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굉장한 영화였다. 내 생애 이렇게 피를 끓게 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그것은 내가 밴드에서 '드럼'이라는 포지션을 맡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이지만, 꼭 드러머가 아닌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서 감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대형 운동장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은 둘째치고라도 그들 각각이 대단한 악기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본을 맡은 닉 캐논이라는 배우와 그의 선배이자 밴드의 리더인 숀을 맡은 레너드 로버츠가 정말 그만한 드럼실력자인지 궁금하다. 그냥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그렇게 그려낼 수 없을 듯하고, 그저 흉내내기만 하더라도 그만한 연주를 보일 수 없다.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굉장한 드러머인데 이 배우들이 실존하는 드러머일까? 영화를 본 첫번째 의문은 그것이다. 이 둘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드럼실력이 굉장했다. 그들의 1/10만이라도 따라갈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의 목소리와 여태 너는 우물 안 개구리였어, 라는 식의 질책의 목소리가 내 마음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려대고 있었다.

영화 내에서의 로맨스와 선후배간의 갈등, 연습장면 등등도 볼만하지만 마지막 씬인 각 학교간의 대결에서 오랜 숙적인 모리스 모건 대학과 애틀란타 A&T 대학이 동점을 받자 승부를 가리기 위해 드럼라인이 마주보고 대결하는 장면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드러머라면, 밴드의 멤버라면, 혹은 악기를 배우고자하는 지망생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다. 여태 이런 영화를 몰랐다니! 이 영화를 보면 당신의 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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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칙'이라는 단어는 'HOT CHICK' 즉 우리말로 '영계'를 뜻한다. 제목부터 포스터만큼이나 야릇한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고 에로영화는 아니다.

어느날 골동품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황금빛 귀걸이를 훔친 제시카는 양쪽 귀에 끼고 다니다가 어리버리한 좀도둑에게 털린 한 주유소에서 한쪽 귀걸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 귀걸이는 주유소를 턴 좀도둑 클라이브의 손에 들어가고 그냥 재미삼아 껴본 클라이브는 다음날 자신의 몸이 바뀌어있음을 알게된다. 이는 물론 제시카 또한 마찬가지. 하루아침에 잘나가는 얼짱 몸짱 여고생이 30대 뚱뚱 아저씨로 바뀌고, 30대 뚱뚱 아저씨는 얼짱 몸짱 여고생으로 변해 순식간에 횡재한다.

처음에는 놀란 클라이브는 이내 새로 얻게된 '무기'인 자신의 몸으로 환락가를 드나들며 스트립쇼를 하고 뒷골목에서는 무자비한 힘으로 남성들을 개패듯 패며 돈을 훔친다. 한편 제시카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집 정원사와 학교 청소부로 취직을 하며 주변인들을 곁에서나마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되는데,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에이프릴의 도움으로 진실에 한발한발 다가가게 된다.

제시카는 그동안 자신의 행적(?)에 잘못을 뉘우치며 자신의 숙적이었던 동료들을 친구로 맡이하게 되고, 30대 뚱뚱 아저씨의 몸으로 집정원사와 학교 청소부를 하며 아빠와 엄마 사이의 문제도 해결하고 남자친구의 진심도 알게되는 의외의 성과도 얻게 된다.

