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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열 세 살의 쌍둥이 형제와, 하늘이 내리신 번개 탓에 그들의 아버지가 된 신세대 도둑이 맞닥뜨리는 7개의 사건들 .
아카가와 지로의 <세 자매 탐정단>과 비슷한 분위기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미스터리'를 이 도둑씨가 탐정의 입장이 되어 풀어나간다. 그것은 때로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사는 옆집 여자가 되기도 하고, 매일 아침 마당에 툭툭 떨어지는 지방 신문이 되기도 하며, 쌍둥이네 집에서 발견되는 '살인'이나 '협박'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오려져 나간 신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절대로, 절대로 심각해지지 않으며 실제로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일도 좀처럼 없다. 덕분에 추리가 다소 엉뚱하거나 이건 심한 비약이다, 싶은 면이 있어도 귀엽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런 류의 추리소설은 '추리'나 '미스터리'가 본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에게는 너 싫어, 란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이 쿨한 도둑씨도, 흔히 생각하는 '쌍둥이' 그 자체인 이 귀여운 두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쌍둥이 부모가 돌아오면, '아빠'가 아닌 '아버지'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상처받을 것이다, 라고 애써 쌍둥이와 거리를 두려는 도둑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웬만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보다 더 애틋해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유키씨의 책은 '이유'밖에 읽은 것이 없었던 터라.. 이 책에도 기대하던 바가 아주 컸었다. 그런데 이 책은 완전히 다른 종류. 아마 다른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틀림없이 별을 네 개 주었겠지만, 기대와 달랐기 땜에 세 개밖에 주고 싶지 않은가보다.
하지만, 정말 유쾌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며, 읽고 있으면 마음도 따뜻해지는, 이 겨울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타다시 같은 아이가 우리 집 굴뚝으로 뚝 떨어져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문뜩 해봤다. 어질러져 있는 건 못 보고, 절약 정신이 투철하며, 요리 솜씨도 좋은, 이런 환상적인 중 1 짜리 아들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