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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반창고를 살짝 소개하였으니 당근 이번엔 소독약편을 기대하고 있었겠지만!   난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닐세 푸하하하하 ㅡㅡ^ 사실 소독약님께서는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8개월 후에 내 인생에 등장을 해주신다.. 고로 소독약님은 나중에 만나뵙기로 하로 우선은 내 고교 1년 나머지 인생을 만나보도록 하자.. 

반창고 녀석에 대해 잠깐 재탕하자면.. 도서관에서의 건성인사로 인해 모르는 척하기엔 뭣하고 친한척 하기엔 더더욱 '이건 아닌데'싶은 그런 사이가 되었다.. 고교 1학년 내내.. 이건 뭐 마주치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살짝 손만 흔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빛과 같은 속도로 제자리로 돌려놓는 사이? 2학년이 사작되고 부터는 슬슬 우리는 각별한(?)사이가 되어 녀석이 나의 반창고로 탈바꿈을 해 주었지만 말이다.. 암튼 그 당시에는 복도에서 마주칠때 기분에 따라 인사를 나눈 사이 정도였다. 한참 서로 탐색전을 하다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이 당연한 이상한 내눈에까지 녀석 또한 평범한 편은 아니였다. 음.. 그니까. 이상한 내가 보는 이상한 그녀석은 얼마나 이상하다는 말인가!!! (말이 되나? 응!) 

점점 나를 의심에 들게 하는 녀석.. 저거저거 완전... 외계인 아냐? 독특한 몸짓, 어눌한 말투,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빛... 지구상에 사는 사람의 그것과는 뭐가 달라도 다른 아우라.. 뭐 보는 사람에 따라 마력? 매력?(독특함에 따르는 흥미?)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실제로 그 녀석을 그런 독특함은 그를 사모하는 여인들이 생기게끔 만들었다) 내눈에는 영원한 연구대상 외계생명체 C4089245정도로 보였다고나 할까? 네 뇌를 꺼내 낱낱히 파헤쳐 보리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아. 본론으로 들어가서 개학을 하고나서부터는 한결 학교생활이 부드러워지고, 화기애애해졌으며, 친한척들이 난무하고, 뒷담화가 공존하고, 누구와 누구는 그 짧은 기간동안 사귀고 깨지고, 애정관계가 얽히고 섥키고. 뭐..새로웠던 고등학교 생활 자체에 길들여져가고 있었다. 비교적 쌀쌀해진 요즘인데 그날은 왠일로 햇살이 좋아 긴 춘추복이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체육시간동안 얼마나 열심히 빨빨거리면 놀았는지.. 뭔 수업을 하긴 했으나 나에게 체육시간은 항상 즐거운 놀이시간이였다. 왜? 난 체육소녀니까 ㅋㅋㅋ. 땀을 내고 나니 왠지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래 이맛이야! 체육시간에는 체육이라는 말답게 땀이 날정도론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땀이 살짝 젖은 체육복이지만 내일 또 체육수업이 있으니 그날 한번 더 입고 빨아야 겠다는 생각에 체육복을 사물함에 처박아 두었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져가 빨아봤자 안마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학기나 지났으니 설마.. 하고 사물함에 둔  나의 그날의 그 선택을 저주한다.. 아.. 체육복.. 체육복이라는 말만해도 왠지 가슴 한켠이 아련하고 쓸쓸해지는 것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두번의 원치않았던 결별.. 오~ 나의 체육복!! 넌 지금 어디에서 주인이 아닌 엄한 언니들의 몸뚱아리를 감싸고 있느냐. 주인을 잃고 방황할 나의 체육복들을 생각하니 목이 다 미어질 지경이구나. 

