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용성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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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고전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는 우리가 추리소설하면 꼬리표처럼 떠올리게 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킬만한 소설이다.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10명이 '누군가'에 의해 초대되어 고립된 섬에서 펼쳐지는 살인과 죽음의 반복속에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들간의 긴장감과 심리적 변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능력이 소재나 트릭뿐만아니라 문장력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추리소설에 없어서는 안될 명탐정이라던가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그 섬에 '아무도 없을때'까지 일련의 살인사건들에 대해 어떠한 트릭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10회의 살인사건(엄밀히 따지면 9회의 살인과 1회의 자살)의 모든 비밀은 후에 고해와도 같은 한장의 편지로 밝혀질뿐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을 지어냈다니 역시 그녀의 추리소설 중 단연 으뜸이라 칭할만 하다. 또한 그녀가 내세우지 않은 명탐정의 역할을 독자가 스스로 해봄으로써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10명의 사람들은 성별, 나이, 직업등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유일한 이들의 공통점은 죄로 인정되지 않는 살인용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고립된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그 날부터 인디언노래와 유사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제 11의 주인공이 되어 범인을 추리해 나갔다. 물론 소설밖에 있는 나에게 주어진 것은 증거들은 소설속에서 묘사된 것들이 전부이기때문에 트릭을 파헤치기 보다 범인을 잡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중반부부터 의심이 가기 시작했던 임물이 범인임이 밝혀졌을 때, 묘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의 별의 모두 채우지 못한 점은 번역과 합본(?)때문이다. 이책의 초판인쇄가 1977년이다. 그 후로 여러번의 중판인쇄를 거쳤지만 편집은 거의 되지 않았나보다. 영문을 그대로 옮겨 번역한 듯한 매끄럽지 못한 어투와 오타때문에 극의 흐름에 방해가 크다는 점이 아쉽게 남는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이 책이 고전인 이유로 거의 모든 번역본이 오래전 것이라 다른 출판사의 책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외에 하나의 이야기 '하나, 둘 내 구두 버클을 채우고'가 더 실려 있다.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편집도 아닌데 하나의 이야기를 덧붙여 놓은 책.. 그 이야기가 보너스라기보다 혹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좋은 소설이 제목조차 달리지 못한 체 주된이야기의 그늘에 갇혀 있는 것이 싫다. 

덧붙이는 나의 추리 

처음 이들이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는 사실에서 이 살인 사건들이 원한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죽음의 이유는 살인자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섬에 초대된 10명을 제외하고는 이섬에 아무도 없다는 묘사가 여러차례 나왔으므로, 범인은 이미 죽은자이거나 살아남은 자들 가운데 하나이다. 살아남은 자들이 살해위험의 공포속에 점차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아마 범인은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자. 즉 초중반에 살해된 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모두 살인용의가 있었으나 죄로 인정되지 않거나 혹은 가벼운 형벌만을 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수집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범인은 한명의 좁혀진다. 내가 범인에 대한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뀐 까닭은 10건의 살인용의 중 한 건만이 협의가 완전히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였다. 그 전부터 그가 범인임을 눈치챘지만. 확신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를 도와준(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협력자가 된)의사의 존재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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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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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여름하면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바다, 복날 삼계탕, 으스스한 공포영화, 그리고 추리 소설이 제격이겠지! 이 중에서도 특히나 나에게 꼭맞는 여름나기방법은 바로 추리소설과 함께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리소설과 함께 한다고 해서 꼭 이 무더운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나를 홀리는 문구에 속아 잘못 선택한 추리소설로 인해 오히려 더욱 푹푹찌고 짜증나는 여름철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추리소설들.. 그 중에 옥석을 가려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니까!   

나는 타 장르의 소설에 비해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반은 자의적 이유로 반은 타의적 이유로 그러한데, 자의적 이유에는 개인적 기호에 따른다고 하겠다. 타의적 이유는 추리소설의 공급이 많고, 순환이 빠르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 계속해서 신간이 넘쳐난다는 점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럴 수록 조심해야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옥석 가려내기이다. 이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수고스러움은 아닐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은 이러한  독자들이 수고스러움을 좀 더 명확한 분류를 통해 한결 쉽고도 그 고통을 덜어내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 속 반드시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의 소설 밖 이야기들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와 그들이 이끌어내는 주인공들의 성향, 각각 추리소설를 이루는 트릭에 대한 법칙을 풍자하고, 나아가 독자들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반어법적 소설이다.  

