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시경에 신촌에 갈 일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신촌 현대 백화점 앞에서 내려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아 머냐. 시끌벅적 시끌벅적 노래를 부른다. 단체로 수십명. 근 100명은 되어보였다. 그 많은 어린넘들이 모여가지고 하는 짓이라고는, 단체로 둥글게 둥글게 원을 만들고 손짓 발짓으로 뭔 춤을 추며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상한 노래들을 불러댄다. 그리고는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아 정말이지 이런 짓은 제발! 니들 집에 가서 해라. 아 왜 시끄럽게 길거리에서 그러고 있는거야.

  못마땅한 눈으로 힐끔 쳐다보며 지나갔지만 - 개들은 노래하느라 날 당연히 보지 못하지만 - 또 다른 골목에 커다란 깃발 두개를 들고 또 한 무리가 노래를 한다. 아 정말 짜증.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들을 또 불러제끼며 아주 신이 났다. 처음 100명의 무리는 어디애들인지 모르겠고, 나중 무리는 연대애들이었다. 깃발에 연세대라고 써있었으니깐. 제발이지 이런 짓 좀 하지마라.

  나 대학 때도 신입생이 되어 들어갔더니 술자리에서 이런 짓들을 하는거다. 자주통일 어쩌고 하면서 깃발을 높이들고 뭐라뭐라 소리친다. 뭐하는거니. 난 도대체가 이런 일련의 행위들 영 못마땅하다. 이건 내가 군대를 혐오하는 수준에 맞먹는 '못마땅함'이다.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구호들, 그리고 그 구호들에 굳이 의미를 갖다붙인다고 해도 그들이 길거리에서 시끌벅적 떠들며 고성방가 하는 짓과 아무리 생각해도 상관관계를 맺을 수 없고 - 나 내가 돌인가 연관관계를 찾지 못하는게 - 자기들끼리의 그 작태, 이게 다 나중에 파벌을 조성하는 거다. 내가 너무 많이 치고 올라갔나? 의도확대의 오류를 범했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난 대학 신입생 때도 이 따위의 행동들에 동참하지 않았고, 철학과로 전과를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왕따 일 수 밖에 없는건 학생회를 주축으로 한 일련의 이 따위의 행동들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 따위의 행동이 내겐 너무나 혐오스러운걸 어쩌랴. 특히나 이게 더 심한 학교들이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약칭으로 연대, 고대 라는 단어를 쓰지만 이것도 웃기는 거다. 그럼 연 이나 고 자로 시작하는 다른 대학들은 뭐가 되냐. 존재감이 없는거 아니냐. 그래서 나도 습관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대학명칭은 있는 그대로 사용하려고 의식하는 중이다)가 가장 심하다. 내가 본 바로는. 서울지역대학 같은 학번 모임에 나갔을 때도 그들은 얼굴도 모르는 넘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는 또 한바탕 노래를 하며 춤춘다. 제발 그러지 좀 마라 라고 가서 뜯어 말릴 순 없다. 싫으면 내가 그 모임 안나가면 되니깐.

  이런 행위들은 모두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과 선배들이 모여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라는 일종의 단결심을 위한 것이겠고, 또 그것이 전혀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왜 단합을 위해 그 따위의 행동을 해야하느냔 말이다. 다른 걸 하면 안되나. 아니 또 좋아 해라. 그럼 니들 학교가서 보이지 않는데서 해라. 왜 길바닥에서 길막고서 깃발 흔들며 꿱꿱 노래부르고 춤추며 동네방네 다 여기 좀 쳐다보소 해야하느냔 말이다. 우리 연세대 생은 이렇게 단결심이 좋아요, 우리 고려대 생은 이렇게 단결심이 좋아요, 우리 기계공학과는 이렇게 단결심이 좋아요, 자랑하는거야 뭐야.