지난 한 학기동안 난 체육복을 두번이나 구입했고 그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난 애련이에게 체육복을 빌려입는 처지로 전락히였다. 뭐? 너무너무 열심히 운동을 해서 한학기에 두벌이나 아작냈냐구? 아니면 남자아이들처럼 한학기동안 키가 10cm이상 자라서 바꾸었냐고? 그럼 내가 나보다 10cm나 작은 우리엄마한테 아직까지 난쟁이 똥자루라는 소리를 듣고 살겠니?  ㅠ.ㅠ 

참.. 인생을 살다보면 자기것 남의 것 상광없이 다 자기것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자기것이 없어지면 남의 것을 자기것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 무슨 이야긴고 하니.. 우리가 입학학고 나서 이놈의 선배들은 후배들을 사람으로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후배들의 교실이 무슨 미네랄기지라도 되는 양 마음대로 훔쳐가기 일쑤였다. 교과서라든지. 문제집이라든지. 체육..복.. 이라든지. 엉엉. 얼마나 도둑의 귀재들이신지 분신물이 많아지자 1학년 교실 양끝으로 셔터를 제작해서 내려놓기까지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무슨 다크템플러처럼 몰래몰래 슬금슬금 쳐들어와 옵저버 하나 없는 신입생 사물함을 들쑤셔 놓았다. 기술이 아주 프로게이머 뺨치셔들!  

더욱이 교실이 얘들로 넘쳐나고 있는지라 책상놓을 자리도 없어 사물함은 복도로 치워진 상태였으니, 야밤의 사물함은 그대로 노출된 안전빵 미네랄이였고, 나처럼 사물함의 위치가 가장가리.. 그것도 맨 아래쪽인 경우에는 식은죽먹기 수준의 기술력으로 모든걸 한번에 털어가기 좋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두번째 체육복을 잃어버리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첫번째 체육복을 책상고리에 걸어두었다가 잃어버린 나는 사물함에 걸려있는 초초초 두꺼운 사물함 열쇠를 맹신하였다. 잘 걸려있는 사물함 자물쇠를 확인하고 열쇠로 사물함을 열었을때 없어진 물건이 있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아니 이것들이 무슨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열쇠를 따고 다시 걸고 하나? 머리핀 하나로? 아니면 내 사물함 열쇠를 복사라도 했단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무슨 열쇠집 딸래미들만 있어서 만능키라도 있다는 것인가~~~~!어떻게 안에 있던 물건을 훔쳐가고 다시 자물쇠를 달아놓았는가 말이야! 하지만.. 개판이 된 책들을 정리하려고 사물함을 모두 비웠을때 비밀은 밝혀졌다. 왜 내자리가 그 녀언들의 희생물이 되었는지..  

자물쇠를 달아놓은 앞부분은 합판이 두껍고, 진짜 열쇠집 딸래미들이 아닌한 실핀하나로 열쇠를 따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절단을 하자니 절단기면, 소리며.. 보통 거추장스러운 일이 아니겠지.. 그런데.. 사물함 뒷편은 무방비 상태이다. 어찌나 얇은 나무판을 못도 아닌 피스로 박아두었으니, 카터칼 하나만 있어도 뜯을 수 있으 정도였다. 힘들은 우라지게 좋다. 사물함을 밀어서 뒤를 딸 생각을 하다니.. 분면 그 녀언은 상습범일 것이다. 누가 사물함 뒤를 딸 생각이나 하겠는가! 한번 해보니까 이게 아주 쉽거든! 이름이 새겨진 바지 안쪽을 들추지 않는 이상 걸릴 일도 없고! 실로 박아둔 이름이니 제거 하면 그만이겠지. 그건그렇고 어떤 녀언들인지 공부는 드럽게 안하나 보다. 책욕심이 많던 나는 모든 용돈을 문제집을 사는데 투자했었던 내 사물함에는 비교적 고가의 문제집이 꽤 있었는데, 문제집은 하나도 안 건들고 체육복만 낼름 집어갔으니. 체대를 가려나? 

또 체육복을 사자니 용돈이 딸리도, 엄마한테 말하자니.. 아니 말 안하는 게 낫다. 너는 병신이냐? 두번이나 당하게.. 하는 말따윈 듯고 싶지 않아! 그래! 나 충분히 나 병신같다고 자학하고 있어! 더기에 더 덧붙이긴 싫다고! 입도 뻥끗하지 말자. 차라리 다른반에서 빌려입고, 못빌리면 선생님께 몽둥이로 엉덩이 몇 번 맞고 말지!! 그렇게 지나온 한달.. 다행이 애련이네와 체육시간이 달라서 매번 애련이에게 빌려 입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매번 빌려만 입는 것도 미안하니 오늘은 내가 빨아서 주어야 겠다. 애련이네 반은 수요일날 체육이 들었으니, 오늘 빨면 충분히 마르겠지!!  

