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전에 봤던 것 같았는데 아니었나보다. 끝에 가서야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서는 심심해서 티비 틀었다가 뒷부분만 봤나보다.

이 영화에서 아는 배우는 니콜라스 아저씨와 숀 아저씨 뿐이다. 니콜라스 게이지를 보니 최근 니콜라스 게이지가 19살짜리 한국여자와 사귀고 있다고 신문기사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전부터 니콜라스 게이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한국인과 사귄다는 기사를 본 뒤부터는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버린 알카트라즈라는 미국 본토에서 한참 떨어진 섬에 있는 감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 등 세계각국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미 해병대원들의 유가족 보상문제에 불만을 품고 하멜 장군은 부하들을 데리고 알카트라즈를 점령, 관광객 81명을 억류한다. 요구조건은 그동안 나라를 위해 죽어간 해병대원들의 유가족에게 각각 백만달러씩을 보상하고, 자신과 부하들에게도 돈을 지급하라는 것. 하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알카트라즈를 공격해 인질을 구출할 생각을 하는데, 여기에 이전에 영국의 최고 첩보원이자 알카트라즈에 구금되었다 탈출한 메이슨과 화학무기 전문가 굿스피드를 비롯한 대원 몇 명이 동원된다. 하지만 대원들은 모두 전멸하고 메이슨과 굿스피드만이 남아 사태를 해결짓는데... 영화를 안봐도 뻔히 알다시피 둘의 작전은 성공한다.

나는 영화내용과 재미를 이야기하고픈 것은 아니다. 단순 테러영화고 우리가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테러범을 진압하는 미 정부의 요원들과 테러범의 전투씬의 재미다. 하지만 난 그런 재미외에 다른 것을 얻어냈다.

하멜은 비록 미 정부에게는 테러범이지만 그가 요구하는 조건은 정당하다. 조국을 위해 싸워간 이름없이 묻혀버린 해병대원들의 명예를 살리고 유가족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것은 어쩌면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그 의무를 저버리고 속였기 때문에 하멜은 화가 났고 이에 대해 보상을 하라는 것 뿐이다. 전혀 틀린 말이 없다. 하멜이 비록 알카트로즈에서 관광객 81명을 인질로 잡고 있고, 화학무기를 샌프란시시코로 겨누고 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조차도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때문에 동료 부하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이처럼 인간성 넘치는 테러범이 있을까? 그는 인질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협박이 저들에게 허풍으로 받아들여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다.

한편 하멜의 협박을 받은 정부는 하멜의 요구조건에 대한 정당성 여부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이들을 싹쓸이하고 인질을 구출하고 로켓발사를 막을 작전에만 몰두한다. 마지막 순간에는 대통령 조차도 섬 전체를 싹쓸이할 수 있는 결정에 승인한다. 결국 미 정부는 굿스피드와 메이슨의 작전성공이 아니었다면 관광객 81명과 하멜을 비롯한 부하들, 그리고 그들이 보낸 작전요원들까지도 모두 죽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조건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말이다.

81명의 인질의 인명과 로켓이 발사되어 죽을 수 있는 7만명의 목숨 중 어느 것이 우월하다 말 할 수는 없다. 생명이 하나건 둘이건 숫자는 중요치 않다. 또한 이들 중 유명인사가 들어있건 뒷골목 깡패가 들어있건 그것도 생명의 우월성을 부여할만한 요건은 안된다. 모든 생명은 같은 것이다. 하멜은 그것을 알았고, 미 정부는 그것을 몰랐다. 결국 하멜이 죽고 미 정부가 작전에 성공했지만 정작 진 것은 미 정부고 하멜이 이겼다. 하멜의 자신이 테러범이 되면서까지도 인간 존중의 정신을 지킨 반면 미 정부는 애초에 그런 것은 찾아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를 통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 전쟁과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로 족하다. 더이상의 죽고 죽이는 살육전은 없어야한다. 그 시작이 비록 미국이 되기는 했고, 또 이라크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인명들이 죽어나가기는 했지만, 이제 여기서 그쳐야한다. 일방적으로 당한 이라크에게는 이 말은 참으로 미안한 말이다. 모든 싸움의 발단에는 미국이 있어 왔고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당했기에 그때마다 전쟁은 중단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어떤면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주는 것과도 같다. 그렇기에 나는 약자들의 테러가 발생할 때에도 침묵함으로써 혹은 그들을 두둔함으로써 그들의 억울함을 지켜주고자 이해해주고자 노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이라크 테러범들을 지지하지는 않으나 이해할 수는 있다. 무서운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는 항상 미국에 당하는 그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편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또 한편 이제 그만하자고 외치고도 싶다. 평화는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없다. 오직 평화만으로 평화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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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대 늑대인간의 싸움을 보여준 이 영화는 별 내용이 없다. '뱀파이어 대 늑대인간의 싸움'이 전부 다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내용이나 의미를 찾자고 보는 것은 아니다. 애초 그런 걸 기대했다면 그는 이런 영화를 봐서는 안된다. 나 역시 그냥 쇼파에 누워 느긋하게 감상했다.

