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영화 제목은 "Maid in Manhattan"으로 "맨하탄에서 만들어진 (사랑)" 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 싶지만 좀더 제목에서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러브 인 맨하탄"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허리우드 로맨스에는 유난히 도시의 제목이 들어가는 영화들이 많다. 아직 못 본 영화이지만 워낙 유명해 알고 있는 <라스베거스를 떠나며>만 해도 바로 머리 속에 떠올랐다. 구체적인 도시의 이름을 언급해줌으로써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랑, 진행중인 사랑의 구체성을 더하려는 것일까? 사랑은 추상적이어서는 안된다. 손잡고, 대화하고, 함께 밥먹고, 걷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의 몸짓이다. 따라서 사랑은 구체적이며, 사랑의 구체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질 경우, 이상적이고 추상적이고 두루뭉실한 무엇보다는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친밀감있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뭐 감독은 별다른 의미 없이 지어본 제목에 나 혼자 생각의 꼬리를 물고나가 나만의 향연을 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또하나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렇지만 매번 반복되고 읅어먹는 신데렐라 패턴이라할지라도 감동을 주는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지겨워도 지루하진 않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귀여운 여인>도 신데렐라였고, 이것도 신데렐라, 그리고 우리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아주 쫙쫙 우려내 이제 더 이상 나올 국물도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통한다. 신레렐라는.
한 호텔의 거 머라고 하더라? 호스피스라고 하나? 어찌되었든 호텔의 말단 거 머시기로 일하는 이 애 딸린 여인네는 곧 있을 승진시험에 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채 말단부터 시작한 그녀가 관리직에 승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일단 덤벼들고 본다. 머뭇거리지만 주변에서 그녀를 팍팍 밀어주는 이들이 있으니.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아들아? 까먹었구나. 하튼 그 아들녀석은 학교 끝나고 놀데가 없으니 엄마 직장에 와서 엄마 회사 동료들과 노는게 습관화되어있다. 그러다 만난 한 정치인. 결국 아이가 인연을 만들어주었구나.
헌데, 호스피스의 복장이 아니라 그 방에 머물고 있던 손님의 값비싼 돌체옷을 한번 입어본 것이 그와의 첫 대면이라?! 이를 어찌할꼬. 내가 무슨 돈많은 과부가 되어버렸으니.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건 언제나 진심이라고 가르치지 않더냐. 그리고 그게 어디 빗나간적이 있다더냐. 진심은 역시 통한다. 그 정치인은 당신의 외모에 처음에 반하긴 했지만 당신과의 짧은 산책길 데이트를 통해 당신의 내면에 반해버렸다.
결국 이야기는 뻔하지. 둘이 잘 연결되어 알콩달콩 잘 살더라 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그래도 앞에서 말했지만 지루하지 않다. 감동적이다.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려주는 센스와 나의 내면에 쌓여있던 감정의 찌꺼기를 배설한다. 그래서 감동적인 영화는 좋다. 나의 정서를 맑고 깨끗하게 해준다. 물론 그것을 목적으로 감동적인 영화를 챙겨보는건 아니지만 말야.
전에 봤던 영화인데 봤는지 모르고 또 봤다. 그래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