결국 이 영화는 여고생들의 섹시발랄함을 볼거리도 제공하는 한편 몸이 바뀐 제시카를 통해 가족들의 사랑과 남자친구의 애정을 확인하게하는 다소 진실된 내용도 담고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영화가 보여주려하는 것이 '금발이는 너무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뭘 보여주려는지는 영화 포스터만 봐도 다 알기 때문에, 또한 미국식(?)의 가벼운 애정관과 천박함을 내세우기에 그다지 보고픈 영화는 아니다. 예쁜 여배우들의 몸매를 감상하려는 목적이 아니고서는 그다지 볼만한 영화가 아니란 말이다. 어찌하다보니 케이블에서해주는 영화를 쇼파에 누워 보게 되었으나 나 역시 이 이상을 기대하지는 않았고 그렇기에 대체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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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참 오래된 영화다. 제목도 생소한 것으로 봐 당시 그다지 흥행하지 않았나보다. 그러나 이 영화 참 재밌게 봤다.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에 은근한 매력이 있다. 어린아이를 유괴, 납치해 돈을 뜯어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다른 납치사건과 달리 경찰이 개입되지 않고 납치범과 이에 걸려든 가족들만의 긴장관계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물론 영화 말미에 FBI랍시고 몇명 나오긴 하지만 그저 엑스트라 수준에 불과하다. 액션과 대형사고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끝에서 약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도이고, 영화의 주된 긴장과 해소는 두 집단(납치범 집단과 피해자 가족)간의 심리관계로 이루어진다.

남편의 세미나 당일 딸인 에비와 함께 집에 돌아온 캐런은 에비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다. 납치범 히키는 에비를 마빈에게 데리고 있도록 하고, 자신은 집안에서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그의 아내는 캐런의 남편인 윌을 호텔방에 감금한 채 전화로 히키의 지시를 받는다.

원칙 1. 30분 마다 마빈에게 전화가 오지 않으면 마빈은 에비를 죽인다.
원칙 2. 히키의 아내는 마빈에게 전화할 수 없고, 히키의 전화를 기다릴 수만 있다.
원칙 3. 사건종료는 24시간 이내 25만불을 받아내는 것.
원칙 4. 사건종료후 현장을 이탈할 때는 마빈과 히키, 그의 아내가 함께 행동한다.

원칙 1로 인해 캐런은 히키를 해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해칠 수 없고, 윌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감시하는 납치범들이 계속 살아있어야 에비가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애초 경찰에 연락하는 것을 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납치범들이 이전의 네번의 범죄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칙 2는 히키의 아내가 에비를 살려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깨진다. 히키는 돈을 받더라도 에비를 죽일 생각이었고, 윌로부터 진실을 알게된 히키의 아내는 에비에게 자신의 딸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원칙 3은 결국 25만불을 받기는 했지만 범죄의 막판에 일이 틀어지면서 결국 성립되지 못한다.

원칙 4는 히키의 지시에 의해 깨진다. 히키는 히키의 아내로 하여금 돈을 받고 먼저 비행기를 타고 현장을 이탈하도록 지시한다.

납치범들은 이전의 네번의 완전범죄에서 이 모든 원칙들을 잘 지켜냈고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범죄에서는 원칙들이 모두 무너지면서 이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들의 불안은 히키의 죽음과 나머지 두 사람이 체포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원칙이 깨졌더라도 이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 범죄가 실패한 것은 납치범들이 피해자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이미 그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마빈은 에비의 천식으로 인해 에비가 잘못해 죽을까봐 어찌할 줄을 몰라하고, 이후로도 에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에비가 어린아이답지 않게 영악했기 때문에 마빈은 에비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히키 역시 캐런에게 칼로 베이는 지경에 이르는 등 캐런을 확실히 잡지 못했고, 히키의 아내는 오히려 윌에게 주도권을 확실히 넘겨준 꼴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범죄현장에서는 피해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꿈도 꿀 수 없다. 현실을 영화로 착각하고 그랬다가는 납치범들은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고분고분 말을 들어도 죽을까 말까 한 판에 그들에게 대항하기란 오직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화에서의 납치범죄의 형태는 정말 실제로 납치범들이 써먹더라도 완전범죄를 성립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 루이스 만도키는 이 영화로 인해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를 했다고 하니 시나리오의 치밀성이 어떠했는가를 짐작케한다. 나 역시 이 영화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정말 완전범죄가 가능하리라 본다.

