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는 단연코 '트로이'다.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압도적인 관객수로 당분간은 1위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던중 '트로이'를 보게 되었다. 다들 극찬하는 영화이고, 최근 우리나라 영화들이 관객수 상위랭킹을 주도하던 때에 드물게 외국영화가 1위를 달리고 있어 그만한 영화이다 싶어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영화를 다 본 이후의 느낌 또한 '만족'이다.

실제 있었던 일인지 단지 책속의 가상현실인지 모를 이 이야기는 최근 터키에서 실제사건임을 증명할 만한 유물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봤지만 난 거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고, 등장인물 또한 이름 외우기도 힘들어, 영화 '트로이'의 소재가 되는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얼핏 머리속으로 다시 주워담았을 뿐이다. 따라서 영화를 보면서도 대강의 이야기만을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봤다. 여자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 성을 정복하는 이야기만이 영화 상영중 내 머리 속에 담겨있었다.

이 영화는 내용 뿐 아니라 출연진에서 이미 먹고 들어갔다. 브래드 피트와 '반지의 제왕'의 올란도 볼룸이 그러하고, 잘 모르던 인물이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최고의 배우라는 느낌을 선사해준 영화 속 인물 헥토르인 에릭바나! 그는 최고였다. 오히려 영화를 본 후 사람들이 브래드 피트보다 에릭바나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넓은 마음과 인간성, 아킬레스에 못미치지만 그에 버금가는 용맹은 완벽한 사람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 인물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은, 프리아모스 왕과 헥토르, 아킬레스이다.

프리아모스는 상대국의 왕 아가멤논과는 달리 매우 너그럽고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헥토르가 죽은 후 적진영에 홀로 찾아가 아킬레스에게 아들의 시신을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아가멤논에게 아킬레스가 있다면, 프리아모스에겐 헥토르가 있다. 헥토르는 아킬레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최고의 용사였다. 하지만 아킬레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킬레스보다 헥토르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오로지 아버지를 닮은 그의 성품이다.

아킬레스. 그는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무자비한 용사다. 소수정예의 그의 부하들만을 데리고도 수많은 적들 사이를 휘젖고 다니는 뛰어난 무예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지만, 그가 전쟁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의 명예때문이다. 한편, 그의 왕 아가멤논에게까지 대들면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장면에서는 국가에 소속된 군사가 아닌 아나키스트적인 프리랜서 용사로까지 비친다. 이렇게 다양한 면모를 지닌 그에게는 항상 최고라는 찬사가 뒤따르지만 성품면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프리아모스와의 대면에서 그에게 자비를 베푸는 모습과 브리세이스와 사랑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려감을 느끼게 된다. 헥토르보단 못하지만 그도 괜찮은 사람이다.

영화 '트로이'를 통해서는 신화이야기도 되새겨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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