요로코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대뜸 두송이가 와서 말을 건넨다

"여민야 너 체육복 없지? 내께 쓰리 엑스라지라 크긴큰데.. 고무줄로 밑단 다 줄여서 입을만은 하거든. 너 이거 가질래?"

어랏? 앞으로 체육복입을 날이 창창한데 그걸 왜 나한테 줘?

왜? 왜?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

지난 두벌의 체육복은 대다수 아이들이 구입한 똑똑한 체육복도, 기럭지가 길어보이는 체육복도 아닌 모두 일반 교복점에서 산 싸구려(한벌에 25000을 깍아서 23000원에 준)였다. 그런데 이 두벌의 체육복 값을 합친 값과 맞먹는 똑똑한 녀석들이 즐겨찾는다는 교복계의 브랜드를 녀석은 나에게 준다는 것이다...
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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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보면 난 즐거웠던 기억보다 슬픈기억을 더 많이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론 사랑받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그 어느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고, 함께 어울림이란 웃음을 띤 가면을 쓰고서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뭐랄까 지극히도 외향적이면서 부정적인 성격이라고나 할까? 왠지 어울리지 않는 두 성격의 조합체... 
물론 지금 나의 감정이 슬픈보랏빛이라 나의 과거가 더 탁하고 지친 회색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일년 중 대부분의 날이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많기에 나의 과거가 핑크빛으로 기억되기 어려울테지.


여름방학이 시작될즈음.. 여름방학이라고 해봤자 열흘정도를 제외한 모든 날이 보충학습으로 꽉꽉차있어서 덥다는 것 빼고는 특별히 여름방학이란 생각도 들지 않는 기간이였다. 물론 정규수업보다 일찍 끝나긴 했으니까 약 21간의 토요일, 토요일 토~요~일~~의 연장이라고나 할까?
이놈의 방학일정은 누가 잡았는지 너무 그지같아서 보충학습내내 정말 타죽일것처럼 햇빛을 내리쬐다가 진정한 연휴가 시작되자 태풍녀석이 몰아쳐와 연신 굵은 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래~ 아주 집에서 폭삭폭삭 썩어봐라 이거지?! 쳇!!

 그사이 나는 무슨 바람이 불어 한창 공부에 흥미를 느꼈었는데, 보충학습이 끝나고 난 후에도, 보충수업이 없는 기껏해야 열흘정도의 연휴에도 도서관에 갔더랬다. 뭐.. 공부에 흥미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집보다 친구가 더 안락한 법이기도 하니까.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제일못하는 영어문제집은 멀찌감치 때려치운체, 수학문제집과 과학문제집만 그것도 문제푸는 부분을 펴놓고 연습장 한권을 꽉꽉 불테우리~~하며 열심히 풀어제끼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와 함께 어울렸던 녀석들은 제각기 다른반이라 학교 수업시간에는 서로 각자의 반에 머물러있었지만 도서관에 올 때만큼은 한 테이블에 앉아 각각 공부를 했는데, 우연찮게도 우리 7명 중 도서관을 기피하는 한녀석을 제외하고 6명은 딱 한테이블에 들어 맞았다.


거의 고정석이 되어버린듯한 자리에 둘러앉아 공부를 혹은 딴짓을 하면서 특별할 일 없이 무료한 여름방학을 하루하루 죽여나가고 있을쯤이였다. 나와 어울리던 7명이 다 친한것은 아니였는데, 음.. 그것이 서로 얼켜서 곁다리로 친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그런사이였는데, 그러다 우연찮게 훗날 우연찮게 우울한 내인생의 반창고 같은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

 
반창고... 상처를 아물게하는 약효따위 없지만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존재...

 
친구녀석의 남자친구쯤 되는 아이가 도서관에 잠시 놀러왔는데
뭐.. 나와도 같은 초등학교 출신에다 아주 저학년때 같은 반이였던가?했던 아이라 
문제 풀다말고 스치듯이, 예의상 인사한번 건네고 말았다.

