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유치원 - 너와 내가 함께라면 길을 잃더라도
정일리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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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해 본 엄마라면, 자녀 교육에 고민을 해 본 아빠라면 괴물 유치원의 내용은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마냥 그렇게 다가올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소설 속 남편은 등장 횟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마도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그려 넣고 싶어서 작가가 그리 설정한 것은 아닐까? 혼자 이런저런 이유들을 만들어 본다. 그리고 주인공 혜림이 혼자서 아이들 교육에 고군분투할 때 처음에는 남편의 무심함을 서운해하지만, 결국 남편의 고마움을 깨달으며 배우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 미소 짓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그러했으니까...

 

저자는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직장맘이자 육아맘으로 활동하면서 책 한 권을 써 냈다. 그녀가 사용한 고급 어휘와 그녀가 사랑했던 문학 작품 속 내용들과 그녀가 즐기며 봤을 영화의 정보들도 깨알 소스처럼 다가왔고, 찾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책은 총 20개의 소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고, 내용은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것처럼 마인드 맵이 연상되는 듯이 그렇게 스스럼없이 이야기 흐름이 진행되는 구조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분명 글과 글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장면이나 화제로 이야기를 전환되는 전개 방식이 인상적으로 남은 작품이기도 했다.

 

혜림은 5살 지혜와 4살 선호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맘이다. 그녀는 아이가 밥 먹을 때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 여기며 육아를 한다. 하지만 지혜가 영유를 다니게 되면서, 그녀는 치열한 교육 경쟁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아이의 교육비를 내기 위해 강남에 위치한 이름난 고등학교에 교사가 된다. 우리가 흔히 귀동 양으로 듣기만 했던 D동 거주민들의 세상과 육아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던 책이 괴물 유치원이었다. D동 키즈로 자랐던 그녀의 전 남친 정훈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이르기까지 나 역시도 그 고민의 터널 속에서 우왕좌왕했던 지난날의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혜림의 생각에 이질감 없이 빠져들었다. 

 

독자들 중 아이 교육에 대해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작으나마 도움과 방향 설정에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추천해 본다. 적어도 나는 작가의 생각에 깊은 공감을 한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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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종말 - 어느 비만수술 전문의사의 고백
가쓰 데이비스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사이몬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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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비건에 관심은 있지만, 정확히 '비건'이라는 용어의 뜻도 그리고 왜 '채식주의'가 좋은 지도 명확히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은 저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왜 살이 안 빠지는지도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환경단체나 동물보호 단체에서 나오는 책과 그 반대편에서 나오는 책을 가급적이면 번갈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저의 가치관 때문인지 저는 가쓰 데이비스 같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유는 지나친 인간 중심 사회로 인해 다른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고, 잔인하게 사육되고 있으며, 결국 우리의 생존 역시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기 때문입니다. 


최근 어떤 책에서는 거북이 콧구멍에 박혀 있던 빨대를 두고 환경단체들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며 비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생각보다 환경에 무심해도 되는 것일까? 환경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일까? 미세먼지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현시대에 사는 저로서는 이 저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탄고지의 숨겨진 비밀 

[비만의 종말]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탄고지 신화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하는 책입니다. 우리는 나쁜 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나쁜 탄수화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압니다. 하지만 단백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단백질은 무조건 좋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나요? 이 영양소는 근육을 만들어주는 최상의 영양소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탄고지를 바탕으로 한 다이어트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쓰 데이비스는 그렇다면 왜 미국인들은 뚱뚱한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고, 성인병으로 짧은 수명을 보이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 역시도 과거에는 저탄고지의 열열한 지지자로써 늘 동물성 단백질을 식탁에서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눈 혈관에서 지방종이 생겼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어느 잡지사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위선적인 의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의 건강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장수를 누리는 나라와 문헌에 대해 연구하게 됩니다. 


많은 의사들이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극히 소수의 양심 있는 전문가들만이 이 의견에 합세합니다. 사실 상업자본주의의 막강한 힘의 논리에 의존하며 사는 연구자를 포함한 우리는 육류단체나 식품 단체로 받는 후원의 유혹을 쉽게 거절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그 후원에 의해 도출된 결과물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반복 광고되고 다이어트 트렌드를 양성해 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 

사실 인간이 활동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영양소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탄수화물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통곡물, 채소, 과일이 우리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대안이라고 매번 강조합니다. 단백질을 옹호하고 탄수화물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실 정제된 탄수화물이 아닌 착한 탄수화물의 역할에 대해서는 외면합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정제되어 있지 않은 탄수화물이 아닌 정제된 탄수화물 그래서 결국 지방으로 뒤덮여 있는 나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탄수화물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은 더 많은 인슐린을 생성시킨다. 

