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여자에게는, 좀 더 현실적인 계산들이 머릿속에 들어차게 된다. 앞으로의 삶이 '춘향'이 될지 '향단'이 될지를 결저짓는 고리인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탓도 있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비교적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남자들은 그제에 언제 여자 손 한번 잡아볼지, 어떻게 하면 뽀뽀할 수 있을지를 호시탐탐 노리던 철없는 모습을 버리고 그럴듯한 남성으로 변해간다. 경제력이 가져다주는 여유도 있다. 한때 그들이 건네주었던 장미 한 송이는 다발의 묶음으로 변했을 것이고, 싸구려 통닭집 대신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무엇보다 '너 없으면 안된다'는 치기 어린 마음 대신, 주위를 돌아보며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한 번 해 보겠다'는 목적성을 가진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센스 있게 차려 입을 줄 안은 옷차림, 깔끔한 매너, 경제적 여유, 사회적 성공이 '널 위해 존재한다'가 아니라 '날 위해 존재한다'는 남자들의 자신감에서 비로소 여자들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52쪽
우리들이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곧 한 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즉, 사람은 무엇을 사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사람은 사랑할 보람이 있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 -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