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육군훈련소에서 훈련 중대장이 자기네 중대 훈련병 약 200명 가량의 데려다가 똥을 찍어 먹게 했단다. 이유는 화장실 대변기에 물이 내려가지 않은 상태에서 똥이 뭍어있었던 것. 열받은 중대장은 중대훈련병들을 차례로 불러 각자의 손가락에 똥을 찍게 한 다음 입에 넣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똥 같은 경우가 있다.

군대간 모든 훈련병이 똥을 먹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 먹는 군대'라는 '모든 군대'를 지칭할 수 있는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제목을 단 것은 똥먹는 군대는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에도 이렇게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내가 군생활을 하던 2002년과 2003년에는 똥같은 경우는 종종 봤어도 내게 똥을 먹인 사람은 없었다. 만약 똥을 먹인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그 자리에서 똥을 먹지도 않았을 것이고, 즉각 사단장쯤 되는 이에게 신고를 하거나 이번 사건과 같이 국가인권위원회나 언론에 알렸을 터이다.

과거에도 종종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른다. 이번 훈련병들 중 소수의 의식있는 자가 편지를 통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렸기에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지 그들이 교육받은대로 '절대복종'을 했다면 중대장이 구속수감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중대장은 다음번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똑같은 처방책(?)을 내놓았을 테고 말이다.

군대를 가면서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사회에 없는 사람 취급받는다고 해서 각각의 인간 개별자의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들을 군수품 목록 몇 종에 분류한다고 해서 이들이 정말 군수품이 되지는 않는다. 군대는 마치 저들이 자신의 소유물인양 다루어서는 안될 터이다. 저들은 너희들과 계급이 다를 뿐이지 저들도 인간이다. 저들이 인간이 아니라면 너희들도 인간이 아니다. 만약 장교가 훈련 중 위사람으로부터 저런 대우를 받더라도 그들은 그와 같은 대우를 온당하다고 생각할까?

윗 사람에게 아부하고 아랫사람에게 막대하는 경우를 군대에서는 수없이 볼 수 있다. 위에 있건 아래에 있건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들을 너희와 다르다고 생각지 말라.

철학자 칸트는 "내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에 맞게하라"는 말을 했다. 의지의 준칙이란 나의 주관적 기준이고, 보편적 입법은 사회공통의 객관적 기준이다. 따라서 나의 주관적 준칙이 보편적 입법에 원리에 맞게하라는 것은 나의 행위와 판단의 객관성을 획득하라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행위가 선하냐 악하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행위하기를 내가 기꺼이 바랄 수 있는지를 되물어보면 된다. 사건의 시초였던 해당 중대장을 비롯한 군대에 있는 다수의 지휘관들이 이 점만 마음에 담고 있더라도 저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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