편이지만 맏이 지혜한테는 좀더 엄격하고 강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은연 중 표현돼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맏이들은 뭐든지 동생에게 모범이 되고 자신만을 위한 행위나 행동은 억제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이런 힘든 상황이 수민이와 도깨비가 한꺼번에 해결하며 가족간의 사랑을 더욱 정답게 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일러준다.

<검정 연필 선생님>

누구나 어린 시절 이런 상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거다. 마법의 뭔가가 있어서 시험의 답을 가르쳐 주던지 아닌면 내가 쓰는 것들이 답으로 변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커서 돌이켜 보면 한두번의 시험 성적은 별게 아닌데 그땐 왜 그리 시험이 부담되고 한번 못 본 시험의 결과가 무섭던지. 그리고 내가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의 여부보다는 이웃의 누구 친척 중 또래 누구와 꼭 비교를 당하는게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의 바름이에게 그런 도깨비 방망이와도 같은 검정 연필이 주어진다. 검정 연필 선생님께서 주신 잘못된 답은 써지지가 않고 정답만 써지는 검정연필. 그연필로 시험을 치니 아는 문제를 실수할리도 없고 100점 받은 시험지 덕분에 더이상 엄마로부터 시험 성적에 대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검정 연필이 모든 것에 정답만을 알려줄 수 있을까? 학교의 시험문제는 정답을 알려줄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서 부딪히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선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걸 바름이는 안다. 그래서 검정 연필을 부러뜨리고 예전처럼 다섯개 여섯개씩 틀린 성적표를 받고 엄마에게 또 잔소리를 듣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혼자서 풀어나가는 바름이의 당당함이 그 이름만큼이나 당당하고 보기 좋은 모습이다.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

요즘처럼 급변히 변하는 생활 속에서 사랑이 할머니의 남아선호 사상뿐 아니라 어른들간의 세대차나 여러 이유로 인한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힘든 일이 많다. 더군다나 맞벌이 부모를 만나는 경우엔 더 많이 그러한 일들을 만나게 된다. 아들을 원해서 힘든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 할머니에 대한 미움으로 사랑이는 고양이에게 할머니의 기억을 가져가 달라 부탁하지만 그 할머니의 기억 속에 사랑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함께 있었고 그 기억들로 인해 가족의 행복이 유지된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유말고도 참 많은 이유들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갈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간에 고부간에 발생하는 이러한 갈등이 아이들에게 힘든 짐이 된다.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는 방법이 가족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사랑을 조금씩 덜어서 나눠주는 방법이 아닐까? 고양이가 훔쳐간 할머니의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가족들의 기억을 조금씩 모아서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 나가는 모습이 세대차로 인한, 건강의 문제로 인한,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을 가족 서로간의 사랑으로 맞추고 서로를 위로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인다면 지난친 억측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