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참 오래된 영화다. 제목도 생소한 것으로 봐 당시 그다지 흥행하지 않았나보다. 그러나 이 영화 참 재밌게 봤다.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에 은근한 매력이 있다. 어린아이를 유괴, 납치해 돈을 뜯어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다른 납치사건과 달리 경찰이 개입되지 않고 납치범과 이에 걸려든 가족들만의 긴장관계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물론 영화 말미에 FBI랍시고 몇명 나오긴 하지만 그저 엑스트라 수준에 불과하다. 액션과 대형사고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끝에서 약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도이고, 영화의 주된 긴장과 해소는 두 집단(납치범 집단과 피해자 가족)간의 심리관계로 이루어진다.

남편의 세미나 당일 딸인 에비와 함께 집에 돌아온 캐런은 에비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다. 납치범 히키는 에비를 마빈에게 데리고 있도록 하고, 자신은 집안에서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그의 아내는 캐런의 남편인 윌을 호텔방에 감금한 채 전화로 히키의 지시를 받는다.

원칙 1. 30분 마다 마빈에게 전화가 오지 않으면 마빈은 에비를 죽인다.
원칙 2. 히키의 아내는 마빈에게 전화할 수 없고, 히키의 전화를 기다릴 수만 있다.
원칙 3. 사건종료는 24시간 이내 25만불을 받아내는 것.
원칙 4. 사건종료후 현장을 이탈할 때는 마빈과 히키, 그의 아내가 함께 행동한다.

원칙 1로 인해 캐런은 히키를 해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해칠 수 없고, 윌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감시하는 납치범들이 계속 살아있어야 에비가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애초 경찰에 연락하는 것을 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납치범들이 이전의 네번의 범죄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칙 2는 히키의 아내가 에비를 살려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깨진다. 히키는 돈을 받더라도 에비를 죽일 생각이었고, 윌로부터 진실을 알게된 히키의 아내는 에비에게 자신의 딸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원칙 3은 결국 25만불을 받기는 했지만 범죄의 막판에 일이 틀어지면서 결국 성립되지 못한다.

원칙 4는 히키의 지시에 의해 깨진다. 히키는 히키의 아내로 하여금 돈을 받고 먼저 비행기를 타고 현장을 이탈하도록 지시한다.

납치범들은 이전의 네번의 완전범죄에서 이 모든 원칙들을 잘 지켜냈고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범죄에서는 원칙들이 모두 무너지면서 이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들의 불안은 히키의 죽음과 나머지 두 사람이 체포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원칙이 깨졌더라도 이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 범죄가 실패한 것은 납치범들이 피해자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이미 그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마빈은 에비의 천식으로 인해 에비가 잘못해 죽을까봐 어찌할 줄을 몰라하고, 이후로도 에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에비가 어린아이답지 않게 영악했기 때문에 마빈은 에비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히키 역시 캐런에게 칼로 베이는 지경에 이르는 등 캐런을 확실히 잡지 못했고, 히키의 아내는 오히려 윌에게 주도권을 확실히 넘겨준 꼴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범죄현장에서는 피해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꿈도 꿀 수 없다. 현실을 영화로 착각하고 그랬다가는 납치범들은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고분고분 말을 들어도 죽을까 말까 한 판에 그들에게 대항하기란 오직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화에서의 납치범죄의 형태는 정말 실제로 납치범들이 써먹더라도 완전범죄를 성립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 루이스 만도키는 이 영화로 인해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를 했다고 하니 시나리오의 치밀성이 어떠했는가를 짐작케한다. 나 역시 이 영화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정말 완전범죄가 가능하리라 본다.

영화를 통해 크게 무엇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냥 재미삼아 보는 편이 이 영화를 즐겁게 보는 방법일 것이다. 나는 기대치 않고 봐서 재밌게 봤지만 다른 이들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영화를 통해 등장 배우들의 허리웃에서의 가치를 기대하지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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