이 영화에 대해서라면 감독이건 배우건 내가 아는 이는 하나도 없다. 원래 외국 영화배우들을 별로 알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얼핏 이름이나마 들어본 배우들이라도 이 영화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모르는 지하세계를 다뤘다고 해서 아마도 영화제목이 '언더월드'인가보다. 인간이 모르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600년에 걸친 싸움에도 로맨스는 있다. 뱀파이어인 셀린느와 늑대인간이 되어버린 마이클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 싸움의 시작이 서로 다른 종족간의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갖는다.

흔히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떠올리면 한 여름 밤 다 같이 모여 보는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이 영화는 수많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가 등장함에도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 하나 둘 쯤 나오면 무섭지만 한꺼번에 나오면 무섭지 않은 걸까? 그것도 있지만 이 영화가 공포영화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액션이다. 액션의 주인공들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일 뿐.

그냥 생각없이 시간때우기 용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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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그렇게 보고싶던 '올드보이'를 봤다. 또 우연히 케이블 티비를 켰다가 "어! 올드보이네" 이제 막 시작했던 것이다. 이미 깐느 영화제에서 최초로 '심사위원장 대상'을 차지해 화제가 되었던 '올드보이'는 '공동경비구역 JSA'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두번째 복수극이다. 첫번째 복수극은 '복수는 나의 것'.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서는 뭐 이런 영화가 다있나, 너무 잔인하다, 라는 식의 느낌만을 간직했던 나는 그것이 비록 눈살찌프리게 하는 잔인한 장면으로 구성되어있을지라도 영화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이를 배제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그 영화는 달리 보인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유지태, 최민식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 작품이기에 꼭 보고 싶었다. 비록 군에 있던 때 개봉된 영화라 영화관에서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보게 되어 기쁘다. 하지만 역시 집에서 케이블 티비를 통해 보는 것은 감동이 떨어지는 듯 싶다. 쇼파에 누워 아작아작 과자를 씹으며 그것도 혼자라면 좋으련만 옆에 엄마도 함께 보고 있어서 성행위 장면에서는 비디오도 아니라 빨리돌리기를 할 수도 없어 약간 뻘쭘했다.

15년 동안이나 이유를 모르고 갇혀버린 오대수는 감방에서 티비를 통해 자신의 아내가 살해됐음을 알았고, 살해자가 자신이라는 지목에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죽는 것도 내 맘대로 안된다. 모든 것이 철저히 통제되어있는 그곳에서 15년이란 세월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11년간은 고통스러웠지만, 나머지 4년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고통도 생활이 되어버리면 무감각해지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이곳에 갇히게 된 이유가 궁금하고, 누가 가둬놨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다 감옥에서 나오게 되고, 그는 하나하나 추적해가며 진실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살아남은 딸인 미도와 인연을 맺게 되어 사랑하게 되지만, 그는 그녀가 딸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되지만 딸에게만은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기고픈 오대수는 결국 자신을 15년간이나 감옥에 가둬놓았던 이우진을 향해 꼬리 살랑살랑 흔들고 왈왈 짖어대며 심지어는 이우진의 구두를 혀로 깨끗이 핥으며 개처럼 행동하고, 자신의 혀를 가위로 잘라내는 등 자학까지 해가며 이우진에게 사정한다. 결국 이우진은 미도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제 사는 낙이 없어진 이우진은 자신의 펜트하우스 꼭대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권총자살로 생일 마감한다. 오대수는 미도와 함께 인적드문 산으로 올라가 함께 산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흔히 두 가지다.

"뭐 영화가 이러냐?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 혹은
"대단한 영화다. '복수'를 주제로 인간내면의 심리적인 묘사를 보여줬다"

함께 영화를 본 엄마는 전자의 반응이고, 나는 후자의 반응이다. 전자건 후자건 어느 것이 바르고 옳다는 기준은 없다. 영화는 지금까지 살아온 개인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홍상수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아무나 함부로(?) 보지 않는다. 멋모르고 봤다가는 돈 아까워 죽겠다는 소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면 그들의 영화를 본다. 일단 평범함을 벗어난 것이 이끌리고, 영화 자체가 주는 느낌이 색다르기 때문이다. 내용이 어떻건 그건 두번째 문제고, 난 색다른 영화들을 좋아한다.

'올드보이'는 확실히 색다르다. 홍상수나 김기덕 같은 색다름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거창하게 '복수'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는 평까지는 필요없다. 그저 그의 색다름을 즐길 뿐이다. 얼핏 보면 줄거리 하나 없는 이 영화는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가뜩이나 내용도 없는 이 영화가 더 어설퍼졌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다음에도 복수전을 보여주겠다며 복수극의 마지막편을 구상중이라 한다. 빨리 나오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천천히 나와도 좋다. 하지만 앞의 두편과 또다른 새로운 복수극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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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영화의 존재를 알았고, 티비에서 해주는 각종 영화리뷰 프로그램과 신문 등의 언론매체를 통해 참 재밌는 영화다 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발상 자체가 재밌지 않은가? 죽어가는 엄마를 위해 동서독의 통일과 베를린 장벽의 무너진 광경을 숨기고, 舊 동독의 모습을 연출해낸다는 것이...