동물성 단백질이 안 좋은 이유는 동물이 거주하는 비위생적 환경과 그 환경 속에서 각종 항생제와 박테리아에 노출되어 있는 동물의 사체를 우리가 먹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성 단백질은 설탕보다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붉은 육류가 가진 헴첼이라는 좋은 성분이 지나치게 생성되면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는 심혈관질환과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 

우리는 채소에서 과연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라는 인지부조화 상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게 단백질은 동물에게서 얻어야 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쓰 데이브스는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그리고 각종 연구 결과가 왜 다르게 나오고 인용되는지 그 원인까지 지적해가며 우리에게 사실을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단백질은 동물에게서 얻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이 훨씬 더 많은 아미노산을 생성해 내고 이는 육체 노동자들에게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영양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자의 제안 

가쓰 데이비스는 우리의 건강은 예방이 우선이며, 이는 먹거리를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 글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살이 빠지는지 그리고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허점이 무엇인지 자세히 언급해 놓고 있습니다. 이런 병폐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조상들의 현명한 식견을 말이죠. 저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쓰 데이비스도 언급했듯이 단번에 나쁜 식습관을 버리지는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통곡물, 채소, 과일의 섭취를 늘리고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집착을 거둬야겠다고 말이죠.


▶우리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제가 이 책에 별점을 준다면 ★★★★★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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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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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두 번째 완독을 끝낸 책이다. 이런 벽돌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바로 문해력의 중요성! 책 뒤편에는 추천사와 옮긴이의 짧은 글이 실려 있다.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 교수님께서 본 책을 추천해 주셨는데, 단 4페이지로 700페이지 가량의 본 내용을 요약해 놓으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복 재생되는 듯한 내용이 이현복 교수님의 추천사에서 한눈에 명쾌하게 보였다. 총. 균. 쇠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교수님의 추천사를 먼저 읽어 볼 것을 제안한다. 독자들에게 책 구성과 이해에 방향키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자는 미국 캘리포이나 주립대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로 생물학과 인류학의 권위자이자 역사학과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라 한다. 그는 총. 균. 쇠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문명 간 불평등 기원을 밝힌 저서로 손꼽힌다.


책 속으로

 문명 간 불평등은 왜 일어났는가?

그는 뉴기니의 정치인인 친구 얄리의 질문으로 문명 간 불평등 기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떤 민족은 부와 힘을 독점하는데 또 어떤 민족은 이런 민족의 지배를 받는다. 이처럼 대륙 간 문명 발달의 속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걸까?


저자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현생 인류가 700만 년 전 아프리카로부터 더 넓은 대륙으로 이주하게 된 과정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히 폴리네시아를 주목하는데 빙하기 시절 대륙에서 넘어온 인류는 해빙기에 이르러 해수면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섬으로 나뉘게 되었고, 처음에는 같은 사회에서 출발한 폴리네시아인들이 그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제각각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선사시대 야생동물과 야생식물이 어떻게 가축화 작물화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잉여 생산물들이 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낳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대륙 간 힘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정복자와 피지배의 관계는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과거 추장 시대는 비교적 평등 사회였던 반면에 정주 생활에서 시작된 식량생산 사회는 이를 좀 더 복잡하고 계층화해 중앙집권적 사회로 발전시키게 된다. 기술 혁신과 정치 제도에 있어서도 스스로가 발명하기보다는 다른 대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실이 더 많다. 또한 대륙의 면적과 인구 역시도 문명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모든 결과를 얻게 되기까지 유라시아 지역은 환경적으로 유리했으며, 하필 이 지점에 거주하게 된 백인의 '우연'이 문명의 우열을 가지게 된 '행운'이 되었다.


감상

벽돌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들이 있다. 최소 이런 책들은 한 번 이상의 재독이 필요하다는 점! 필사하면서 읽으면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게 된다는 점! 이런 책들을 통해 좀 더 고전 작품에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점! 등이다. 사람들마다 책 읽는 이유는 천차만별 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코로나 19 덕분에 독서 시작을 하게 되었고, 매 정부 때마다 찾아왔던 바이러스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서평 활동을 통해 글쓰기를 접하게 되었고 이런 환경적 변화로 인해 맞이한 '우연'이 내 사고의 전환점을 가져오게 하였다. 독서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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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의 백합 을유세계문학전집 4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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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의 작품은 공무원 생리학 이후 두 번째 만남입니다. 혹자들은 그의 소설을 두고 전원 소설이라 말하던데요. '골짜기의 백합'이라는 작품을 읽어보니 왜 그런 명칭이 붙게 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주인공 펠릭스는 현재의 연인 나탈리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려고 편지를 쓰게 됩니다.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펠릭스는 불운한 성장기를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성장 환경은 그의 몸과 마음을 점차적으로 병들게 합니다. 이야기 속 배경인 프랑스는 나폴레옹 제정기가 끝나고 부르봉 왕조가 다시 들어서게 되는데요. 이를 축하하기 위해 귀족들은 연회를 열게 되죠. 펠릭스는 그곳에서 한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깁니다.


