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별이다.
이젠 모두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기억해 내려고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진실이다.
한때 우리는 모두가 별이었다.
저마다 꼭 자기 몫 만큼의 크기와 밝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채, 해 저문 하늘녘 어디쯤엔가에서, 꼭 자기만의 별자리에서 자기만의 이름으로 빛나던, 우리 모두가 누구나 다 그렇게 영롱한 별이었다.
한국 현대 문학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 '임철우' 하면 고등학교 때 읽고 충격 받았던 '붉은 방'의 강한 이미지만 자꾸 떠오르는 통에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이 첫 부분 역시 내게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임철우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그 강연의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먼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선생님의 가출 스토리였다. <그 섬에 가고 싶다>의 무대가 되는, 밤이면 하도 컴컴해서 '상상력으로 밥을 먹던' 낙일도라는 깡촌 출신의 소년이 광주라는 대도시로 가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너무도 컸단다. 그래서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가출/노숙을 하기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가서는 걱정이 크셨던 부모님이 자신을 정신과에 데려가는 걸 보고 가출을 그만 두셨다고 한다.
(학교에는 적응을 못 해도 자신만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얘기는 학교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에게 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은 바깥에 있는 게 아니고 내 안에 있다.
- 부모가 된다는 것도 무섭고 두렵지만 교사가 된다는 것도 - 영혼을 들여다본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다.(이건 내가 쓴 메모였던가..?)
- 어떤 고등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 "글을 쓴다는 것은 커다란 나무 아래 서 있는 것처럼 무서운 일 아닙니까? 그 무서움을 어떻게 극복하세요?"
답: 예술 창작의 제1원칙은 '즐거워하라'이다.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하고 두려워 하지 말고 정말 쓰고 싶은 대로 써라. 문학은 정해진 답도 없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하여 세상과 싸우는 일이다. 확신이 있다면 나를 지키려고 싸워라.
힘들다고 엄살 떨어도 글쓰는 건 사실은 참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 문학은 말을 거는 행위이다. 그래서 정말 절망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절대로 학생의 작품을 잘썼다, 못썼다 라고 비평한다든가 '너의 생각이 틀렸다'고 하지 말라.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글이 아니다.
정해진 출발점에서 각자 열려 있는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글이다. 그의 영혼이다.
자신을 문학을 통해 표현하는 사람은 비록 뒤틀려 있을지라도 가죽으로 덮여 있지는 않다.
- 왜 진실함, 정의는 처절히 짓밟히는가, 왜 사람과 사람의 소통은 이렇게 어려운가.
-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환경 속에서 자라서(아파트) 고향에 대한 느낌이 없다고 하셨다.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당신이 마지막 쯤이 아니겠냐며.
어렸을 때 '별들의 꽃밭을 보여 주기 위해 어둠이 오는 것 같은' 그런 시골에서 살아보는 것 - 이런 것도 크나큰 문학 교육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과 과거를 말해 주는 임철우 선생님 같은 작가가 얼마나 소중한 지도 절실히 느낀 강연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정성 들여 사인을 해 주시는 옆모습이 너무나도 진실해 보이고 멋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