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야흐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여름하면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바다, 복날 삼계탕, 으스스한 공포영화, 그리고 추리 소설이 제격이겠지! 이 중에서도 특히나 나에게 꼭맞는 여름나기방법은 바로 추리소설과 함께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리소설과 함께 한다고 해서 꼭 이 무더운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나를 홀리는 문구에 속아 잘못 선택한 추리소설로 인해 오히려 더욱 푹푹찌고 짜증나는 여름철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추리소설들.. 그 중에 옥석을 가려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니까!   

나는 타 장르의 소설에 비해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반은 자의적 이유로 반은 타의적 이유로 그러한데, 자의적 이유에는 개인적 기호에 따른다고 하겠다. 타의적 이유는 추리소설의 공급이 많고, 순환이 빠르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 계속해서 신간이 넘쳐난다는 점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럴 수록 조심해야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옥석 가려내기이다. 이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수고스러움은 아닐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은 이러한  독자들이 수고스러움을 좀 더 명확한 분류를 통해 한결 쉽고도 그 고통을 덜어내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 속 반드시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의 소설 밖 이야기들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와 그들이 이끌어내는 주인공들의 성향, 각각 추리소설를 이루는 트릭에 대한 법칙을 풍자하고, 나아가 독자들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반어법적 소설이다.  

너무나도 익숙한 설정과 너무나도 빈번한 트릭은 추리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새롭고, 놀라우며, 기발하고, 기괴한)를 절감시킨다. 추리소설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자질이 부족한 작가들의 기존의 소재들을 재탕, 잡탕한 마구잡이식 출간에 대해, 그리고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써오면서 항상 그가 고민하고 고뇌했던 부분에 대해 그는 비판과 반성의 결과물로 이 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또한 독자인 나도 그의 일침에 뜨끔했다. 추리소설 속 나의 역할은 주로 방관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추리소설 속 탐정이 되어 추리를 해나가고 범인을 찾아내려고 했던 작품도 물론 있지만. 보통은 주인공인 탐정이 추리해나가는 데로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누가 범인이고 그가 사용한 트릭은 무엇이다! 라고 밝혀주기만을 급급했을뿐, 왜 그 사람이 범인이고, 그가 왜 그런 트릭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탐정의 입장에서 해석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추리소설에 열정을 다하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독자로서의 역할을 최대한 해 볼 생각이다. 이 책으로 인해  나의 탐정으로서의 나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게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