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구판절판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둑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겨드랑 밑으로 팔을 넣어, 등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 손바닥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꼭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
하늘에는 꽃불. 땅에는 훈풍과 아름다운 가락. 플라타너스 잔가지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잎사귀가 사르르 손바닥을 비빈다.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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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히 사랑을... 아, 그렇군요. 저 표지가 참 낯이 익네요. ㅎㅎ
<광장>을 읽던때가 도대체 언제였는지, 제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에 가며 읽고 있었는데 웬 아저씨가 끊임없이 <광장>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히피드림~ 2005-08-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 닭살 ^^

마늘빵 2005-08-2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
펑크님 / ㅋㅋ 아름답잖아요.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구판절판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12쪽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27쪽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데제생트)-43쪽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46쪽

"18세기 말부터는 공동체의 관행이 아니라 방랑자가 되는 것에서 동료의식이 생겨난다. 따라서 자연과 공동체의 매개는 일반적인 사회의 엄격함, 냉혹한 금욕, 이기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본질적인 고립과 침묵과 외로움에 맡겨지게 된다."
(레이먼드 월리엄스, <시골과 도시>) -86쪽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142쪽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248쪽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질들에 의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에 의해 결정이 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듯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장소에 대한 느낌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251쪽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파스칼 <팡세>) -282쪽

"나는 목수를 화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목수로서 더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러스킨)-300쪽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러스킨)-322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파스칼, <팡세>)-329쪽

"여행을 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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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20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 투성이군요. ^^

마늘빵 2005-08-2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머 하나 뺄게 없습니다. 이거 올릴 때 컴터가 세번 그냥 꺼지는 바람에 고생했습니다. -_-;

이리스 2005-08-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그런 일이.. 고생하셨습니다앙~

마늘빵 2005-08-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 노트북인데 요새 자꾸만 알아서 꺼지네요. 뭐가 문제인지...

이리스 2005-08-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볼때는 말이죠, 노트북이 더위를 먹고 기력이 쇠한거 같아요.
보약이라도 한 재 달여 먹이심이..
쿨럭.. 후다닥~

마늘빵 2005-08-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구두님이 사주세요.

이리스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또.. 노트북을 위한 보약은 흠.. 포옹이 아닐까요? 캭.. -.-
노트북아.. 너 힘든거 내 다안다카이.. 하면서 와락~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은 컴맹. ㅋㅋㅋ

이리스 2005-08-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그런가여? 사실 저는 모든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각종 기기와 주변의 사물과 대화를 하는 사이코스러운 면이 --;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잘잤니? 노트북" 이렇게요?

이리스 2005-08-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 그런식인거죠. 그러나 좀 더 친근하게 불러요. 이를테면 노트북아.. 아니면 트북아.. 이런.. 으윽 -.,-
 
선생님은 정말 괴로워 한마당 이야기 숲 5
실비 소스 지음, 심재중 옮김 / 한마당 / 2003년 6월
품절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면 항상 고함을 지르신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두 편으로 갈린 아이들은 누가 더 시끄럽고 크게 소리를 내는지 시합을 했으니까." -29쪽

선생님한테 과자를 뺏긴 프랑시스가 투덜거린다.
"과자도 없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하냐? 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 그냥 휘파람이나 불어야지."
그렇지만 그것도 허풍이다. 책가방 속에 쑤셔 넣은 초콜릿 빵 하나가 아직 남아있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선생님이 화 난 얼굴로 프랑시스를 쳐다본다.선생님이 화를 내실 땐 정말 멋져보인다니까! -107쪽

장장이 내게 말했다.
"프랑시스, 중학교에 다니는 내 친구 사뮈엘이 그러는데, 중학교에서는 모두 '과자'를 빤대."
"뭘 빤다고?"
"과자말이야, 과자! 너 그거 알아?"
"그럼 알지, 알사탕 과자, 땅콩 과자, 등드. 그런데 과자를 빨아먹지 뱉어서 먹는 사람도 있냐?"
"그런 과자 말고, 피우는 과자"
"피우는 과자?"
"그래. 임마. 어린애들 말고는 다 그렇게 말해. 너 피워본 적 있어?"-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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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8-1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의 글 보니, 중학교 있을 때 제 모습이로구만요^^;; 지금은 소리 지르려고 하면 알아서 애들이 귀막고 조용해지죠.

마늘빵 2005-08-1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어캐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ㅡㅡa
 
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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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하고 누이동생이 서두를 떼며 손으로 탁자를 쳤다.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께서 혹시 알아차리리 못하셨대도 저는 알아차렸어요. 저는 이 괴물 앞에서 내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겠어요. 그냥 우리는 이것에서 벗어나도록 애써봐야 한다는 것만 말하겠어요. 우리는 이것을 돌보고, 참아내기 위해 사람으로서 할 도리는 다해봤어요. 그 누구도 우리를 눈곱만큼이라도 비난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 -69쪽

" "죽었다고?" 하며 잠자 부인은, 모든 것을 직접 살펴볼 수도 있고, 또 살펴보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건만, 물으면서 가정부를 쳐다보았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요" 하며 가정부는 증거로 그레고르의 시체를 빗자루로 옆으로 좀더 멀리 밀어붙였다. 잠자 부인은 빗자루를 못 내밀게 하려는 듯이 움직였으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자아" 하고 잠자씨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겠다." 그가 성호를 그었고 세 여자가 그를 따라 그렇게 했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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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흥길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절판


"그러던 두 분 사이에 얼추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저 사건 - 내가 낯모르는 사람의 꼬임에 빠져 과자를 얻어먹은 일로 할머니의 분노를 사면서부터였다. 할머니의 말을 옮기자면, 나는 짐승만도 못한, 과자 한 조각에 제 삼촌을 팔아먹은, 천하에 무지막지한 사람백정이었다. 외할머니가 유일한 내편이 되어 궁지에 몰린 외손자를 감싸고 역성드는 바람에 할머니는 그때 단단히 비위가 상했던 것이다."-23쪽

"더 쏟아져라! 어서 한 번 더 쏟아져서 바웃새에 숨은 뿔갱이 싹 끄실러라! 한 번 더, 한 번 더, 옳지! 하늘님 고오맙습니다!" -24쪽

"나갈란다! 그러잖아도 드럽고 챙피시러서 나갈란다! 차라리 길가티서 굶어죽는 게 낫지 이런 집서는 더 있으라도 안 있을란다! 이런 뿔갱이집..."
외할머니의 격한 음성이 갑자기 뚝 멎었다.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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