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7일이 되면 어김없이 월급은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와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받는 느낌보다야 덜하지만 그렇더라도 어제까지 백원단위로 남아있던 통장잔액이 백만원 단위로 찍혀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돈이 들어오긴 들어왔나보다 싶다.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일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고 있는가 하는건 몸으로 부닥치지 않으니 실감이 덜 할뿐. 자릿수가 늘어난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내 노동의 댓가가 맞기는 맞나보다 한다.
월급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아침 9시 인터넷에 일제히 네 개 은행의 인터넷뱅킹 화면을 띄워놓고 하얀 종이와 펜을 앞에 놓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아 이번 달에 내 핸드폰 요금과 어머니 핸드폰 요금을 더하면 이만큼이 나오겠거니 이건 이달 며칠에 빠져나가더라, 어느 통장에서 나가지(얼마전 내 요금과 어머니 요금을 둘다 이메일 고지서 받기를 신청했는데, 그제 조회한 그것이 내 요금만인지 어머니것과의 합산 요금인지를 알 수가 없어 SK e-스테이션에 가서 확인했다. 아 합한 요금이 맞구나, 하고 확인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뱉어낸다. 합한 것 치고는 그리고 내 단말기 할부금까지 포함된 것 치고는 꽤 적게 나왔기에), 2학기 대학원 학자금 대출한건 지난달에 못낸거 같은데, 아 이것도 개인신용도에 타격이 있다고 들었는데(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요새는 핸드폰 요금 연체되는 것, 신용카드 대금 연체되는 것까지도 신용도에 반영이 된다고 하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난 수시로 핸폰요금 연체되고, 신용카드 대금도 몇번 연체했는데 이제부터라도 신경써야겠다), 이것저것 다 계산해서 다이어리에 결제일과 요금금액, 해당통장이름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몽땅 한 통장에 넣는다. 왜냐면 잠깐이라도 그렇게해야 이자가 붙으니까. 이 이자라는 것도 별거 아닌게 아무리 이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현금인출 한번 하고나면 몇백원이 수수료로 쑥 빠져버리니 이자노리는 것보다 수수료를 안내는 쪽을 택하는게 훨씬 이득이다. 이득이야? 아니면 손해가 아닌거야?
우얏건 30분가량에 걸쳐 집중한 결과 계산은 완료. 얼마 안되는 월급에 세금은 40만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런 된장. 나머지 월급은 고스란히 통장에 모셔놔야지. 씀씀이도 좀 줄여야쓰것다. 음반이며, 책이며 좀 자제하고, 데이트 자금도 줄이고, 최대한 집구석에 처박혀서 놀고, 요새 자꾸 눈독들이고 있는 멋진 가방이며 목걸이며 기타 악세사리에 대한 관심도도 낮춰야할듯. 그런데 그게 막상 쉽게 될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 벌써 지르고파서 간질간질한 것이 사실이니까. 며칠전부터 보관함에 넣어둔 음반이며 책은 어찌할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봐놨던 이쁜 가방은 어찌할꼬. 이럴때보면 난 꼭 여자같다. -_-
이제부터 말로만이라도 긴축정책. 정말 '말로만'이 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