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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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이 그 책들을 뽑아 드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여는 순간 내 얼굴빛과 표정으로 마음을 미루어 짐작한 책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여 다가오는 것만 같다.-14쪽

햇살이 환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로 한 뼘 남짓, 세로 두 뼘 가량. 두께는 엄지손가락의 절반쯤이나 될까. 그러나 일단 책을 펼치고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 아득했다. 넘실넘실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맥을 넘는 기분이었다.
책과 책을 펼쳐 든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쯤 될까. 기껏해야 내 앉은 키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 할 만큼 드넓고도 신비로웠다. 번쩍번쩍 섬광이 비치고 때로는 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21쪽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24쪽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보다 더 먼 훗날의 사람들과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다 하더라도 누군가 나의 마음속에 스며들어와 나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서로 시간을 나눌 수 있다. 옛사람과 우리가, 우리와 먼 훗날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누며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함께하는 벗이 되리라.-249,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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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구판절판


"마흔여섯 살이시라고요..... 그럼 선생님께는 유년기, 사춘기, 그 시절들이 모두 지금의 선생님 나이로 오는 과정에 지나지 않겠군요.... 또 전 열 여섯 살밖에 안 됐으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심각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니죠, 전 열여섯 살인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요! 전 유년기, 사춘기, 그것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그건 추억이 아니고, 제 현실이에요! 선생님의 진짜 삶은 현재의 선생님 나이겠지요.... 성년기 말이에요! 제게 있어서 진짜 삶은, 지금이에요. 지금이 슬프면, 전 슬픈 거예요! ........ 걱정은 마세요! 죽고 싶다거나 뭐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이 모든 게 다 추억이 될 뿐이라는 것도 확실해요....... 하지만 당장에는, 제 삶을 그냥 살도록 내버려 둬 주세요. 행복하든 불행하든 말이에요."
발랑디에 씨가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네 얘긴 모두 지극히 옳아. 또 네 생각을 그렇게 뚜렷이 나타낼 수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구나. 내가 덧붙이고 싶은 단 한 마디는 이거야. 너도 미래가 있다는 데 동의를 한 이상은, 현재의 네 문제들이 아무리 현실이라 하더라도, 미래를 망치도록 놔 두진 말아야 한다는 거지."-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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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머러스하면서도 솔직한 말투로 쓰여진 청소년 소설.

몸무게가 90킬로에 육박하는 중3, '뚱보'인 주인공 벵자멩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 실연, 그리고 극복을 그렸다.

이 책의 번역자는 우리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정말 중요한 우리의 '몸'에 대한 관심을 똑바로 가지자는 메시지를 이 책에서 발견했지만, 나에게는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좌절도 하고 방황도 하면서도, 결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제 자리로 돌아오는, 그러고 나서는 노력을 통해 결국 사랑을 쟁취하는 벵자멩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덜 이루어졌다는 의미에서 미성년자라 부르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그들도 결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알아가야만 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고통이나 방황은 필수라는 것. 아이들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두지 못하고, 어른들은 너무 과보호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그들의 인생이나 생각엔 정작 무관심한 채 쓸데없는 성적이니 뭐니 하는 것들에만 과도한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반성을 하게 해 주었다.

 재미도 있고,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세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중학교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그런데 문화의 차이 때문에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어쩌면 조금 어려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벵자멩과 그의 친구들이 파티도 하고 또 술도 마시고 담배 피는 장면도 한 번쯤 나오는데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노파심을 갖는 나를 보며 어느새 공교육 제도 속에서 길들어진, 굳은 생각의 아줌마가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정말 먹는 것이 세상살이의 가장 큰 기쁨인 우리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빼빼 마른 사람들은 이해 못한다~ 이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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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프리부르에서 무살균우유를 사용해 가열 압착하여 숙성시킨 대형 하드치즈.

 

모양 대형 원반
크기 지름 70~75cm, 높이 9~13cm
무게 30~45kg
지방함량 고형분의 48%
거죽 황갈색이며 습한 비스켓 모습의 껍질
황색 내지 호박색, 촘촘하고 부드러움
숙성 6~12개월
제철 1년 내내

 스위스 서부 프리부르(Fribourg)의 프랑스 접경지 그뤼에르를 중심으로 거의 1000년전부터 만들어온 경질 치즈이다. 1115년에 한 수도원에서 쓴 기록에 최초로 언급되며, 적어도 2세기 이상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져 왔다. 프랑스의 두현(Doubs)과 쥐라(Jura)에서도 생산되며, 스위스와 프랑스는 1951년의 스트레사회의에서 그뤼에르를 브랜드명으로 쓰기로 합의하였다. 만드는 방법은 에멘탈치즈와 유사하나 소금을 더 쓰고, 커드를 더 크게 토막 내고, 더 뜨겁게 데우고, 더 세게 압착하며, 보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는 차이가 있다. 높은 습도에서 뒤집고 소금물로 닦기를 반복함으로써 모르주(morge:단백질분해 박테리아의 증식으로 치즈의 거죽에 붙어있는 차갈색의 끈적끈적한 것)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바깥에서 안쪽으로 숙성이 이루어진다.

에멘탈에 비해 짜고 맛과 향이 강하다. 호두맛과 크림 같은 느낌이 나면서 어렴풋이 신맛이 돈다. 에멘탈과 함께 치즈 퐁듀에 빠트릴 수 없다. 키슈(quiche: 파이의 일종)나 양파 그라탱 등에도 사용된다. 쓴맛과 과일향이 나는 화이트와인이나 가벼운 레드와인과 같이 곁들이면 좋다.

