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품절


그래서 나는 살아가는 의미 같은 것만 내내 생각하고 있고, 더욱이 그 일만큼은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지 않다. 그런 것은 잠자코 있어도 알게 모르게 서로 나누게 되는 것이다. 서로 얘기를 나누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짓을 하면 오히려 관계가 나빠지고 만다. 처음 얘기를 꺼낸 수간부터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없어지고 만다. 그리하여 윤곽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데 안심한다. 그런 기분이 든다. -96쪽

바닷가에서 사람은 늘 시인이다.
뭐니뭐니 해도 바다는 늘 예상치보다 20퍼센트는 크니까.
마음으로 어지간히 크기를 그리고 가보아도, 그보다 20퍼센트는 항상 크다. 더 크게 생각하고 가도 그 생각의 20퍼센트는 늘 크다. 철썩이는 파도로 가슴을 온통 채우고 가보아도, 좁다란 해변을 상상하고 가보아도, 역시 20퍼센트.
이런 것을 무한이라고 하는가. -169쪽

"보통 때도 늘 몸에 지니고 있는 거잖아. 난 잘 때도 귀걸이하고 반지는 빼지 않거든, 그래서 말이야, 피부랑 연결돼 있는 듯한 느낌을 품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내 목욕가운을 뚫고 배로 칼이 들어왔을 때, 정말 처음으로 느꼈어. 나와 금속은 소재가 다르다는 걸. 그런 느낌 밖에 없었어. 상당한 이질감이었어."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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