 
녀석은 내가 아니라 친구를 보러 왔고, 나역시 녀석이 아니라 피신차 도서관에 왔으니까 그날의 만남은 거기서 더도 덜도 아닌게 되어버렸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녀석에 대해 하는 것이 없었고. 그녀석 또한 나에 대해 아는것....은 없었겠지만 훗날 듣게 된 그 당시의 녀석이 갖고 있던 나에 대한 인상은...아주 과학적이고도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결과였다.. 뭐라더라...
내가 사이코와 또라이와 자폐아를 꼭지점으로 정삼각형으로 그렸을때 외심이자 내심이며 무게중심쯤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러면 과거형이구나. 다시 고치면 ~~그렇게 쭉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타인과 절친하면서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 나의 성격때문에
누구나 아픔이 있지만 조금은 독특하게 이겨내려는 나의 욕심때문에 상처받고 힘든 나에게 녀석은 훗날 아주 완벽한 대일밴드보다 더 든든한 반창고가 되어주었다. 아주아주 이상하고 괴이한 방법으로.. 아주아주 오랜시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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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과 남녀합반은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차와 맞먹는 차이가 있다.  남녀공학은 단지 남학생 여학생이 있는 학교를 뜻하지만 남녀합반은 남녀공학중에서도 극히 선택(?)받는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짐이였다. 남녀합반의 선택권에서 탈락되어진 평범한 학생들은 남녀합반을 마치 지구의 해바라기가 태양을 바라보듯 동경했지만 실상 남녀합반인 친구들에겐 활활타오르는 태양만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불편한 생활이였다. 특히 체육시간을 전후로... 

우리학년은 모두 남녀합반은 아니였다. 총 7개의 학급 중 (7개 학급이라고 작은학교라며 지금의 학교와 비교하면 곤란하다.  한반에 적어도 52명 이상씩은 꽉꽉 채워넣어 오죽하면 절반의 사물함을 복도로 내다놓았으니까) 딱 한반만 남녀합반이였고, 나머지 반은 모두 성별에 따라 나뉘어져 있었다. 학기초 일부 배포좀 있는 학생들은 남녀합반의 선택받은 남녀출입권을 교묘히 이용하여 책을 빌린다던가, 체육복을 빌린다던가 하는 핑계를 삼아 남녀합반을 만남의 광장으로 사용하였으나 남학우반이나 여학우반은 선생님 심부름이라하여도 감히 들어올수가 없었다. 수십명의 여학생들 속에 있는 남학생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지 않나! ㅋㅋ 

각설하고 1998년 4월 1일. 만우절. 한일전이 열리던 그날! 다른 경기도 아니고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두 국가간의 축구경기를 앞두고 우리 1학년 350여명과 2학년 및 3학년 선배들까지 가정에서열띤 응원을 할 수 있도록 주장하였으나 이러한 원성을 무참히 묵살하고 야자는 진행되었다. 슬슬 경기시간이 되자 갑작스럽게 스피커에서 한일전을 시청해도 좋다는 방송이 나왔다. 이럴꺼면 진작 집에 보내주지! 사실 원래는 야자 진행하고자 했으나 감독중인 선생님들은 하필 그날 야자감독이라는 이유로 한일전을 놓치기가 아쉬워서 TV앞을 전전긍긍하다가 이럴바엔 속편하게 '얘들이 하도 보고싶어해서 공부가 제대로 안된다'는 것을 핑계삼아 자신들의 TV시청권을 사수하려던 것이였다. (후일담이지만 승률을 두고 돈내기까지 했다는 것이 어는 수업시간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반에서는 "우와~!"하는 우뢰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으나 우리반만은 "에이~뭐야!"하는 탄성이 나왔다. 그도그럴것이 하필 우리반 TV녀석이 아주!! 완전!! 지대로 맛이 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반장은 감독선생님을 찾아가 "이럴꺼면 집에 보내주시지. 우리반 TV고장나서 못본단 말이예옷!"하고 하소연을 하였고, 형평성을 고려해 우리는 그날 야자시간 금녀의 반인 3반(남학생반-그날 야자감독 쌤네 반임과 동시에 축구로인해 절반가량의 학생들이 야자를 튀어 가장 널널했던 반)출입권을 얻었다. 확실히 남녀공학중학교를 나온 여자얘들은 3반은 이제 우리반! 인듯이 아무렇지 않게 쏟아져 들어가 축구를 보았지만 여중을 나온 대다수 학생들을 비롯하여 특히나 부끄러움쟁이 초연이는 내옆에 꼭 붙어앉아 연신 뺨을 붉게 밝히고 있었다. 야. 야. 아무도 너 인식하지 않거든.. 너만 왜 난리니? 

