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거짓말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휴게소 주차장> 에피소드.
주인공 츠츠이는 어느 아침 출근길에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자동차 핸들을 45도 왼쪽으로 틀어버린다.
그리고 일탈이 시작된다. 딱히 이유는 없다. 츠츠이는 이유를 만들어 보려 하지만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 때문이라는 결론 뿐.

내가 그 얼마나 오랫동안 꿈꾸었던 일탈인가-
사정상 3년 넘게 계속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어서인지, 어떤 날 아침이면 문득, 정말 오른쪽 깜박이를 넣어야 할 시점에서 왼쪽 깜박이를 넣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일어나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하지만 단 한번도 실현에 옮겨본 적이 없었다. 츠츠이가 나 대신 이런 일을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게다가 그렇게 문득 '차선변경'을 하고 싶어하게 하는 이유가 딱히 설명해 내려 해도 어려운 그 '거대한 무언가' 때문이라고 콕 집어 설명까지 해주지 않는가.

<그와 그녀의 거짓말> 에피소드.
친구 결혼식 탓에 다른 도시로 온 츠츠이 부부. 모처럼 아이도 없겠다, 호텔방에서의 하룻밤. 와인을 마시고 야경을 즐기고 꽤 로맨틱하다면 로맨틱하달 수 있는 밤. 그런데 문득 아내 히토미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편견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아닌데 편견이 있으면 용서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거...'를 서로 해보자고. 그리고 상대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그리고 각자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한편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하는데...

아무리 흉허물 없는 부부라 해도 있을 수밖에 없는 혼자만의 비밀, 그런 부분을 언뜻 내비쳤을 때 생기는 어색함. 그리고 그 어색함을 애써 얼버무리면서 그냥 또 살아가는 우리들. 이런 것들이 참 잘 표현되어 공감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그 외에도 '츠츠이'라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인물의 나레이션을 통해서 우리들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참 잘 잡아낸 내 맘에 꼭 드는 짧은 소설집이었다. <파크 라이프>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매일 지루하도록 반복되는 직장 생활을 많이 해본 작가 같다. 하루키처럼 그저 자유로운 영혼으로만 살아온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소설들이 말해준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나같은 직장인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고.

내용만으로 봤을 땐 별 다섯 개를 주었겠지만, 거의 200%의 줄 간격에 엄청난 여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얇은 두께. 거의 동화책이라 생각될 만큼 글자와 여백이 비슷하니.. 왠지 책이 꽉 찬 느낌이 없어서 별을 한 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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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6-12-2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다 슈이치는 B형이 아닐까요?흣
오랫만의 리뷰 추천합니다.ㅎㅎㅎ

알맹이 2006-12-20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헷. 정말 B형 같아요. 다들 B형 욕(?)하지만 전 B형 사람들 좋아해요. ^^ 제 베스트 후렌도 B형이랍니다. ㅋㅋ 추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