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동양 철학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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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 시대가 '디지털 사이언스'시대라 말한다. 이런 시대에서 동양철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동양철학의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은 지식 전반을 융합해 내는 새로운 '실용주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가 디지털 사이언스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반된 가치를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수용적 자세란 이쪽과 저쪽을 아울러 볼 줄 아는 균형 감각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동양철학은 상반된 지식을 묶어주는 엔지니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동양철학은 다양한 가치를 내면에 품고 폭넓은 사고를 지닌 인간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래 지향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양승권 저자는 성균관 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대구대학교 성산교양대학 창조융합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디지털 사이언스 시대에서 철학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동양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이 책이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책을 읽을 낼 정도면 가벼운 입문서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동양철학의 방대한 양을 쉽고 간략하게 그리고 핵심만을 전달하고자 힘쓴 저자의 노력이 엿보였다.

흔히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중국, 일본, 한국, 인도, 이슬람 등 아시아의 철학을 말한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는 중국의 고대와 근현대, 인도, 일본, 한국의 동양철학을 다루고 있다. 서양철학에서 소피스트 이후 소크라테스가 중심 축이 되었듯 동양철학에서는 유교, 불교, 도교 이 세 사상이 중요한 뿌리가 된다. 적어도 이 사상들을 알아야 중국, 한국, 일본의 성리학 전파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도는 불교의 탄생지다. 그리고 불교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라 시대 승려는 엘리트 계층이었다. 원효 대사의 화쟁 사상과 의상의 화엄종은 신라 계급층과 백성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안 사상이 있다면 묵가의 노동을 중시한 사상이라든가, 양명학의 지행합일 사상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양명학은 주로 개인적 수양과 주관적, 직관적 방법을 중시한 학문이었기에 객관적이고도 실증적인 측면이 부족했다. 따라서 정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찾아내는 학문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새로이 등장한 학문이 고증학이다. 고증학은 한대의 훈고학의 실증적 연구 방법을 계승한다.

또한 중국의 아편 전쟁, 태평천국운동,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 등 역사적 사건을 통한 청의 변화상도 호기심 있게 살펴보았다. 서양의 문물을 받아 들여야 중국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으킨 5.4운동과 최초의 민주주의 운동이라 일컫는 신해혁명 등 중국 역사의 흐름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변법 운동의 주동 인물인 강유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아주 급진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는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아무튼 나는 아나키즘이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주요 원리로 삼는 사회 진화론 중시 이념이란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계몽 군주였던 정조와 정약용의 만남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었다. 만약 정조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더라면 남인의 실용주의 학문이 빛을 보았을 것이고,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의 역사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에서 만약은 없다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약용이 500권이 넘는 책을 남긴 대학자란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더 짙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약용은 형이상학적인 성리학을 비판하면서, 고대 유학의 인문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이는 서양의 근대 시작을 알린 르네상스 정신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일본은 막부 체제의 통치 이념으로 성리학이 통용되고 있었는데 이는 실용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온 학문이 고학이다. 정약용은 일본 고학에 대한 부분 수용을 언급하는데 그가 다른 철학 체계에 대해서도 얼마나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약용은 선악이란 도덕적 행위는 인간의 자율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때문에 자신이 선한 행위를 하고 싶어도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선함을 선택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정치. 사회적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것이 말로 디지털 사이언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동양철학에서 배워야 할 융합 철학의 자세이기도 하다.

정약용은 거의 모든 학문 영역을 가로질렀던

융복합적 사고의 소유자였다.

(중략)

정약용이 보여준 학문 영역들

사이의 횡단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429쪽

이 책은 동양철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각 학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역사적 사건 및 인물 소개를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교, 불교, 도교가 왜 동양 사상의 뿌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동양철학에 관심 있는 초보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입문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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