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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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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나 그렇든 이라부는 사람을 참으로 편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정신과는 가본 적이 없지만)항상 병원이라는 곳은 '아파죽겠다'라는 몸상태가 되서야 발길이 떨어지는.. 서둘러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폴폴 풍겨오는 소독약 냄새와 유머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딱딱한 의사... 환자의 병명을 가지고 한껏 유식한 척 떠들어 대는 권위주의.. 

왜이래! 나 의대나온 남자야!(혹은 여자야!)   

최근 유명한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사건이 일어나면서 우울증이라는 병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되었다. 우울증.. 누구나 걸리기 쉬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병..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 본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정신과라는 말을 미쳤다라는 말과 다이렉트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정신과는 소위 정신이상자들의 집합소는 아니다.외국영화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그곳과는 참으로 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막상 '난 정신과의 의미를 카운슬링에 두겠어!' 하고 마음을 먹고 방문했는데 정말 모범답안만을 뻔하게 제시해준다면 그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약물치료가 소용없는 경우 과연 어떤 치료가 환자의 우울증이라든가 강박관념, 심신증등의 병을 낫게 해 줄 수가 있을까? 

이에 이라부는 좀 다른 차원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환자로 하여금 '이렇게 하면 낫게 될 것이다'라는 서술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각종 무기들로 (예를들어 순수함, 어린아이다움..혹은 더러움?ㅎ)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병에 마음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강박관념, 심신증등과 같은 병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병이 사람의 이성을 지배할 때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이라부는 환자 스스로가 이러한 병을 직접 다스릴 수 있도록 몸소 깨우치게 해준다. 이러한 일년의 치료과정이 비교적 평범한 우리에게는 다소 우습고, 매우 괴상하면서 엽기적인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왠지 나에게도 있을 법한.. 아니 무의식중에 표출되는 나의 집착적인 행동(가스불을 재차 확인한다든가.. 문이 잘 잠겼나 몇번이나 의심한다던가 하는..)들 또한 이라부의 치료법을 간접경험함으로써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나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라부는 괴짜인 명의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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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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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 남자가 쓴 여자의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이 가겠어?'

편의점 한 켠에 마련 된 도서대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한 새빨간색에 이끌려 뒷표지를 한번 쓰윽 읽어보고 한 말이였다. 그리고 나서 잊고 있던 책인데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책을 읽고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접할 기회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여자라면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래? 공감이 간다는 말이지? 그럼 나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정말 끝내주게 스펙터클 한 책도 마음에 들지만 가끔은 오쿠다 히데오 책처럼 물 흐르듯 펼쳐진 결말속에서 소소한 뭔가를 끄집어 내는 것도 좋을 테니...

총 5편의 단편..  모두 30대 중반의 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그녀들의 생각과 삶을 솔직하고 군더더기 없이 써내려갔다. 그 중 4편은 노처녀들의 이야기고, 한편은 자식을 둔 이혼녀의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결론은 역시나 여자의 최고의 라이벌은 여자이며, 또한 그들을 이해하는 것도(동정이 아닌) 결국은 여자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남자의 입에서 재차 확인시켜주니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라든가! 역시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군! 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남자들은 극히 일부만이 피터팬 증후군을 앓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니 거의 모든 여자들인 다 이러한 증후군속에 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안정된 생활을 원하지만 항상 이십대의 푸릇함속에 머물러 있길 바라고 또한 주변사람들 또한 자신을 젊고 생기있게 봐주길 바란다. 소위 말해 남자들이 말하는 ‘저 여자 나잇값 못한다’는 편견을 ‘아직 젊게 산다’로 고쳐 놓고 싶은 거다.

나 또한 십대에는 삽십대의 나의 안정된 모습을 열망했지만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젊음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으로 가득차고 있다. 물론 젊고 안정된 생활을 모두 다 가지면야 좋겠지만 시간은 항상 앞으로만 흘러가기 마련이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는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아직은 젊은 브랜드의 옷이 어울리네 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도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때 느끼는 감정이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재연된다. 여자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 그리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과 포기해야만 하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 슬프다.

하지만 걸을 포기하더라도 상심을 말자! 걸의 푸릇함도 좋지만 우먼이라는 연륜이!! 그리고 해가 거듭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 불확실한 미래라 할지라도 한발 더 앞서 다가갈 수 있도록 강한 나를 만들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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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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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함은 무섭다라는 정의보다는 섬뜩하다는 느낌이 더 잘 맞아 떨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내 손가락 열개의 손톱이 제자리에 붙어있나 중간중간 확인해봐야했다. 책을 덮지 못하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간 것은 이 책이 나를 완전히 빨아들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잠들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창문을 열어 해가 완전히 떠있는 걸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어둠속에서 잠들기가 무서웠다. 라만고.. 내 손톱을 뜯어먹으러 올지도 모를 불청객...

