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쁜 시즌이라..
문득 생각 나서 - 알라딘 이벤트에서 받은 할인쿠폰도 아깝고 해서 -
동네 영화관에서 혼자 잠깐 영화를 보고 왔다.
남편과 함께라면 절대 선택할 리 없는 영화 굿'바이.
별 사전 정보 없이 갔다가 꽤 재미있게 보고 왔다.(130분이라는 시간이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겨우 들어간 오케스트라가 갑자기 해단되는 바람에
대출 끼고 산 1억8천만원짜리 첼로가 무용지물이 된 주인공 다이고.
첼로를 되팔면서 오히려 무언가에서 풀려 나는 느낌을 받고
옆집에서 먹으라고 준 산 문어를 강에 풀어 주면서 문득,
고향의 강을 떠올리고는 귀향을 결심한다.
고향에 간 다이고는 NK 에이전시라는 수상쩍은 '여행 도우미' 회사에
얼렁뚱땅 들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운명'을 찾게 되는데...
납관 전문가 - 사체를 닦고 염을 해서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완성시켜 주는 - 라는 생소한 소재에,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웃음과 함께 버무려 마지막엔 눈물로 끝맺는
일본 영화다운 영화였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죽음은 문'이라는 화장터지기의 말과,
'죽음만큼 일반적인 일이 어디 있어'라는 주인공 다이고의 말이었다.
그리고 죽은 사람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최대한의 배려와 정중함을 보이는 납관 절차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감동적이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죽음과 가장 어울리는 악기라고 생각하는
첼로 연주가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면서 영화를 더 인상 깊게 만들어 주었다.
주인공과 아버지의 테마곡으로 나왔던 Wayfarer 라는 곡이 특히 좋았고.
진부한 비유이긴 하지만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결국 우리 모두가 'wayfarer'라는 것,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가방 하나', '돌 한 개' 이상의 것을 남기고 가기 힘든 존재라는 것.. 때문에
더 의미심장한 곡이기도 했다.
'모토키 마사히로'라는 이 주인공의 연기도 꽤 좋았다.
코믹 연기를 할 때에는 우리 나라 배우 중 김수로를 보는 것 같기도 하면서
진지할 때는 또 꽤 멋있고.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주인공이었다.
이 분의 아내 역으로 나오는 히로스에 료코를 보면서는 또 한 번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도 했고.
(너무 늙어버려서..)
OST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