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영화의 존재를 알았고, 티비에서 해주는 각종 영화리뷰 프로그램과 신문 등의 언론매체를 통해 참 재밌는 영화다 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발상 자체가 재밌지 않은가? 죽어가는 엄마를 위해 동서독의 통일과 베를린 장벽의 무너진 광경을 숨기고, 舊 동독의 모습을 연출해낸다는 것이...

독일 내 자국영화 흥행 2위(1위는 2001년)라는 기록을 세운 <굿바이 레닌>은 2003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 수상, 독일영화제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등 무려 9개 부분을 휩쓰는 저력을 보였다.

감독인 볼프강 베커는 서독출신이며, 베를린 장벽의 붕괴당시의 해방감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독출신 감독, 더군다나 현장을 경험하지도 않은 감독이 동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스러워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굿바이 레닌>속에서 그때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들여다놨다.

영화 속에서 알렉스는 심장마비걸린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있는 8개월동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어 서구의 문명이 동독에까지 들어오자 약간의 흥분만으로도 죽을 수 있는 어머니를 위해 집안 곳곳을, 심지어는 창문밖의 환경까지도 신경을 쓰며 옛 동독의 모습을 재현한다. 티비를 보고싶어하는 어머니를 위해 친구와 엑스트라들을 동원 뉴스까지 제작해 비디오로 재생시키는 장면에서는 그의 효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영화는 동서독의 통일이라는 무거운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내용은 이렇게 유쾌하다. 어머니가 홀로 몰래 거리로 나와 산책을 하며 레닌의 동상이 헬리콥터에 매달려 철거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에서는 심각하다 못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가 비디오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DVD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DVD 기계도 없으면서 난 기꺼이 DVD를 구입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지도 비디오로 나오지도 않는다면 난 이 영화를 볼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아직 그 DVD를 보지 못했다. 컴퓨터로 볼 수 있지만 나중에 정식으로 큰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보고픈 마음이 컷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쇼파에 앉아 책을 읽던 중 티비를 켜보니 케이블 티비에서 이 영화를 해주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호기심에 나는 나중에 DVD로 보려던 마음을 접고 기꺼이 티비로 영화를 시청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