역시나 맨 뒷줄과 교실뒷편의 일부 사물함 위는 남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명당자리는 주인이 빨리 나타나는 법이지.. 그렇다면 나도! 뭐니뭐니해도 TV시청은 뒤에서 관림해야 눈도 아니 아프고, 목도 아니 아픈지라 남학생들이 깔려있는 뒷자리를 향해 가는데 초연이 녀석이 자꾸 내 교복 윗자락을 땡기며 '앞에서 보자'고 속삭여댔다. 아 녀석. 축구보자니까 왜 못생긴 지뢰들을 인식하고 그러는 거야! 아니면 지 혼자 앞에서 보던가 왜 졸졸 따라오면서 앞에서 보자고 하는거임?! 나는 녀석의 작은 외침을 깨끗이 묵살하고 비어있는 사물함 위로 껑충 올라갔다. 초연이는 활활타는 얼굴을 한 채 내옆에 겨우 올라와 앉았다. 거참 결국 어디 혼자 가지도 못하고 붙어있을 것을 앙탈은...그리하여 나와 초연이 몇몇 여학생들이 무수히 많은 지뢰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한일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날 난 여자와 남자의 놀이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새삼 깨달았다. 온국민이 사랑하는 축구의 룰조차 제대로 모르는 여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이였던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시절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방과후에도, 주말에도 축구를 하면서 놀던 터라 비록 동네축구 정하는게 룰이였지만 기본적인 축구룰은 알고있었다. 내가 자연스레 알고있는 축구룰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어!하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은 그날 완전 산산조각이 났다. 대다수의 여자들은 축구를 보기만 할뿐 아는 것음을.. 그저 남의 골문에 들어가면 우와!!  우리 골문에 들어가면 아~! 우리 선수가 볼을 잡으면 아싸!! 남의 선수가 볼을 잡으면 우씨~!한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나 초연이는 당최 공부나 할 것이지 왜 여기 앉아 저걸 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어머 우리선수 왜 경고 받아." / "백테클했잖아. 심판이 백테클에 민감한가보지." 

"어머 우리 공인데 왜 저쪽팀 그냥 줘?"/ "오프사이드잖아~!"/ "옵뭐? 그게 뭔데?"/ "아~! 진짜 절로 가서 봐! 너 땜에 중요한 장면 다 놓치잖아!' 

그녀의 궁금증이 증폭될수록 나의 짜증은 심해져만 갔다. 그 당시 나는 심적으로나 표면적으로나 우리나라의 승리을 위해 기도했지만 사실 축구천재 나카타의 현란한 기술에 빠져있던 상태였다. 하필 그가 적극적인 모션을 취할 때마다 녀석의 질문이 쇄도하는 통에 나는 도통 나카타의 감격의 드리블에 집중할 수 가 없었다. 점차 그 녀석의 질문이 많아짐에 따라 나는 자연스레 눈으로는 화면을 보고 입으로는 녀석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차라리 약아빠진 녀석이라면 내치기라도 할 것을.. 이건 뭐 순진해서 그럴수도 없고.. 

전반전이 끝나고 규현이가 슬쩍 뒤를 돌아보고 묻는다.   

"너 축구 즐겨보냐?" / "왜?"  

"아니, 여자애치고는 많이 알아서^^;"/ "관심의 차이지뭐. 여자애라고 꼭 연예인에만 미치는 건 아니니까." 

 "아 맞다! 너 초등학교때 니네반 남자애들 사이에서 축구하던 애구나!" / "그래서?!."  

느닷없이 제형이라는 아이가 끼어든다. 

