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참 길다. 간단히 줄여말하기엔 뭔가 심심하고 그렇다고 길게 다 말하기엔 숨 넘어가고. 편의상 줄여서 말하겠다. <홍반장>은 사실 그다지 재미없다고 들었다. 본 사람들의 입에 따르면. 하지만 난 <결혼은 미친짓이다> 와 <싱글즈> 이후로 엄정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사실 가수로서도 성공한 그녀이지만 - 지금은 왜 판 안내나 몰라 - 가수로서의 그녀보다는 배우로서의 그녀가 더 맘에 든다. 정말 다재다능한 그녀야. 다 뜯어고치고 무대에서 야한 동작 취해가며 후끈 달구는 그녀이지만 -하긴 뭐 스크린에서도 후끈 달구기는 마찬가지구나 - 난 그런 그녀가 좋다. 채연이나 이효리, 아이비, 미나 등의 여가수들이 음악보다 몸으로 승부하려는 전략을 쓰는 것을 비난하는 나이지만 엄정화에게만큼은 넓은 아량(?)을 베풀게 된다. 이런 불공평한 인간 같으니라고!! 라고 해도 할 말 없다. 난 엄정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으니깐. 아니 나이도 많고 자연산 미녀도 아닌 다 뜯어고친 미년데 그래도 좋다고? 그래 그래도 좋아. 이상형으로서 혹은 여자로서 좋다기보다는 인간으로서 그녀가 좋다. 니가 그녀를 만나봤어? 아니. 그래도.
<싱글즈> 와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후 배우로서의 그녀의 캐릭터는 쿨한 녀자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알거 다 알고 오히려 남자를 구워 삶아 먹으려는 그녀. 2005년 개봉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도 그러한 쿨한 매력이 발산되었고, <홍반장>에서는 노출씬은 없었지만 그녀의 쿨함은 여기서도 충분히 발휘되었다고 본다. 그녀가 맡는 역할은 대부분 지적이고 전문직업을 가진 응큼 女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가 아닌 그냥 일반 티비 프로그램에서 비춰지는 그녀의 실제 성격이나 모습과도 잘 일치된다.
* 일당 오만원. 반나절 부어가며 치과자리 알아봐 줬으니깐 복비 내놔. 12500원. 왜냐면 일당 오만원인데, 반나절이면 이만오천원. 집주인 아줌마 반, 당신 반, 그러니깐 만 이천 오백원. 복비야 복비. 이렇게 싼 복비가 어딨어.
* 이 장면은 내가 못 본거 같은데... 어디있었지? 어쨌든 홍반장은 온갖 허드렛일 마다않고 일당만 주면 다 한다.
큰 병원에 있다가 잘리고 모은 돈이 얼마 안돼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에 치과를 차린 그녀. 도시에만 살다 시골에 왔으니 적응 안되시고, 그녀를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홍반장. 이 마을 반장이다. 본명 홍두식. 어릴 때 부모님 두 분 다 여의고 마을에서 받아줘서 공동투자로 교육시키고 대학 졸업 후 3년간 이 마을 떴다가 다시 돌아온 뒤 마을 반장이 되었다. 그는 못하는 일이 없어, 중국집 배달, 페인트 칠, 인테리어 디자인, 지붕수리, 슈퍼마켓 캐쉬어, 정육점 알바 온갖 일을 다 한다. 정해진 직업 없이 일당 5만원에 무슨 일이든 하는 잡부(?).
둘이 홍반장네 집에서 술 마시다 잠들어버리고, 아침에 몰래 나오려다 아침청소하는 동네주민들에게 발각되어, 둘이 잤다는 소문이 퍼져버렸다. 헉. 안잤는데?! 같이 자긴 했지. 그런데 아무일 없이 잤지. 하지만 사실과는 달리 동네엔 이미 둘이 잤다는 소문이 다 퍼져버렸고. 난감. 뻘쭘. 이를 어째. 이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 하지만 내가 누구? 윤혜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 나중엔 결국 홍반장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리지만 말야.
그렇게 특별한 사건이나 진한 감동은 없지만 쪼물쪼물한 여러 요절복통 사건들과 일상을 비추는 영상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엄정화를 보는 재미를 빼고나면 별로인 영화이지만, 난 엄정화를 보는 맛에 괜찮게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