독일 내 자국영화 흥행 2위(1위는 2001년)라는 기록을 세운 <굿바이 레닌>은 2003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 수상, 독일영화제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등 무려 9개 부분을 휩쓰는 저력을 보였다.

감독인 볼프강 베커는 서독출신이며, 베를린 장벽의 붕괴당시의 해방감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독출신 감독, 더군다나 현장을 경험하지도 않은 감독이 동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스러워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굿바이 레닌>속에서 그때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들여다놨다.

영화 속에서 알렉스는 심장마비걸린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있는 8개월동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어 서구의 문명이 동독에까지 들어오자 약간의 흥분만으로도 죽을 수 있는 어머니를 위해 집안 곳곳을, 심지어는 창문밖의 환경까지도 신경을 쓰며 옛 동독의 모습을 재현한다. 티비를 보고싶어하는 어머니를 위해 친구와 엑스트라들을 동원 뉴스까지 제작해 비디오로 재생시키는 장면에서는 그의 효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영화는 동서독의 통일이라는 무거운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내용은 이렇게 유쾌하다. 어머니가 홀로 몰래 거리로 나와 산책을 하며 레닌의 동상이 헬리콥터에 매달려 철거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에서는 심각하다 못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가 비디오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DVD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DVD 기계도 없으면서 난 기꺼이 DVD를 구입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지도 비디오로 나오지도 않는다면 난 이 영화를 볼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아직 그 DVD를 보지 못했다. 컴퓨터로 볼 수 있지만 나중에 정식으로 큰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고픈 마음이 컷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쇼파에 앉아 책을 읽던 중 티비를 켜보니 케이블 티비에서 이 영화를 해주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호기심에 나는 나중에 DVD로 보려던 마음을 접고 기꺼이 티비로 영화를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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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는 단연코 '트로이'다.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압도적인 관객수로 당분간은 1위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던중 '트로이'를 보게 되었다. 다들 극찬하는 영화이고, 최근 우리나라 영화들이 관객수 상위랭킹을 주도하던 때에 드물게 외국영화가 1위를 달리고 있어 그만한 영화이다 싶어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영화를 다 본 이후의 느낌 또한 '만족'이다.

실제 있었던 일인지 단지 책속의 가상현실인지 모를 이 이야기는 최근 터키에서 실제사건임을 증명할 만한 유물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봤지만 난 거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고, 등장인물 또한 이름 외우기도 힘들어, 영화 '트로이'의 소재가 되는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얼핏 머리속으로 다시 주워담았을 뿐이다. 따라서 영화를 보면서도 대강의 이야기만을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봤다. 여자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 성을 정복하는 이야기만이 영화 상영중 내 머리 속에 담겨있었다.

이 영화는 내용 뿐 아니라 출연진에서 이미 먹고 들어갔다. 브래드 피트와 '반지의 제왕'의 올란도 볼룸이 그러하고, 잘 모르던 인물이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최고의 배우라는 느낌을 선사해준 영화 속 인물 헥토르인 에릭바나! 그는 최고였다. 오히려 영화를 본 후 사람들이 브래드 피트보다 에릭바나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넓은 마음과 인간성, 아킬레스에 못미치지만 그에 버금가는 용맹은 완벽한 사람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 인물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은, 프리아모스 왕과 헥토르, 아킬레스이다.

프리아모스는 상대국의 왕 아가멤논과는 달리 매우 너그럽고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헥토르가 죽은 후 적진영에 홀로 찾아가 아킬레스에게 아들의 시신을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아가멤논에게 아킬레스가 있다면, 프리아모스에겐 헥토르가 있다. 헥토르는 아킬레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최고의 용사였다. 하지만 아킬레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킬레스보다 헥토르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오로지 아버지를 닮은 그의 성품이다.

아킬레스. 그는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무자비한 용사다. 소수정예의 그의 부하들만을 데리고도 수많은 적들 사이를 휘젖고 다니는 뛰어난 무예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지만, 그가 전쟁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의 명예때문이다. 한편, 그의 왕 아가멤논에게까지 대들면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장면에서는 국가에 소속된 군사가 아닌 아나키스트적인 프리랜서 용사로까지 비친다. 이렇게 다양한 면모를 지닌 그에게는 항상 최고라는 찬사가 뒤따르지만 성품면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프리아모스와의 대면에서 그에게 자비를 베푸는 모습과 브리세이스와 사랑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려감을 느끼게 된다. 헥토르보단 못하지만 그도 괜찮은 사람이다.

영화 '트로이'를 통해서는 신화이야기도 되새겨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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