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영화 말들의 흐름 2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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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 금정연 (지음) | 시간의 흐름 (펴냄)





『담배와 영화』는 말 그대로 금정연 작가가 생각하는 담배와 영화에 관한 글이다. 그는 자신이 떠올린 생각의 조각조각들을 이어붙이듯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다. 그러다 작업해오던 모든 것들을 날려버렸고, 지금 내가 읽은 이 최종 결과물이 앞서 피땀?으로 작업한 것의 복사?품인 것이다. 그는 그 일로 눈물이 날 정도로 허망했다고 한다. 작가는 10년간 서평가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서평가는 다른 이의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재단하는 글을 쓰는 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글에 대해 누군가가 서평을 쓴다면... 그 자신이 그런 대상이 된다면... 그 또한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는 그가 어떻게 글쟁이가 되어 10년의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담배... 그가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들려 줄 말은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와 영화를 사랑한 남자였다. 그렇게 약간은 시니컬한 인생을 살다가 지금은 그의 분신인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될 터인데 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일까? 옛말에 말리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한다. 담배를 사면 담뱃갑에는 흡연이 주는 결과를 경고하고 있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애연가들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 을 굽히지 않는다. 마치 프로이트가 구강암으로 죽었던 것처럼...


영화를 사랑했던 그다. 그는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를 언급하면서 영화 속 줄거리와 영화에 등장하는 담배에 대해 얘기한다. 솔직히 영화에 대해서는 그가 왜 잘 봐오던 영화를 어느 순간 보지 않게 되었는지는 아것 같으면서도 아리송한 결론에 다다른 게 사실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왜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인지도 집히는 바가 있지만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징주의의 문제들은 선명성과 날카로움을 다소 상실하고 있다. 특히 야콥슨이 지시한 언어학의 커다란 길들, 즉 은유와 환유 사이에서 현재로선 영화가 환유적인 길, 혹은 이런 표현이 좋다면 통합체적 길을 선택한 것 같기 때문이다. 


통합체는 기호들의 펼쳐지고 배열되고 현실화된 단편, 한 마디로 이야기의 조각인 것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의 문학과는 반대로 영화는, 그것도 처음에 대중 영화로 자처하지 않은 영화까지도 이야기. 일화. 논거가 결코 없지 않은 그런 담론이다. 일화적인 것의 과장되고 풍자적인 범주인 '기상천외한 것' 조차도 매우 훌륭한 영화와 양립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무언가가 일어나며', 이런 사실은 당연히 내가 관계를 지니고 있다. '좋은 이야기'는 사실 구조적 표현을 쓰면 일련의 성공한 통합체적 배치이다.'


그는 최근에 한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 영화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논란거리였으며 흥행에도 실패한 나랏말싸미라는 영화였다고 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대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그가 감히 함부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대중들의 질타 덕분? 이었다. 이렇게 섬세한 기질을 가진 작가에게 조각조각 이야기를 나열하고 또 그것을 들려주는 작가에게 대중이 안겨준 성적표?는 너무나 처참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는 그가 이 책을 쓴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참여한 영화 나랏말싸미에 대한 항변 또한 숨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 왕가위 감독은 즉흥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인물로 유명했고,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는 스토리 면에서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였다. 금정연은 왕가위를 만날 때마다 영화에 대해 물었고, 그는 늘 대답이 달랐다. 아무튼 이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왕가위의 영화는 성공했고, 그는 처참한 결과물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왕가위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필 된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금정연은 이런 의문에서 『담배와 영화』라는 글을 썼을 거라 짐작해 본다.


그가 영화를 멀리하게 혹은 안 보게 된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는 그가 말하는 선명성과 날카로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결론이다. 그의 글은 사유적이고 그의 세계관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집중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어떤 연결고리가 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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