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뺐다. 간만에 책정리를 했다. 제대한 뒤로 좁은 방안에 수많은 책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를 할까 고민하며 나름대로 1차 정리를 했는데 오늘로써 2차 정리를 마무리했다.
1차 정리 때에는 단지 많은 책을 효과적으로 쌓아 공간을 넓히려고 애썼고, 이번에는 이미 본 책과 그렇지 않은 책, 그리고 본 책도 아니고 가까운 시일내에 다 읽은 책도 아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봐야할 책, 이미 봤고 다시는 볼 것 같지 않은 책들로 구분을 지었다.
이미 본 다시는 볼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때 멋모르고 고른 책들이다. 가령 <재미있는 수학이야기>-책 제목이 정확치는 않다-라든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101가지 이야기>와 같은 책들이 이에 속한다.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서는 이 책들도 다시 볼 수 있겠지만 이미 나의 관심사가 철학과 전과후 과도하게 집중적으로 변한 탓에 저 책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나의 손에 잡히지 않을 듯 하다. 이렇게 분류된 책들은 나의 책상에 달린 책꽂이 꼭대기에 올라가 이제는 나의 시선에서도 벗어났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 책들을 어디 기증을 하거나, 요즘 유행타기 시작한 '프리유어북 운동'에 내놔 방생을 하거나, 둘다 아니라면 다음번 이사갈 때 버려질 듯 싶다.
다음으로 이미 본 책들, 하지만 앞으로도 다시 읽을 확률이 높은 책들은 모두 한꺼번에 모아 일층은 세로로 정상적으로 세워 꽂고, 공간부족으로 인해 나머지 책들은 옆으로 뉘어 세로로 꽂힌 책들 위에 가지런히 쌓아놨다. 여기에 해당하는 책들은 <체 게바라 평전>, <선의 나침반>,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장미의 이름>, <코드훔치기>, <오만과 편견> 등 소설, 비평, 평전, 에세이, 자서전 등 다양하다.
세번째로 아직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은, 하지만 앞으로 천천히 참고서적으로서 계속해서 볼만한 책들, 가령 코플스톤의 <그리스 로마 철학사>, <합리론>, <경험론>라든가, 요한네스 휠스베르거의 <서양철학사>, 플라톤의 <국가>, 풍우란의 <중국철학사> 등 주로 철학사에 해당되는 책들이다. 이렇게 분류된 책들은 나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책상 위에 나란히 꽂혀있다.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은 나의 책상에 붙은 책꽂이 이층과 삼층, 그리고 옷장 옆에 있는 4층짜리 조그마한 책꽂이 이층부터 사층까지를 점하고 있다. 책욕심이 많은지라, 게다가 책과 음반은 반드시 사서 읽고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그때그때 읽고픈 책들을 사놓기만 하고 아직까지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 음반이야 편안히 앉아 혹은 누워서 들리는대로 들으면 그만이지만, 책은 능동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탓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읽지 않고 꽂아두고, 또다시 다른 책을 구입하는 행각을 반복해왔다. 지금은 자금난으로 그런 습관적인 행동조차도 조심스럽지만 군입대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탓에-그나마 한 아르바이트도 두달이 안되지만-그 돈을 모두 책에 쏟아부었던 것이다. 이에 해당되는 책들로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 <제국>, <성의 역사>, <정의론>, <미국의 민주주의>, <불가사리>, <1968년>, <레닌> 등이 있다. 대부분 읽기 까다로와 쉽게 손에 잡히지 않고 보면 졸리는 딱딱한 책 중에서도 더욱 딱딱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선뜻 꺼내읽지 않고 그저 눈요기감으로 바라보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젠 하나하나 꺼내 읽어야지. 하지만 하루하루 서점에 진열되는 신간서적에서 눈을 뗄 수는 없는 터라 아주 가끔은 그들 중 하나를 집어삼켜야겠다. 아무리 자금난이라하지만 그 신간서적들이 내 손에 닿지도 않고 진열대에서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일은 도저히 두고볼 수가 없다. 마치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대단한 책벌레인양 비쳐진다. 이럴 때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많이 읽지는 않는다." 어쩌면 난 책읽기를 즐기기보다 책수집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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