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레이하 눈을 뜨다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레이하 눈을 뜨다 | 구졜 샤밀레브나 야히나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이 소설은 소련 시대 때 부농들의 강제 이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유배 문학의 한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당시 강제 이주의 시대적 아픔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또한 러시아 내 다양한 민족들의 생활 터전과 삶을 유배라는 새로운 사건을 통해 재조명하고, 우리가 잘 몰랐던 러시아 역사를 이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관계와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에 착취 당하는 자들의 수직적 구조를 통해 성 차별과 혁명이 준 다양한 부작용과 현실적 괴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 역시도 강제 이주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아직도 고려라는 말이 남아 있고, 그들의 생활 풍습이 과거의 삶을 담아 내고 있기에 이 소설이 더 정감이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1930년부터 45년 사이에 진행된 러시아 부농들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줄레이하는 이 소설 속 여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그녀는 당시 여성들이 그러했듯 식구들의 입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그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남성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4번의 임신과 아이를 잃는 경험을 한다. 그녀에게는 눈먼 하지만 성질머리는 고약한 시어머니와 그녀 스스로는 좋은 남편이라 평가 하는 남자와 산다. 그녀의 집은 여자들이 갈 수 있는 방과 남자들이 머물 수 있는 방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장님이 된 시어머니는 아들과 그녀 사이를 늘 이간질 한다. 


부농의 재산을 노렸던 당시 권력자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경제적 수탈을 막고자 노력했던 부농들... 줄레이하도 그런 부농의 아내였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 극심한 기아를 경험했다. 남편은 그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들의 재산을 지켜야 했다. 특히 남편은 혁명가들에게 강제로 빼앗기느니 차라리 죽여서 그 고기라도 취하겠다고 생각하며 함께 동고동락했던 소를 죽이는 장면은 너무나 소름끼쳤다.


줄레이하는 그런 강인했던 남편을 잃고 그 남편을 죽인 남자와 강제 이주라는 여정에 오르게 되고, 유배를 떠나면서 그와 은근하고도 긴밀한 정을 가지게 된다. 줄레이하는 겨우 얻은 아들을 위해 그 아들의 앞날을 위해 그렇게 긴 여운을 남기는 이별과 다시 그와의 만남으로 소설은 끝난다. 기나긴 서사적 구조에 비해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상당한 가독성을 보여준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러시아 작품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 소설이자 매력을 던져준 책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러시아 문학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4
스티븐 애슈비.앨리슨 레너드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 스티븐 애슈비& 앨리슨 레너드 (지음) | 상안북스 (펴냄)



문화가 형성되는 데 있어서 환경이 주는 역할은 얼마나 큰가... 나는 우선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지도를 펼쳐보았다. 이 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높고 험난한 스칸디나비아 산맥, 동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지만, 서쪽은 협만이 많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폭포가 있어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어업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다른 나라나 운송배의 물품들을 약탈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했다.

◆ 책속으로 
앞서 읽었던 시리즈와는 유물이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철로 만든 검이 주는 무게감과 투박함은 수백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강인한 힘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장신구에서 보여지는 금속공예는 바이킹 시대 초기에는 정교함보다는 투박함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후기 바이킹 시대로 가면서 점점 그들의 금속공예술이 정교해짐이 눈으로도 구분이 되어진다. 따라서 그들은 무기 제작과 장신구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유물이 더미로 발견된 경우가 많았으며, 약탈한 유물은 도시 시장에서 교역의 대상이 되거나 재활용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주로 본 바이킹의 투구는 위 사진처럼 뿔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실재 바이킹의 투구에는 아래 사진처럼 뿔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사에서 영화적 재미를 위해 연출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줌으로써 바이킹 하면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된 듯하다. 바이킹의 또 다른 매력으로는 그들의 배를 언급할 수 있겠다.

 