영화를 통해 크게 무엇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냥 재미삼아 보는 편이 이 영화를 즐겁게 보는 방법일 것이다. 나는 기대치 않고 봐서 재밌게 봤지만 다른 이들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영화를 통해 등장 배우들의 허리웃에서의 가치를 기대하지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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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말도 없이 섹스만 하고 떠는 여자. 어느날 제이는 그녀를 뒤쫒고 그녀가 일하는 극단에서 연극을 보게 된다. 옆에 있던 그녀의 남편이라는 남자는 그녀의 이름이 '클레어'라고 말한다. 남편과 제이는 계속되는 만남에 친해지게 되지만, 남편은 부인과 제이의 불륜사실을 모른다.

이 영화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프랑스 영화들이 대개 이유없는 섹스를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아마도 그네들의 욕망을 영화로 담아내는 듯 하다. 프랑스 영화의 섹스는 미국의 섹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은 유머와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섹스이지만, 프랑스의 섹스는 우울함, 상처, 실연 이라는 단어와 더욱 어울린다.

클레어는 가족과 남편에게서 채울 수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 제이를 찾게 되었고, 제이에게서 그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를 묻는 질문은 이 영화에서 빠져있다. 딴지를 걸거나 물음을 제기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그저 감상하고 느끼기 위한 영화이다. 그녀의 행위가 어떤 식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심정적으로 그녀를 이해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영화 내용보다는 섹스신으로 개봉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섹스신이 총 35분이나 되고, 그 수위가 위험해 포르노에 가깝다는 평도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검열을 피해 들어오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보여줄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프랑스식 사고방식이라면 이해갈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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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한참 된 영화를 케이블 캣치온을 통해 봤다. 개봉 당시에도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고, 예상대로 크게 흥행했던 영화도 아니다. 애초 감독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대박을 터뜨리란 꿈을 지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보통 비주류 영화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그랬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제외하고는 배두나의 출연은 대부분 '갓 사회밖으로 나온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털털한 여학생' 정도의 배역이었으며, 영화의 시선은 항상 일상속의 작은 것들에 시선이 머물러있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도 이와 비슷한 영화 중 하나다.

배두나와 김남진, 두 주인공은 영화계에 있어 대박스타는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어줍잖은 떨거지(?)도 아닌 어정쩡한 층에 있는 배우들이다. 이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용이 감독의 데뷔전은 곧잘 어울린다.

사소한 일상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배두나가 도서관에서 미술책의 한켠에 적힌 글을 보게 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이를 상상하고 사랑하는 배두나는 정작 어릴적부터 함께 커오며 자신을 사랑하는 김남진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저 친구일뿐...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가? 친구가 연인되고 연인이 부부되고 그러는 거라고? 도서관에서 르누아르 책을 뒤적이던 김남진을 발견한 배두나는 그에게 묻지도 않고 그를 그동안 자신이 찾았던 '빈센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빈센트가 아니다. 김남진을 나중에 이 사실을 밝히려고 했으나 기회를 놓쳤고, 결국 배두나는 이 사실을 안 뒤 김남진을 떠난다.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는 마음, 김남진은 괴로워한다.

스튜어디스의 꿈을 간직하고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진 배두나. 하늘은 커녕 땅위도 아닌 땅속 지하철을 이끄는 운전사 김남진은 배두나의 꿈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지적인 엘리트도, 책을 많이 읽지도, 그림은 더더욱 모르는 김남진은 배두나의 이상형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배두나는 깨닫는다. 자신을 곁에서 보살피고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김남진 뿐이라는 것을...

흔히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는 그렇다. 일상 속의 사소한 사건들에서 사랑의 애틋함을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어하고, 그 애틋함이 때로는 내가 사랑했던, 혹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경험했던, 경험하고싶은 것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첫눈에 반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커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랑에 목말라 하는 그대들이여(나를 포함하여)! 주변에서 찾아라!

눈물 찔끔 짜내게 하는 감동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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