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과 강동원, 안성기 주연. 이명세 감독의 작품. 믿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스토리의 부재와 반복되는 장면으로 인한 지루함이 계속 됐다. 이전의 그의 다른 영화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지독한 사랑> 등은 제외하고라도 1999년의 대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난 그에게 반해버렸다. 그 영상의 아름다움과 개그, 배경에 잔잔히 깔리는 영화음악의 조화는 최고였다. 그래서 믿었다. 그러나 실망했다. 하나의 영화로 지나친 기대를 했던 것일까. 6년만에 내놓은 <형사>는 그나마 볼 것이 영상미였으나 그마저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계단씬을 떠오르게 하는 이미 써먹은 소재를 우려먹고 있다는 느낌 뿐이었다.

 

  드라마 <다모>와 원작을 같이 하고 있는 <형사>. 여자라고 봐도 좋을만큼의 꽃미남 강동원과 우악스럽고 엽기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평범한 일상속의 슬픔을 보여주기도 했던 다양한 연기를 구사한 하지원, 그리고 더이상 말해 입만 아픈 안성기. 세명의 톱스타들이 활약했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없는 영화는 어쩔 수 없었다. 

  <형사>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만큼의 재미였다. 이 재미에도 아름다움 영상과 딱떨어지는 배경음악,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그 속의 유머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영상만 남았을 뿐 이외의 것은 모두 사라졌다. 마치 한편의 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했다. 요즘 뮤직비디오에는 음악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와 대사도 있다. 별다른 대사와 스토리의 진행이 없는 이 영화는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가 없었다. 드라마 <다모>가 떴던 것은 지금껏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영상액션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스토리는 당연 전제조건이 되었었다. 전제조건이 사라진 영상액션은 눈만 즐겁게 했을 뿐 나의 가슴과 머리를 즐겁게 하지는 못했다. 즐거움은 모든 감각이 동원되어 빨려들 때 복합적으로 최종형성되는 결과물이다. 시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하지원. 별로였다. 앞뒤가리지 않는 막무가내 성격. 마냥 쏘아붙이고 소리만 지르는게 다였다. 칼부림 액션도 별로였다.  



* 불쌍하다. 걸죽한 사투리와 함께 연기변신을 시도했지만 그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다.

 

* 거의 대사 없이 미끈하게 잘생긴 얼굴만 들이대던 강동원. 드라마 <모래시계>의 이정재를 떠올리게 했다. 대사가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이명세 감독은 확실히 영상을 승부를 보려했다. 그리고 영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어둠과 빛의 적절한 조화속에서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대결씬. 그리고 낙옆 떨어진 계단, 함박눈 내리는 계단씬. 모두 아름다웠다.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가슴 뿌듯하게. 그가 아니면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엔지'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보여준 판잣집 사이의 가파른 계단길은 이제 지겹다. 한번도 아니고 영화 내내 계단씬이 반복되어 등장하는데 다른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일까? 좀 다른 신선한 장소를 찾아봤으면 한다. 영상이 선사하는 그 장엄미와 색의 조화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그뿐. 이 영화를 보러 갈 땐 그냥 한편의 뮤직비디오 감상한다고 생각하라. 영상만 기대하고 다른 것은 절대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그런다면 영화표값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6년을 벼룬 그의 후속작은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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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영상미 때문에 보고 싶더군요 ^^
올드보이는 괜찮았지만 금자는 실망스러운 것과 비슷한 경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날개 2005-09-1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이 영화 무지 기대하고 있는데....ㅠ.ㅠ

히피드림~ 2005-09-1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여기저기서 뮤직비디오 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려오던데... 시나리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냥 드라마 다모 작가 데려다 쓰지... 그 작가가 예전에< 허준>도 썼던 작가라고 하던데... 정말 이야기꾼기질이 다분한 듯. ^^
여튼 잘 읽구 가요.~~

마늘빵 2005-09-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그냥 영상미만을 기대하신다면 봐도 좋아요. <인정사정~>에서 보여줬던 식의 영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래두 이쁩니다.
날개님 / 기대는 금물. 그냥 편안하게 영상만 보고 오세요. ^^
펑크님 / 그러게요. 시나리오가 너무 부실하더라구요. 쩝. 감독이 직접한거 같던데. 차라리 정말 <다모>가 훨씬 나았어요.

인터라겐 2005-09-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모폐인였잖아요... 그때 다운 받아 놓을껄.. 가끔 다시 보고 싶을때가 있어요...
그나 저나 저 영화는 꼭 봐줘야하는데 큰일이네요...실망스럽다니.. 그래도 안보러 가면 아니되는데...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