"그래서 니 다리가 튼튼한 거구나 ㅎㅎㅎ."/ "하하하" 난 일부러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살기가득한 눈을하고 녀석을 향해 살며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려줬다. "흠흠.."녀석은 재빨리 TV로 시선을 옮겼고, 난 후반전에도 초연이의 캐스터 겸 해설자가 되어야했다. 그날 나는 2:1의 승리에 너무 기쁜나머지 약 40분갸량 남은 야자시간동안 흥분의 도가 속에 헤엄치고 있었다. 나카타도 멋있지만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황선홍아자씨가 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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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의외의 평화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 나도 더이상 자의든 타의든 남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같은반 녀석들과 무엇보다 초연이로부터 대단한 이쁨(?)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런것들이 귀찮을 뿐이였다. 녀석들도 눈치챘는지 쟤는 잘해줘도 지랄이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슬슬 다른 곳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나 또한 내가 좋아라 하는 과목인 국어, 수학, 과학, 미술, 체육시간을 제외하고는 칠판과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았다. 저 초록빛 눈동자!! 나를 푸르딩딩하게 홀리고 있어!! 동아리 생활도 처음의 설레임이 많이 가셔 그야말로 평범평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동아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당시 고등학교 내에 동아리가 있는 것이 흔치 않았는데(우리학교를 제외하곤 관내의 어떤학교도 동아리가 없었음) 우리학교는 그런 흔치 않은 동아리를 인정해줌과 동시에 언젠간 꼭 없애고 말리라는 신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왜냐면 동아리 생활이 꼭 모범적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일탈을 갈망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도 나의 맘을 충분히 위로해준 것이 바로 동아리 활동속의 자유로움과 소소한 해방감이였다. 아무튼 동아리 친목도모의 일환으로 교환일기같은 것을 주고 받았는데 이것 때문에 우리 동아리에 들었던 남학생들이 나에 대한 오해와 소문에 왜곡됨을 깨달았다기 보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내가 의외로 미술쪽에 관심이 있고, 한때 그림그리는 것으로 낙으로 살만큼 열정적이였으며, 더욱 의외로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바느질, 뜨개질 등등 손재주가 좋은 현모양처감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지랄맞은 성격이라는 큰 장애물이 없어진 다음에 현모양처고 뭐시고가 인정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조용하던 학교생활속에서 나의 소문은, 모든 소문이 그러하듯 얼마간 불꽃같이 피어오른 후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워낙 뒤끝이 없는데다가 괄괄한 편이라 이놈 저놈 책도 잘 빌려주고 준비물도 잘 빌려주고 하다보니 나를 다른 형태의 동성친구쯤으로 생각하는 남자얘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 살짝 어색하긴 했겠지만..  

그즈음 내가 빠져든 것이 두가지가 있었는데, 뭐 하나는 알다시피 사색속에 몸부림치는 것이고(참..사색이라고해서 별다른 것은 아니고 그냥... 잡생각? 아니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는 생각?) 또 다른 한가지는 노래부르기였다.  

매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닐 정도로 음악듣기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노래부르기만큼 임펙트한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여성키의 소리내기가 어려워(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난 아직도 여자들만이 낸다는 그 소리지르기-귀가 찢어질 것 같은 고음 꺄~~-를 못낸다. 그 음자체를 모르겠거니와 올라가지도 않고, 올라간다해도 목소리가 너무 두껍다. 아~~~) 여자가수의 노래나 댄스가수의 노래는 접하지 않고 있었다. 들어도 못따라 부르니까 ㅎㅎ 아무튼 여자치곤 낮은 음은 잘 내려가는 편이라 왠만해서는 남자들도 내리기 힘든 임창정과 가슴을 후비는 애절한 가사의 김경호, 그리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가수 이브의 노래를 즐겨들었다.   

