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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 남자가 쓴 여자의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이 가겠어?'
편의점 한 켠에 마련 된 도서대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한 새빨간색에 이끌려 뒷표지를 한번 쓰윽 읽어보고 한 말이였다. 그리고 나서 잊고 있던 책인데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책을 읽고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접할 기회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여자라면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래? 공감이 간다는 말이지? 그럼 나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정말 끝내주게 스펙터클 한 책도 마음에 들지만 가끔은 오쿠다 히데오 책처럼 물 흐르듯 펼쳐진 결말속에서 소소한 뭔가를 끄집어 내는 것도 좋을 테니...
총 5편의 단편.. 모두 30대 중반의 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그녀들의 생각과 삶을 솔직하고 군더더기 없이 써내려갔다. 그 중 4편은 노처녀들의 이야기고, 한편은 자식을 둔 이혼녀의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결론은 역시나 여자의 최고의 라이벌은 여자이며, 또한 그들을 이해하는 것도(동정이 아닌) 결국은 여자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남자의 입에서 재차 확인시켜주니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라든가! 역시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군! 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남자들은 극히 일부만이 피터팬 증후군을 앓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니 거의 모든 여자들인 다 이러한 증후군속에 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안정된 생활을 원하지만 항상 이십대의 푸릇함속에 머물러 있길 바라고 또한 주변사람들 또한 자신을 젊고 생기있게 봐주길 바란다. 소위 말해 남자들이 말하는 ‘저 여자 나잇값 못한다’는 편견을 ‘아직 젊게 산다’로 고쳐 놓고 싶은 거다.
나 또한 십대에는 삽십대의 나의 안정된 모습을 열망했지만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젊음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으로 가득차고 있다. 물론 젊고 안정된 생활을 모두 다 가지면야 좋겠지만 시간은 항상 앞으로만 흘러가기 마련이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는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아직은 젊은 브랜드의 옷이 어울리네 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도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때 느끼는 감정이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재연된다. 여자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 그리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과 포기해야만 하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 슬프다.
하지만 걸을 포기하더라도 상심을 말자! 걸의 푸릇함도 좋지만 우먼이라는 연륜이!! 그리고 해가 거듭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 불확실한 미래라 할지라도 한발 더 앞서 다가갈 수 있도록 강한 나를 만들어 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