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중,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성적 부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적어도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비록 고등학교 2, 3학년때는 성적이 하락했다고 쳐도 고등학교 1학년 통틀어 전교 1등을 했던 나도 고교생활기록부 1학년 성적에 '수'가 아닌 '우'가 수두룩하게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우를 많이 받고도 전교 1등을 했었다면 적어도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성적부풀리기는 없었다.
하지만 요새는 고등학교에서 '수' 와 '우' 를 받지 못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야한다고 한다. '우'를 받더라도 놀림의 대상이 된다니 지금의 고등학교 현실을 알만하다. 담당 과목 교사는 시험전에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주거나 혹은 암시를 해주고, 학생들은 해당 문제지만 들입다 보면 '수'를 보장받을 수 있는 현실. 문제를 가르쳐주는데도 공부하기 싫어 하지 않은 학생들만이 '미' '양' '가'를 받는 현실. 지금의 고등학교의 현실이 그렇다.
대학입시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자신이 맡고 있는 학생들만큼은 성적을 잘 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동일 수능점수를 획득하더라도 다른 학교의 학생들보다 더 대입에 있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들의 마음은 이해간다. 교사들을 비판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도 내가 맡고 있는 학생들이 얼굴 모를 다른 학생들보다 더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면야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점수를 퍼주고 있는 교사가 아니라 지금의 대학입시의 현실이다.
사실 학생부 성적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능점수를 얼마나 받아내냐는 것이지. 그런데 수능마저도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고 '로또 수능'이 되어버린 마당에 너도나도 잘 받은 수능점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학생부 성적과 논술시험이다. 논술시험을 보는 학교가 몇몇 학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수능을 제외하고는 학생부 성적만이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글쎄. 아직 학교현장에 나가보지 않아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어떻게 매겨지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점수에 따라서 80점 넘으면 수, 그 밑이면 우, 미, 양, 가가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상위 몇 퍼센트는 수, 그 다음은 우, 미, 양, 가로 나눠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상위 몇 퍼센트만이 수를 받을 수 있다면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수, 우, 미, 양, 가의 다섯개 등급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분류하려면 객관적으로는 수는 상위 20%, 우는 다음 20% 이런 식이 되야할텐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위 20%에게 수를 주는 것도 퍼주기라고 생각한다. 수는 상위 10%, 우는 다음 10%, 미는 다음 20%, 양은 다음 20%, 가는 다음 40% 이렇게 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등수는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해서 폐지했다. 그러나 성적 퍼주기를 방지하자면 상위단계의 변별력을 세분화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고, 상위 10% 주장을 내세웠다.
점수를 좋게 받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다. 하지만 모두가 '수'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너도 나도 조금씩만 공부해서 '수'를 받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공부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는 교육의 의미가 없어진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더 많이 알고 깊이 알 수 있도록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도 수행한다.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은 길러줘야한다. 성적부풀리기는 궁극적으로 이것을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