참, 여기서 유일하게 좋아한다는 것은 다른 가수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무엇하나에 미쳐보질 못해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엇하나에 오래도록 미쳐보질 못해서 한사람에게 무한한 열정을 쏟아보지도, 혹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무한한 존경을 표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시대 소녀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연예인 남편삼기에 대한 무한한 혐오감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뭐.. 다 지가 마누라래. 참. 겉으로는 연예인을 두고 본처싸움을 벌이는 소녀들의 어린 감성을 이해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참 딱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내가 그녀들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서가 아니다. 물론 그땐 내가 정신연령이 높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착각을 했지만,  지금와 생각해보니 난 소녀다은 감성이 없었고 그런 순수함을 누리기에는 마음이 편치 못한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사랑을 주기에는 나는 따지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인간적으로 좋지 않은 가수도 노래가 좋으면 그의 노래를 들으면 그뿐이였고, 유일하게 좋아한다는 이브의 노래도 싫은 노래가 나오면 다음 트랙으로 건너뛰었다. 그들이 언제 TV에 나오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콘서트계획이 있는지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내가 필요한 시간에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줄 그의 목소리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동성친구 사귀기가 힘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과 나와의 소녀다운 감성의 차이는 지구에서 안드로메다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들이 흥분하는 연예인 이야기에도, 드라마 이야기에도, 그들의 일상 속 이야기에도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대신 나는 나와 지냈다. 쉬는 시간동안 노래를 들으며, 오늘의 슬픈 아침을 잊기위해 노래를 불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내가 하고 싶은데로. 교실을 넘어 복도밖으로 울리는 내목소리가 생소했을 것이다. 정말 특이한 녀석이라고.. 쪽팔리지도 않나? 밖에까지 다 들리는데.. 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남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슬슬 아이들도 적응이 되겠지.. 그려러니 하겠지.. 그리고 슬슬 나의 이런 행동도 너희들의 웃음에 묻히겠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겠지... 

두어달 후 새벽까지 잠 못이룬 어느날 그날따라 나의 기분은 노래를 부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다운이 되어있었다. 5교시 체육수업 후 시작된 6교시 과학수업. 체육시간동안 격학게 움직인 터라 과학수업 내내 노트에 아랍어를 적은 나는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자느라 정신이 없었다. 초연이 녀석이 신나게 흔들지만 않았어도 마지막 수업시간까지 그냥 잘 뻔했다. 초연이는 나를 깨우더니 싱글벙글 뭐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잠에서 깨자 마자 니 웃는 얼굴을 보니 아예 눈을 감고 싶다는 마음이 물밀듯이 생긴다." 

"ㅋㅋ 여민아, 다른 반 얘들이 너 학교 안왔냐고 물어봐.. 오늘 하루종일 쉬는 시간에 니 노래부르는 소리가 안들린다고.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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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이런 소문이 나게 된 것일까? 왜...   나는 과연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이상한 아이일까?  난 한번도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특이하다고까지 할 만큼은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뿐인데.. 도대체 나의 뇌 구조는 그들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른 것일까? 

이쁘다는 말을 조금 들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삐쩍마른 몸.. 웃을 때 한쪽볼에 보일듯 말듯 보조개가 들어가고 특히나 큰 눈이 맑고 이쁘다고.. 꼭 외국아이 같다고.. 머리가 붉은 편이라 오해하는 사람들도 몇몇있었다. 완전 외국인은 아니여도.. 외국애같다는 소리에 '몰랐어? 우리 할아버지가 미국인이야!' 하고 뻥을 치면 '역시'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하지만.. 우리집 형편상 외국에서 아이를 입양할 만큼 넉넉지 않으므로 과감히 패스!할 것!!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점점 커가면서..약하고 삐쩍마른 몸이 안쓰러워 아빠의 강행군 체력단련 속에 다부진 체격을 가지게 되면서..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나의 체격사항은 항상 '다'를 기록하고 키-몸무게 연관성 99.8을 기록하는 완전 표준형 그자체였다. 운동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긴머리는 귀칞은 존재가 되었고, 머리를 짧게 자르자 마자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마다 우리 여민이 참 잘~생겼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아줌마 잘생기기만 했어요? 이쁘지는 않아요?"하고 물으면 "응! 잘생겼어!."라고만 하셨다.. 기왕 칭찬해주실라면 이쁘다고 해주시지..
  