  내가 이 글에서 연세대와 고려대를 주로 언급했지만 - 어제 봤던 그 광경은 일부 연세대 학생들이었고 - 모든 대학생들이 다 마찬가지다. 연세대와 고려대에 대한 특별한 증오심이나 미움따위는 없다. 다만 그들이 더 심한건 사실이라는 것 뿐. 그리고 나 또한 그 대학 중 한 곳에 현재 적을 두고 있으니, 너 우리가 부러워서 그러지 따위의 시시껄렁한 딴지는 통하지 않는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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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도 철학과셨군요. 어쩐지 페이퍼가 심도있어서

마늘빵 2006-02-1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 경제학 쪽에서 철학으로 옮겼습니다.

가넷 2006-02-1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것도 하나요?=_=;;;

비로그인 2006-02-1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히 찔리는군요. 술 마시고 춤 춘 적은 없지만;; 도로 점거(?)는 여러번 해봤었는지라... 학생회 하면서 신입생들 환영회 한다고 기 들고 학교서부터 신촌 독수리빌딩 쪽으로 이동했던 것도 일종의 도로 점거... 맞죠? (학교 앞엔 사회대 10개의 과가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없는지라..) 아닌가... 으흠.. 아, 아주 얌전히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

생각해보니, 전 학생회였기 때문에 과에서 왕따였던 거 같군요. 사회복지학과는 성향상 기독교적 색채가 짙고, 심지어 구조조정으로 과가 폐쇄되어도 재학생은 물론이거니와 졸업생 하나 나서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정도로 학교에 대해 철저히 복종(?)하지요. 전 1학년 때부터 총학생회에 있었고, 게다가 복수전공도 사회학이었는지라, 제가 하는 이야기들을 과 동기들은 거의 과격함(!)으로 받아들였고, 과 전체적으로는 똘똘 잘 뭉쳤지만 단대 전체 행사가 있거나 그러면 얼떨결에 제가 과 대표가 되어버리는 묘한 현상을 자주 겪었지요. FM? 암튼 남녀공학의 대학들에서 자기 소개할 때 앞에 길게 구호 붙이고 학번에 자기 이름 목소리 터져라 외치는 거.. 확실히 여대다보니 할 일은 없었지만, 사회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색다르게(?) 한 번 해보자며 후배들은 안 시키고 재학생들 몇몇이 한 번 해봤었지요. 다들, 목만 아프다는 결론을 얻었던;;;;

아.. 쓰다보니 님의 글과 상관없는 내용까지 어마어마하게 길어졌군요. 놀고 즐기는 거야 물론 좋지만, 그게 남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되는데.. 특히 두 학교간의 대회(1년에 한 번 하는 거 있죠. 연고전인지 고연전인지..)시엔 정말 심각해지죠. 본인이 졸업한 학교의 학생들도 종종 기차놀이하러 참여하곤 하다 못해 우리 학교에도 그런 게 있어야 발전한다는 묘한 목소리를 내는 이도 있고, 심지어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던 모 선본은 서강대와 함께 연고전 혹은 고연전에 버금가는 축제를 만들겠다며 학벌주의를 조장하려다가 당선에 실패하고 말았던-_-;;

마늘빵 2006-02-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 / 네. 3월 되면 더 심해질거에요.
여대생님 / 아 제가 뭐라하는건 뭐 얌전하게 조용히 행렬지어 지나가는걸 뭐라는게 아니고, 꽥꽥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노래하고 춤추고 하며 주변을 어지럽히고 소란피우는 행위를 말하는거에요. 님한텐 해당사항 없어요. ^^ 그냥 학교가서 운동장에서 하든 잔디밭에서 하든 할 것이 말이에요. 꼭 밖에 나와서 그래요.
행복나침반님 / 그쵸. 3월 되면 더 심해질거 같아요. 그쪽에 또 나름 자부심있는 대학들이 좀 많아요? 저도 차라리 학교 강당에서 오티하며 바위처럼 노래부르고 거기서 술먹고 끝내는걸 권장해요. 아 저도 해병대 아찌들 더 싫어요. 항상 어느 집단이든 전부가 그런건 아니지만 유독 눈에 띄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죠. 신촌에서 논 그들도 그렇고, 나 해병대 나왔어! 군인이야! 그래서 뭐 어쩌라는건지 아주 대놓고 과시(?)하는 이들이 있어요. 저도 해병대 벩이에요.

비로그인 2006-02-2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끄럽게해서 다른이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는지 반성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