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우먼 크리크 배수 유역에 있는 고물 트레일러에서 살던 해, 나는 조재너 스카일스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한밤중에 불이 나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집. 그렇게 생각한 것은 지루하고 말 많은 시골이기 때문인 듯하고, 또 마음에 이는 작은 불 같은 것은 대개 저절로 사그라지는 법이지만 어떤 사람 안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화재로 치솟기 때문인 듯하다. 당시 나는 나의 문제, 남편 라일리와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열기와 회오리바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렌트한 주거용 트레일러는 낡은 것이었다. 차 뒤에 매어 끌고 다니는 캠프용 차에 더 가까웠으며, 고양이에게 욕을 하면 입에 고양이털이 박힐 정도로 좁았다. 바람이 불자 부품이 떨어져 땅에 쿵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 내가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시작 부분. 문장들이 마음 속으로 콕콕 박혀 들어 온다.-230~231쪽
사람들은 모르는 일에는 상처받지 않는 법이다.-242쪽
눈물을 흘리는 것은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34쪽)
꼭 콧구멍에서 다이아몬드라도 발견한 것처럼 자기 이름을 발음하는 지역 방송의 한 남자 아나운서의 권고 방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259?)
개인적인 열망의 불결한 증거처럼 보이는 창문의 새똥
하지만 그는 구부정한 어깨에 어디에서 온 것 같지도 않고, 누구의 것도 아닌, 그런 남자였다.(266?)
오래전 일로 눈물로 지새는 나날처럼,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고요.(299쪽)
북쪽 평원 같은 거대한 슬픔이 다가와 그를 짓눌렀다.(348쪽)
-- 선뜻 이해가지 않는, 독특한 비유들 몇 개..-259쪽
낮 동안 에니스는 커다란 깊은 골짜기 너머를 바라보았다. 잭이 식탁보 위를 기어가는 벌레처럼 초지를 가로지르는 작은 점으로 보였다. 어두운 텐트에서 잭은 거대한 검은 산 덩어리에 붉게 빛나는 단 하나의 불빛으로 에니스의 존재를 알아보았다.-321쪽
취해 비틀거리는 등불을 들고 바람을 맞으며 말을 타고 양 떼에게 돌아가면서, 에니스는 이렇게 좋은 시간은 평생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발을 뻗으면 달에라도 닿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다.-324쪽
"그러면, 언제 또 보겠지." 길 위쪽에서 빈 사료 봉지가 바람에 굴러오다가 잭의 트럭 아래에서 멈췄다. "그래." 둘은 악수를 하고 서로 어깨를 툭 쳤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십 미터로 멀어졌고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일 킬로미터도 채 못 가 에니스는 누군가가 내장을 손으로 한 번에 일 미터씩 끄집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길 옆에 멈춰 섰다. 눈송이가 소용돌이치는 속에 토하려 들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태 이렇게 기분이 더러웠던 적은 없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328쪽
그는 언제라도 떠날 수 있어 좋았던 그 작은 아파트에 계속 살았다.-329쪽
잭은 계단을 두 칸씩 두 번 올라섰다. 두 사람은 어깨를 움켜잡았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읊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 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잭의 큰 이빨 때문에 피가 났다. 잭의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짧게 깎은 수염이 사각거렸고 축축한 침이 흘렀다. 그 때 문이 열렸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 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 사랑.-330-331쪽
에니스와 알마 사이는 서서히 침식되어가고 있었다. 딱히 눈에 띄는 문제 없이, 그저 침식되는 물의 범위만 넓어져갔다.
알마의 적의는 매년 조금씩 드러났다. 흘낏 보았던 그 포옹, 처자식과는 휴가 한 번 가지 않으면서 잭 트위스트와는 일 년에 한두 번씩 가는 낚시 여행, 바깥에 놀러 나가기도 꺼리는 것, 급료도 낮고 일하는 시간도 긴 목장 일에 대한 집착, 벽을 향해 돌아눕고 침대에 눕자마자 자는 성향, 관청이나 전기회사에서 쓸 만한 영구직을 찾지 못하는 것,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알마는 서서히 깊은 나락에 빠졌다.-338쪽
"당신이 집에 송어를 왜 한 번도 가져오지 않는지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어. 말로는 늘 많이 잡았다고 했지. 그래서 한 번은 당신이 그 짧은 여행을 가기 전날 밤에 낚시 상자를 열어봤더니 오 년이 지났는데도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거야. 나는 낚싯줄 끝에 쪽지를 매달았어. 안녕 에니스, 집에 물고기 좀 가져와, 사랑해, 알마가. 그 다음에 집에 돌아와서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송어를 많이 잡았는데 다 먹어버렸다고 했어. 기회가 나서 상자를 봤더니 내가 쓴 쪽지가 그냥 묶여 있더라. 그 낚싯줄은 일생 한 번 물에 닿은 적 없었어."-339쪽
옷걸이를 펴서 잠긴 차문을 연 뒤 다시 제 형태로 돌려놓듯,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다시 거의 예전 그대로 돌렸다. 그것은 그들 문제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끝난 것도, 시작된 것도, 해결된 것도 없었다.-346쪽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 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 겹의 피부처럼 한 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 속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 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353쪽
삼십 센트짜리 그림엽서가 도착하자, 네 귀퉁이에 놋쇠 압정을 꽂아 트레일러에 붙였다. 그 아래 못을 박고 그 못에 철사 옷걸이를 걸어 낡은 셔츠 두 장을 늘어뜨렸다. 그는 뒤로 물러서 고통스러운 눈물 사이로 그 조화로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잭, 맹세컨대......." 그는 말했다. 잭은 그에게 무엇을 맹세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으며 그 또한 맹세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나.-354쪽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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