19살 젊은 청년은 이렇게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고, 부모님과의 삼한 갈등으로 마음의 병도 점차 짙어집니다. 결국 펠릭스의 부모는 그를 파리에서 시골로 요양을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골짜기의 백합 같은, 그가 연회장에서 반한 첫사랑 여인과 다시 조우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년느 이미 모르소프 백작의 아내이며 두 아이의 어머니였죠. 그런데도 청년은 그 집을 자주 방문하게 되고, 여인과 청년의 정신적 사랑이 시작됩니다. 


모르소프 백작은 가정에 무심하고 경제적으로도 무능한 폭군에 가까운 남편이었고, 모르소프 백작 부인은 병약한 아이들과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는 실질적 가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 한 젊은이는 모두에게 특별한 성장기를 안겨주게 됩니다. 총명하고도 예의 발랐던 펠릭스! 그런 그의 앞날을 걱정했던 모르소프 백작 부인. 그녀는 그의 앞날을 위해 시골 생활을 정리할 것을 조언합니다. 그렇게 파리로 간 펠릭스는 모르소프 백작부인의 호의 아래 사교계의 유명 인사가 되고 새로운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의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 끝머리에는 나탈리가 연인 펠릭스에게 답장을 하면서 끝이 나는데요. 역시 발자크 다운 기운?이 담겨 있는 결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묘미는 아름다운 문체라 생각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에 남는 문구를 만날 때마다 프랑스인이 이 글을 읽는다면 언어가 주는 완연함에 한발 더 다가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럽더군요. 마치 우리가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를 오롯이 우리의 정서로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수려한 문장력이 돋보였던 작품 '골짜기의 백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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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 지음, 장미화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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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페이지 수가 192쪽에 달합니다. 저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세계사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의 고리 때문에 독자 개개인이 지닌 배경지식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적절한 정보와 새로운 관점을 안겨준 책으로 기억되는 반면 또 어떤 이들은 달리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니 말이죠. 꼭 세계사 책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암튼...


설탕의 세계사를 집필하신 가와기타 미노루님은 근대 세계가 하나의 생물처럼 성장하고 발전되었다는 세계체제론과 과거 사람들이 사용한 상품이나 습관 등을 통해 역사인류학적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특히 설탕이 고급 식품에서 일반 대중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실재 있었던 사건을 근거로 설명해 가는데요. 아주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커피하우스의 등장이 영국 사회 이면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저... 저만 모르고 있었나요? 


설탕이 유럽 사회로 전해지게 된 배경에는 '십자군 원정'으로 인한 이슬람 문화와의 접촉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불규칙적인 식사로 소화불량(음식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이 있었는데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소화제 역할뿐만 아니라 감기 등에도 활용됐다죠. 유럽에서 발병된 페스트는 설탕 의존도와 명성을 높이는데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설탕의 순백색은 당시 크리스트교의 영향으로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됐다는군요. 또한 쉽게 구할 수 없었기에 주로 왕족이나 귀족 혹은 대부호들이 사용했는데, 이런 고급 상품이 어떻게 대중의 품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거든요. 특히 영국의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실로 흥미롭습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살롱과 같은 의미인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 영국과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 크롬웰의 청교도 혁명, 찰스 2세의 등장 등등 역사의 인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가장 슬펐던 것은 플랜테이션 농업에 대한 교수님의 해석인데요.


대량의 값싼, 때로는 노예처럼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를 이용하여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카리브 해의 설탕 생산은 실로 이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53쪽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의 사건이 오늘날 비슷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게 되고, 또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서두요.ㅎㅎㅎ 나름의 시각을 가지게 된다고나 할까요? 저는 이런 점이 역사가 주는 매력이자 읽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계사는 참 흥미로운 분야 같습니다. 


참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알고 싶은 부분도 생겼어요. 그것은 사탕수수는 인도네시아 혹은 뉴기니라 칭해지는 지역의 토종식물로 알고 있는데 이 토종식물이 어떻게 이슬람 사회에 진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수당시대, 실크로드, 1000년의 오스만 제국까지 살펴봐야 할까요? 끙...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은 설탕의 세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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