너무나도 익숙한 설정과 너무나도 빈번한 트릭은 추리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새롭고, 놀라우며, 기발하고, 기괴한)를 절감시킨다. 추리소설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자질이 부족한 작가들의 기존의 소재들을 재탕, 잡탕한 마구잡이식 출간에 대해, 그리고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써오면서 항상 그가 고민하고 고뇌했던 부분에 대해 그는 비판과 반성의 결과물로 이 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또한 독자인 나도 그의 일침에 뜨끔했다. 추리소설 속 나의 역할은 주로 방관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추리소설 속 탐정이 되어 추리를 해나가고 범인을 찾아내려고 했던 작품도 물론 있지만. 보통은 주인공인 탐정이 추리해나가는 데로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누가 범인이고 그가 사용한 트릭은 무엇이다! 라고 밝혀주기만을 급급했을뿐, 왜 그 사람이 범인이고, 그가 왜 그런 트릭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탐정의 입장에서 해석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추리소설에 열정을 다하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독자로서의 역할을 최대한 해 볼 생각이다. 이 책으로 인해  나의 탐정으로서의 나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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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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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나에게 있어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간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라는 책과 비슷한 결론을 안겨준 일본소설이다. 처음 이 책을 구입하고 내손에 안기기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감은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이름이 왠지 마음에 들었고, 요시모토 나라가 그린 삽화가 더욱 나의 마음을 잡아당겼기에 생겨난 마음이였다. 실상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책 내용에 대한 정보는 제쳐둔 체 말이다.
이 책은.. 뭐랄까? 어떠한 클라이맥스도 대단원도 없다. 그냥 물이 흘러가는 듯한. 아니 물은 이 책보다 농도(?)가 짙다.. 그래! 그냥 구름이 흘러가는 것만 같다고나 할까? 어떤 굴곡도 오르내림도 없는 이야기같다. 뭔가 놀란만한 것이 없다라는 것이 그녀 소설의 매력이라면.. 난 이런 밍밍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조미료에 익숙해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소설의 구석구석, 요소요소마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가르침이 좋은 글귀로 내 머릿속에 기억되기도 하지만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난 후 내 마음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인 것만 같다.
왜 제목을 아르헨티나 할머니로 지었을까? 왜 하필 그 할머니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여야만 했을까? 스페인 할머니, 오스트리아 할머니, 브라질 할머니.. 어떤 나라를 갖다 붙여도 별로상관없을 것만 같은데..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제목으로 삼은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이유가 몹시도 궁금하기만 하다.

덧붙여, 시간이 지난 후 내가 이 책을 다시 펼치면 난 그녀와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을까?
그때엔 그녀가 내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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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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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본적인 스토리는 1권보다 2권이 더 마음에 든다. 기발한 그의 상상력은 1권에서나 2권에서나 모두 만발하고 있지만.. 2권의 스토리들이 좀 더 믿음이란 환상을 심어준다고나 할까? 또한 작가가 겪어 왔던 과거의 모습들이 반영된 이야기들로 베르나르의 작품을 넘어 작가 자체에 대한 호기심(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이야기들을 지어낼 수 있는 거지?)을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파라다이스는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습관이란 것은 참으로 무섭다. 길들여진다는 것도.. 그의 책은 이미 나에게 최고의 맛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충분한 포만감이 들 정도로.. 그런 후에 그전 것 보다는 좀 못하지만 역시 최고인 음식을 준다 한들 그것이 목구멍을 넘어갈 수 있을까? 

1권을 다 읽고 나서 든 아쉽다라는 생각이 2권을 마칠 때쯤에는 약간의 지루함과 실망감으로 바뀌었을때 이미 내가 배가 부른 상태였을음 깨닫게 되었다. 이 두 권속 이야기들을 읽으면 난 항상 3자였다. 그냥 저 먼 곳 하늘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이 전의 그의 작품속에서 나나 항상 주인공을 존재했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도 책 속에 확 빨려들어가는 느낌...그니까 날이 밝도록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끌어들임이 그의 타 작품에 비해 훨씬 훨씬 덜했기 때문이겠지... 이번에도 역시 그는 내게 “이보게 친구 발상의 전환으로 좀 해봐!”하고 외쳤지만, 그의 외침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음.. 기발하지만 뭔가 그 전처럼 마음에 와 닿질 않아...”이다. 하지만.. 베르나르씨에게 완전 실망하긴 이르다. 분명 그의 다음 작품은 나를 완전 깜짝 놀래키고 빠져들게 할 만한 능력, 그의  주인공이 마치 나의 아바타처럼 느껴질만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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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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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전철 안.. 오늘도 어김없이 하산과 아미르를 만나기 위해 책을 펼쳤다. 내릴 역이 지나친 줄도 모른 체, 두 사람의 길고 진한 인연의 강물 속에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전철에서 내린다. 반대편 플랫폼으로 걸어오면서 이 두 사람의 인연을 지속시킬 열쇠를 쥐고 있는 아미르에게 외친다.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하산으로부터 시작되어 소랍으로 연결된 연줄을 조금만 더 힘주어 잡고 있으라고! 타인에 의해 끊어져 잡을 수 없는 허공으로 떠나보내지 말아달라! 고 말이다.

아미르는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자신의 태어남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지불한 아이. 그 원죄 때문에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던 정적인 아이.. 하산 역시 자신의 태어남으로 어머니를 잃었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용기있던 아이였다. 같은 유모의 젖을 물고 자란 아이들은 그들 자신도 모르는 인연의 줄에 엉킨 체 어린시절을 보낸다. 아미르에 의해 하산이 떠나던 날 그들의 연줄이 끊어져 버리고 난 후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연속에 놓여져 있다. 바바와 함께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고 난 26년 후 아미르는 자신에 의해 끊어져 날아간 연을 쫓기 위해 여전히 전쟁 중인 고향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자신이 끊은 연에 다시 연줄을 잇기 위하여...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은 부나 명예가 아닌 바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친구일 것이다. 물론 철없는 어린 시절에는 그러한 사람이 곁에 있어도 그의 가치를 충분히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그가 나보다 못산다는 이유로, 나보다 못배웠다는 이유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거나 혹은 그럼에도 그가 나보다 용감하다는 이유로, 정의롭다는 이유로, 머리가 좋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할 수도 있다. 정작 자신이 가진 99가지의 보물보다 그가 가진 단 1가지의 보물을 빼앗기 위해서 양심에 위배되는 짓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도 있다. 자신이 가진 99가지의 보물 중 가장 큰 보물이 바로 그임을 모른 체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인연의 연줄을 다시 잇기 위해 연을 쫒는 아미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하산과 아미르의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과 골목길을 누비는 두 소년은 뒷모습이 아른거렸던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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