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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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는 지역감정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빼놓고 만사를 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장난치는 지역감정의 유희에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이용만 당하는 우매한 국민들. 애향심과 지역감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우리 지역 살기 위해서 니가 사는 지역은 무조건 찌그러져야 한다는 단순무식한 인간들이 범벅이 되어 살아가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우리국민들은 입으로는 지역감정을 욕하며 버려야 할 유산이라면서 나부터라도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근사한 말씀들은 곧잘 하신다. 지역감정은 악이며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잘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놈의 지역감정부터 없애야 한다는 당위에는 당연히 모두들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지역이야기가 나오면 이성은 마미되고 천박한 억지논리가 동원된다. 있는 놈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퍼뜨리는 거짓언어에 아무런 얻어먹을 국물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 부화뇌동하여 날뛰는 꼴을 보면 마구마구 슬퍼진다


노무현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온몸으로 헌신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는 국민들로부터 그러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 만큼 그에 따른 실적이 쌓였어야 함에도 막상 정치인으로서 심판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마다 낙선! 호남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정당의 간판으로 영남에서 출마한 그의 경력은 용기있다는 한마디 찬사외에 더이상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셈이다. 한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피튀기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평소에는 화합의 전도사로 추앙되던 그가 선거판에서는 배신자로 매도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사기꾼인 것이다.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니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사기꾼인 것이다


고진감래라 하였는가. 고생끝에 낙이 온다더니 사기만 당하던 노무현은 그 한결같고 소신있는 정치적 지향으로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작은 싸움에서는 수없이 패하였지만 진작 대통령이라는 큰 싸움에서는 승리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은 사기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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