.... 네이버 백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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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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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우먼 크리크 배수 유역에 있는 고물 트레일러에서 살던 해, 나는 조재너 스카일스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한밤중에 불이 나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집. 그렇게 생각한 것은 지루하고 말 많은 시골이기 때문인 듯하고, 또 마음에 이는 작은 불 같은 것은 대개 저절로 사그라지는 법이지만 어떤 사람 안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화재로 치솟기 때문인 듯하다.
당시 나는 나의 문제, 남편 라일리와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열기와 회오리바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렌트한 주거용 트레일러는 낡은 것이었다. 차 뒤에 매어 끌고 다니는 캠프용 차에 더 가까웠으며, 고양이에게 욕을 하면 입에 고양이털이 박힐 정도로 좁았다. 바람이 불자 부품이 떨어져 땅에 쿵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 내가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시작 부분. 문장들이 마음 속으로 콕콕 박혀 들어 온다.-230~231쪽

사람들은 모르는 일에는 상처받지 않는 법이다.-242쪽

눈물을 흘리는 것은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34쪽)

꼭 콧구멍에서 다이아몬드라도 발견한 것처럼 자기 이름을 발음하는 지역 방송의 한 남자 아나운서의 권고 방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259?)

개인적인 열망의 불결한 증거처럼 보이는 창문의 새똥

하지만 그는 구부정한 어깨에 어디에서 온 것 같지도 않고, 누구의 것도 아닌, 그런 남자였다.(266?)

오래전 일로 눈물로 지새는 나날처럼,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고요.(299쪽)

북쪽 평원 같은 거대한 슬픔이 다가와 그를 짓눌렀다.(348쪽)

-- 선뜻 이해가지 않는, 독특한 비유들 몇 개..-259쪽

낮 동안 에니스는 커다란 깊은 골짜기 너머를 바라보았다. 잭이 식탁보 위를 기어가는 벌레처럼 초지를 가로지르는 작은 점으로 보였다. 어두운 텐트에서 잭은 거대한 검은 산 덩어리에 붉게 빛나는 단 하나의 불빛으로 에니스의 존재를 알아보았다.-321쪽

취해 비틀거리는 등불을 들고 바람을 맞으며 말을 타고 양 떼에게 돌아가면서, 에니스는 이렇게 좋은 시간은 평생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발을 뻗으면 달에라도 닿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다.-324쪽

"그러면, 언제 또 보겠지." 길 위쪽에서 빈 사료 봉지가 바람에 굴러오다가 잭의 트럭 아래에서 멈췄다.
"그래." 둘은 악수를 하고 서로 어깨를 툭 쳤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십 미터로 멀어졌고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일 킬로미터도 채 못 가 에니스는 누군가가 내장을 손으로 한 번에 일 미터씩 끄집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길 옆에 멈춰 섰다. 눈송이가 소용돌이치는 속에 토하려 들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태 이렇게 기분이 더러웠던 적은 없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328쪽

그는 언제라도 떠날 수 있어 좋았던 그 작은 아파트에 계속 살았다.-329쪽

잭은 계단을 두 칸씩 두 번 올라섰다. 두 사람은 어깨를 움켜잡았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읊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 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잭의 큰 이빨 때문에 피가 났다. 잭의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짧게 깎은 수염이 사각거렸고 축축한 침이 흘렀다. 그 때 문이 열렸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 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 사랑.-330-331쪽

에니스와 알마 사이는 서서히 침식되어가고 있었다. 딱히 눈에 띄는 문제 없이, 그저 침식되는 물의 범위만 넓어져갔다.


알마의 적의는 매년 조금씩 드러났다. 흘낏 보았던 그 포옹, 처자식과는 휴가 한 번 가지 않으면서 잭 트위스트와는 일 년에 한두 번씩 가는 낚시 여행, 바깥에 놀러 나가기도 꺼리는 것, 급료도 낮고 일하는 시간도 긴 목장 일에 대한 집착, 벽을 향해 돌아눕고 침대에 눕자마자 자는 성향, 관청이나 전기회사에서 쓸 만한 영구직을 찾지 못하는 것,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알마는 서서히 깊은 나락에 빠졌다.-338쪽

"당신이 집에 송어를 왜 한 번도 가져오지 않는지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어. 말로는 늘 많이 잡았다고 했지. 그래서 한 번은 당신이 그 짧은 여행을 가기 전날 밤에 낚시 상자를 열어봤더니 오 년이 지났는데도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거야. 나는 낚싯줄 끝에 쪽지를 매달았어. 안녕 에니스, 집에 물고기 좀 가져와, 사랑해, 알마가. 그 다음에 집에 돌아와서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송어를 많이 잡았는데 다 먹어버렸다고 했어. 기회가 나서 상자를 봤더니 내가 쓴 쪽지가 그냥 묶여 있더라. 그 낚싯줄은 일생 한 번 물에 닿은 적 없었어."-339쪽

옷걸이를 펴서 잠긴 차문을 연 뒤 다시 제 형태로 돌려놓듯,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다시 거의 예전 그대로 돌렸다. 그것은 그들 문제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끝난 것도, 시작된 것도, 해결된 것도 없었다.-346쪽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 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 겹의 피부처럼 한 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 속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 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353쪽

삼십 센트짜리 그림엽서가 도착하자, 네 귀퉁이에 놋쇠 압정을 꽂아 트레일러에 붙였다. 그 아래 못을 박고 그 못에 철사 옷걸이를 걸어 낡은 셔츠 두 장을 늘어뜨렸다. 그는 뒤로 물러서 고통스러운 눈물 사이로 그 조화로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잭, 맹세컨대......." 그는 말했다. 잭은 그에게 무엇을 맹세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으며 그 또한 맹세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나.-354쪽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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