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달라질 것이다. 테레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캐롤을 온전히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캐롤은 그 누구도아닌 여전히 캐롤이며, 앞으로도 캐롤일 것이다. 두 사람은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집, 천 개의 외국 땅에서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같이 갈 것이다. - P456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 미국 소설 속에 그려진 동성애자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 대가를 치렀다. 이를테면, 손목을 긋거나 물속에 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이성애자로 돌아갔다(그렇게 묘사되기도 했다). 혹은, 외롭고 비참하게 단절된 삶을 살다가 망가져서 지옥만큼 끔찍한 우울증을 앓았다. 수많은 팬레터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작품이 동성애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어요. 우리라고 전부 자살하지 않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대부분 잘 살고 있다고요."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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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작은 마을에도착했는데 그곳이 마음이 들어 하룻밤을 묵었다. 잠옷도 칫솔도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그날 밤은 시간 속에 고립된 섬이 되어 가슴과 추억 속 어딘가에 그 모습 그대로 절대적 존재로 박제됐다. 테레즈는 이게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극히 완벽해서 귀하디 귀한 존재, 대단히 귀해서 이런 행복이 있는지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저 행복하기만 했지만 그 행복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다른 존재,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모했다. 손에 든 커피 잔, 저 아래 정원을 빠르게 가르는 고양이, 구름 두 개가 소리 없이 맞부딪히는 모습까지도 테레즈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갑자기 찾아드는 행복이 뭔지 몰랐던 테레즈.그 여파로 지금 자신의 상태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유쾌하다기보다 오히려 이따금씩 고통스러웠다. - P338

자신에게만 심각한 흠이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골절된 척추로 걷는 것만큼 겁이 났다. 캐롤에게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일어도 테레즈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 말들은 모두 녹아내렸다. 테레즈는 자신의 반응조차 두렵고 믿을 수 없었다. 남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스러웠다. 캐롤도 이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 P339

"어떤 바보들은 제 발로 문제를 찾아간다니까‘"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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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힘차게 살기를 바란다.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있고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글쓰기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 글쓰기는 활동적인 명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삶을 살피고, 더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맞다. 글쓰기는 예술이다. 또 예술은 진정한 인간성을 찾게 해준다. 진정한 인간성을 찾기 위해 우리는 모두 예술을 할 권리가 있다. 즉 우리는 모두 글을 쓸 권리가 있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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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것을 글로 쓴다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먼저 나는 더 많은 연민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다음엔 더 많은 연민을 가지고 행동한다. 나 자신의 약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의 약점에도 공감한다. - P243

우리는 글을 쓰는 일이 자기표현이라고 말하지만, 자기표현을 하려면 자아가 필요하다. 그 자아는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볼 때 보이는 것이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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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알고 계세요? 저기서 사람이 한달에 한명꼴로 죽어요."
"조선소는 원래 그런 데야."
"원래 그런 데가 어디 있어요?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당연한 직업 같은 건 앖어야 해요. 조선소에서 일하려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하나요? 공장이든 병원이든 모조리 다 사람을 갈아넣고 있어요." - P378

"왜, 말해봐요."
"그것보다는 늘 지고 있다는 느낌이 어렵습니다."
모든 곳이 어찌나 엉망인지, 엉망진창인지, 그 진창 속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또 얼마나 잦게 좌절되는지, 노력은 닿지 않는지, 한계를 마주치는지, 실망하는지, 느리고 느리게 나아지다가 다시 퇴보하는 걸 참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을지 현재는 토로하며 물었다. - P379

그냥……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내 말 이해합니까?"
"릴레이 같은 거란 말씀이죠?"
"그겁니다. 여전히 훌륭한 학생이군요. 물론 자꾸 잊을 겁니다.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돌이 떨어진 풀숲을 소 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다시 던질 겁니다. 소 선생이 던질 수 앖던 거리까지."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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