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 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 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올해 3월, 남편과 싸웠을 때 다음 까페에서 보고 빠지게 된 시.
읽고 또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그런데 그 마음 다스리는 것이 지금까지 왔다.. 이제야 좀 정리가 된 듯. 휴~
도종환 시인 얘기하다 보니 다시 생각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해 주고 싶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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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왠지 파블로 네루다의 '산책'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하는 시. '산책'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이다. '걷는다'는 행위와 어우러진 이미지들이 너무 멋진 시라서. 이 시는 이미지 면에서는 '산책'만 못하지만, '부끄러움'이라는 정서 면에서는 나와 더욱 맞닿아 있는 시.. 어느 누가 이렇게 진솔하고 순수하게 사는 것의 구차함을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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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 시를 읽을 때면 꼭 샤갈의 이런 그림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해서 거의 외다시피 한 백석의 시.

오늘 안도현 시인 강연회 갔다가 이 시 얘기를 하는 바람에 다시 기억이 났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너무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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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中


피터 얀센스 엘링가. 책 읽는 여인. 1668/70년.




프랑수아 부셰. 퐁파두르 후작 부인. 1756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여인. 1770



프란츠 아이블. 독서하는 처녀. 1850


구르타프 아돌프 헤니히. 책읽는 소녀. 1828



라몬 카사르 이 카르보. 무도회 이후. 1895



제임스 티소. 정적. 연도미상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 꿈.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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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6-11-1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지금 읽고 있는 책.
 

시모네 마르티니(1280/85~1344)의 수태고지.

수태고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사실을 미리 알린 것.

천사장 가브리엘이 나자렛에 살고 있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신약성서의 《루가의 복음서》 1장 26∼38절에 따르면,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남자를 알지 못한 입장이었다. 그 사건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유대의 율법에는 처녀가 임신을 하면 반드시 돌로 쳐죽이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수태고지의 내용 속에서, 그리스도 교회의 중요한 교리인 '동정녀 수태설'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무죄성과 구약 예언의 성취, 그리고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인하는 가현설(:Docetism)을 배격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아름다운 소재를 화폭에 담은 성화가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엘 그레코, 안젤리코 등의 그림은 유명하다. 지금도 성지 나자렛에 가면 이때 마리아가 살던 곳이라고 믿어지는 장소에 고지교회라 불리는 기념()교회당이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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