내가 남자였으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아이들로부터..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왜? 키까지 컷으면 니들이 나 수술이라도 강제로 시키겠다는 거임? 나의 머리길이가 더 짧아지자 나에게 편지를 써주는 여자 후배들이 생겨났다. 가끔 사물함에 담아진 이니셜로 쓴 편지와 과자들.. 그래 여긴 여중이니까.. 아직 미숙한 아이들의 일시적인 현상임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만 가봐라.. 니가 잘생긴 여자와 못생긴 남자중에 누굴 더 좋아하게 될지 ㅋ(앗! 잘생겼다는 말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잖아!)중학교를 졸업하는 날 나에게 꽃다발을 준 후배는 자신이 이니셜의 그녀임을 밝혔고, 졸업선물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아이는 '전 정말 언니 좋아했는데.. 이제 못보네요..'라는 말만 남겼다.. 아... 나.... 이거.. 어쩌지...그때 나의 대략 난감함이란...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남학생들은 말했다. 재 채여민이지? 쟤 완전 남자애같지 않냐? 목소리도 허스키해서 밤에 길에서 만나면 깜짝깜짝 놀래. 어떻게 여자애가 나보다 목소리가 더 낮지?   길거리를 지나가다 나에게 장난을 거는 남학생들이 나에게 몇배의 응징을 당하자 더욱더 '남자애! 남자애! 하고 소리를 쳐대며 부르기 시작했다. 유치한 것이 용서가 되는 그 나이 또래 .짓궂은 동창녀석이 자기 친구를 지나가는 나에게 일부러 부딫히도록 밀었다. 이런 유치한 장난이 한두번이 아니였기에 예의 주시하고 가던 나는 나를 항해 떠밀린 그 녀석을 피하고 길가에 있던 주먹만한 짱돌을 들었다. 그 녀석도 알았을 것이다. 내가 그 짱돌을 들었을 뿐만아니라 던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잽싸 도망가는 그 녀석은 "채여민! 이 사내자식아~"하는 말로 나의 속을 또 한번 뒤집어 놨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또 다른 뚱뚱보 유치빤스 하나가 하교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난 남중근처에 살았기때문에 집에가는 길엔 항상 수십명의 남학생들이 참조출연하고 있었다.) "채여민~남중에 전학 안오냐?"며 소리를 질렀다.. 변성기 괴물같은 남자얘들의 합창웃음소리.. 허허허허허허... 악! 소름돋아! 니가 먼저 도발했다! "야! 내 걱정하지 말고 니 자전거 걱정이나 해! 자전거 허리가 아주 휜다 휘어!"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 주변의 남학생들.. 그 녀석은 전세가 역전되자 가던 길을 되돌아와 자전거에 탄 체 다리를 쭉 뻗으며 나를 발로 차려는 시늉을 했다. 야! 내가 둔한 네 발에 맞고나 있을라고 운동하는 거 아니거든! 난 순간 그 녀석의 자전거 뒷바퀴를 발로 확 차버렸고 가뜩이나 주인을 지탱하기 힘든 자전거는 푹하고 옆을로 고꾸라 졌다.. 길가 도랑에 빠진 자전거과 함께 뒹굴던 녀석은 팔을 삐었는지 벌게진 얼굴로 팔을 움켜쥐고 외쳤다. "이 사내새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야.. 

난 귀찮은 게 싫어.. 꾸미는 것도 실어.. 왜 이쁘게 입어야 하고 아침마다 머리손질을 하느라 이삼십분을 허비해야 하는지 아직 모를 뿐이다. 짧은 머리가 훨씬 편해서 자른 것뿐이라고. 난 남자가 아니야. 여자인게 좋다구. 내가 치마를 입지 않는다고 해서 청바지와 면티를 즐겨입는 다고 해서, 왼종일 운동화를 신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고 해서, 축구와 농구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해서, 뒷말을 안한다고 해서, 제일 친한 친구와도 화장실을 같이 안간다고 해서, 가끔은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해서 내가 남자라고 생가하지 않는다고. 나를 먼저 건드리는 것은 너희잖아! 그 순간에는 누구든 그렇게 화를 내기 마련이야. 그런 걸 가지고 나를 놀릴 필요는 없잖아!  난 짓궂고 유치찬란한 너희 장난에 내식대로 맞장구를 쳐준 것 뿐이야..물론 너희가 원하는 것은 꽤하고 소리를 지르면 울고 불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겠지만.. 

날 남자라고 부를 만한 이유가 눈꼽만치도 없는데.. 난 그냥 편한게.. 그리고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뿐이다.. 

난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 

하지만.. 지금.. 난.. 평범해 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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