유독 나이 드신 분들은 당부하신다. 손톱이나 머리카락에는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으니 밤에는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빗지 말라고. 낮일지라도 깎은 손톱이나 빠진 머리카락들을 잘 모아서 종이에 싸서 버리라고.. 그런데 이런 관습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손톱에 영혼이 깃들어있어 있어서 손톱을 적에게 빼앗겨 감염주술을 당할까봐 왕족의 손톱을 먹는 직책까지 두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묘하게 닮아 있는 두 전설이 왠지 더 라만고가 실존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니다. 어쩌면 라만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제 3의 무엇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추악한 면을 잊지 않게 해주는 또 다른 나로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행한 선행은 여러 날을 곱씹으며 기억하려 하지만 자신이 저질렀던 추악한 행위에 대해서는 합리화 시키고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악하면 악할수록 마치 없었던 일인 양 기억에서 내쫓아 버린다. 하지만 사실은! 진실은! 이미 어긋난 인생은! 잊는다고 지워지지 않고, 버린다고 되돌려지지도 않는다. 양심이라는 것에 의해 내 잘못은 두고두고 벌을 받지만 내 추악함을 잊고 양심마저 저버린 순간 라만고는 잊었던 나의 죄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손톱을 잃는 고통보다 잠들지 못하는 고통보다 더 잔혹한 진실을...

홍지인과 그의 주변사람-함께 네일아트를 운영하는 친구와 그녀의 동거남-그리고 전혀 그녀가 알지 못하는 또는 그녀를 알지 못하는 10명의 사람들은 제각각 시간차를 두고 라만고의 습격을 받는다. 매일매일 뽑혀져 나가는 손톱과 점점 격정으로 치닫는 공포와 의심.. 그런 공포의 악몽속에 자신을 떨쳐버린 원인을 찾고자 홍지인은 동분서주 하지만 결국 알아낸 진실은... 스스로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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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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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이보다 더 잔혹한 전쟁 한가운데서 이루어졌을지 모른다.

집현전 학사들의 의문의 죽음과 그 죽음속에 항상 자리한 미스터리를 풀기위해 이리저리 날뛰는 겸사복 강채윤... 척박한 땅에서 오랑캐에 의해 가족을 잃고 북변의 전쟁터에서 죽기위해 싸웠던 그를 한양으로 보낸 이유에는 그의 고집스런 성격과 배움에 대한 설러움 그리고 진실을 위하여 내딛는 배포 때문이리라. 한발한발 학사들의 살인의 뒷배경을 뽑아낼수록 점점 더 거대한 무언가가 끄집어짐을 알면서도, 자신의 목숨 또한 온전치 못 할 것임을 알면서도 채윤은 멈출 수가 없다. 마침내 채윤이 밝혀낸 사건의 전말은 단순히 범죄 스릴러의 사건 해결에서 느껴지는 통쾌함 보다는 가슴을 묵직하게 만드는 숭고함이였다.

오랜시간 중국이라는 거대국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국민의 피와 살로 만든 조공을 바쳐야만 하며, 우리와는 맞지 않는 그들의 기기를 쓰고 높은 양반들에게만 허락되었던 그들의 글로 나날이 무지해 가는 만백성을 세종은 피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 했다. 어떻게 보면 중국보다 더 중화되어진 권문세력과 그들의 압력속에 자신의 뜻하나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한 그의 심정에 눈물이 난다.

항상 한글하면 우리민족 고유의 글자니 과학적인 글자니 하며 남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베껴가며 겉치레하듯 자랑할 줄만 알았지 한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숭고한 노력은 미처 생각치 못했다. 또한 자주적이 국가로서의 조선을 세우고자 조선만의 시계, 조선만의 농사법, 조선만의 역법을 만들어 내 백성이 좀 더 풍요로히 살고자 하는 그 마음에 감사했다.

그와 뜻을 함께 했으되 그것조차 밝히지 못하고 희생되어졌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 그 숭고한 사랑이 험한 태풍에도 굳굳히 버텨주어 지금 내가 내 나랏말을 쓰고 읽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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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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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놀랄 만큼의 스릴러를 지닌 로맨틱 액션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등에 없고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그 말에 너무 혹했던 나머지... 뭔가 인기가 있으니까 이렇게 상당한 분량의 책이 앞으로도 두 권이나 출판을 앞둔 시리즈물이겠지 하고 냉큼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것도 한 달 반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휴식기동안 제일 먼저 읽어봐야 할 소설 1순위로 꼽으며..

그런데.. 책을 덮는 순간.. 이건 완전 연애소설일 뿐이잖아.. 다만 뱀파이어와 사람의 사랑이야기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설정이 이 책을 쓰는데 더 쉬운쪽으로 도움이 되었을꺼라는 생각까지도.. 뭐 아직 남아있는 두 권을 읽어보진 않았지만(별로 읽고 싶지도 않다..) 책을 읽는 내내 의무감으로 읽었다고나 할까? 지불의 대가로 말이지..

너무 멋들어진 모델같은 뱀파이어와 자기가 매력적인 줄 전혀 모르는 소녀의 (설정 자체가 연애소설의 기본 스토리다) 엄청 느끼하고 달달하기만 연애소설...

영화에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재현하고 어떠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입맛에 안 맞는 베스트 셀러 연애소설을 다 읽고 나서 새삼 연애소설에 동하지 않는 내가 소녀적 감성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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