위 사진은 이해를 위해 이미지를 활용한 것인데 방패와 도끼가 인상적이다. 손바닥박물관 바이킹 편을 읽어보면 토르의 망치도 보이고 도끼도 많이 발굴되어 사진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살촉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이들은 양팔 저울을 휴대하고 다닌 특징이 있는데, 어떤 저울은 전사의 무덤에 함께 묻혀 있던 것이 발굴되기도 했다. 이 저울은 약탈한 물품의 무게를 측정하고 가격을 치르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들 역시도 뜨개질을 통해 양말을 만들어 신었는데 이는 교역 물품으로 사용되지는 않았고, 일상생활물품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전체 감상평
나는 다른 무엇보다 바이킹 편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아무래도 약탈자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주로 금이나 보석보다는 금속으로 장신구를 만들었으며, 장신구를 만들기 위한 공예 도구부터 그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그 기술력에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러분들도 이 책을 통해 꼭 바이킹 문화의 신선함을 접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대 채석장 시리즈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지음, 조만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진 채석장시리즈 5권 중 가장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준 무대라는 작품은 두 석학 분들의 지성의 대화?를 편지로 주고받은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장-뤽 낭시의 경우 문학가이자 철학가이기도 한데, 무대에서는 두 사람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또 그것이 무대를 비유로 들어 현상으로 볼 것이냐 탈 현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면서 사유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두 석학의 대화를 이해하려면 그분들이 논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부터 하이데거의 현상학이나 예술 존재론 등 서양 철학 근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두 분 대화를 알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요. 글자는 읽는데 당최 무슨 소린지 알듯 말듯 알 것 같다가도 갑자기 관념적인 이야기로 빠지니... 특히 라바르트의 경우 탈-현상화를 주장하시는 분이시다 보니 이분의 주장은 낭시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낭시의 경우는 현상을 설명하기에 그나마 노력을 기울이면 간간이? 그의 논지를 따라 흔적이라도 밟아 볼 수 있지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다가 엄청나게 커져버린 두 사람의 토론 그런데 편지의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는 두 사람의 우정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점잖게 논리적으로 설득해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서로의 지식을 뽐내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건강하다고 칭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끝까지 고민하고 고찰하고 설득하는 그 자세가 참으로 인상적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극우주의의 양상 채석장 시리즈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이경진 옮김, 폴커 바이스 해제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극우주의의 양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채석장 시리즈 5권 중 아카이브의 취향 다음으로 소화하기 무난? 했던 책이다. 유럽 사회에서 세계 1, 2차 대전은 자본주의와 계급(그 내부에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이 낳은 부당함에 대한 이상적 사유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발생되었고,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를 일으켰다. 하지만 공산주의(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가 아니었으므로) 사회가 실패로 끝남으로써 유럽 사회는 좌우 진영 논리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나치즘(혹은 파시즘으로 인한)이 일으킨 대량 학살에 대한 자기반성에 힘입어 후손들은 그와 같은 범죄를 반복해서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교육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의 기조가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일단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하였고, 아도르노는 정치적으로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파시즘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우려를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오늘날까지도 계급의식 내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가장 기이한 구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의의 의미에서 부르주아적인 계급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이상주의자/관념론자로 여기는 반면, 노동자들, 예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의 뒷감당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역시 계속해서 저런 사람들(좌파 지식인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좌파 돈 많은 좌파)에게 모종의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제대로 이 책을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도르노는 이런 좌파 지식인에 대한 의구심 혹은 공격이 정치적 테크닉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공감은 가는데 현실적으로 그 구분 기준점을 어디에서 어디까지 둘 것이냐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더 좋겠지만, 아직 사건이 재판 중이기도 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이쯤에서 이 책을 이해한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이 책은 상당히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단순히 수박 겉핥기 식 사유가 아닌 생각에 꼬리를 물게 하는 말 그대로 채석장 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자본>에 대한 노트 + 아카이브 취향 + 정크스페이스|미래 도시 + 신극우주의의 양상 + 무대 - 전5권 채석장 시리즈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알렉산더 클루게 저자, 김수환.유운성 역자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카이브의 취향 |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아를레트 파르주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주로 연구한 프랑스 역사학자로 파리 형사사건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여성, 빈민, 대중 행동 등의 주제를 연구해왔다. 책 소개에 언급된 문장인데, 이 문장이 책 내용을 단 한번에 설명해 주준다. 파르주는 보통 사람들 특히 파리 대중들의 형사사건을 통해 역사의 진실된 파편들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작업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을 언급해 놓았는데,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이 실로 엄청난 시간 여행이자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더 깨닫게 된다.


보통 우리가 아는 역사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사건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를레트 파르주가 관심을 가지거나 주목하는 사건들은 일반 대중들의 형사 사건들이다. 그들이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때로는 거짓으로 때로는 진실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증언들이 역사를 재평가 해주는 아카이브가 된다.


아를레트 파르주는 말한다.


충돌은 역사가 생기는 장소다. 충돌한 뒤에 생겨난 것은 충돌하기 전에 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충돌은 다른 곳에 길을 내고 새로운 '상태'를 창조하는 상처다. 그저 의례적인 충돌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사소하고 하찮은 충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중략) 나아가 충돌이 동력이 되는 역사를 써내는 것이다. 60쪽

그의 아카이브에 대한 사랑과 신념 뚜렷한 주관은 그의 철학을 보는 듯하다. 아카이브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이면서 마치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 작은 파편들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가려내는 작업을 하는 그가 새삼 위대해 보인다. 그리고 그가 프랑스 역사학자라는 사실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채석장 시리즈 중 『아카이브의 취향』이 가장 가독성이 좋았다. 작가의 생각도 좋았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 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