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잡지는 '파워북로거 50인에게 대한민국의 서평문화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설문 결과를 종합하여 기사로 썼다. 이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일부 인용하고, 추가로 덧붙이며 신문 기사로 내보냈다. 아래 글은 잡지의 통계보다는 신문 기사의 내용과 관련하여, 서평의 질 문제보다는 어디까지를 북로거의 도덕성 논란 영역으로 볼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었다.
깨끄미 사건 이후로 파워블로거 기사가 간간히 나오고 있다. 한 출판 잡지에서는 포털에서 활동하는 잘 나간다는 '파워북로거'들을 대상으로-내가 아는 분은 알라딘과 예스24에서도 활동했던 한 분 뿐이다- 인터뷰, 전화 설문을 했는데, 50명 중 36명이 대가성 서평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고, 12명은 있다고 답했다. 열두 명 중 세 명이 서평을 쓰고 대가를 받는다, 한 명이 좋은 서평일 때만 쓰고 대가를 받는다, 한 명은 서평을 쓰지만 대가를 받지 않는다, 세 명은 무시한다, 두 명은 거절 의사를 표시한다, 기타 한 명이었다. 이때의 '대가'는 서평을 써야 할 대상 책이 아닌 원고료 등의 물질적 대가가 될 것.
다음은 이와 관련된 신문 기사 내용 일부. "한 출판사 대표는 “파워북로거가 서평을 쓰면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확실히 책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간이 나오면 공짜로 책을 보내주고 출판기념회 등이 있을 때 초대하는 등 주요 파워북로거를 ‘관리’하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출판사 직원이 파워북로거로 활동하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자사에서 나온 신간에 대한 서평을 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신문 기사와 관련하여 이야기하자면, 출판사에서 마련하는 자리는 상당수 저자 강연회나 간담회, 출판 기념회 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알라딘, 교보, 예스24 등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저자 강연회는 대부분 강연만 하지만, 강연회인지 간담회인지 대담인지 기념회인지 북콘서트인지 성격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파워북로거라고 해서 관심 있는 저자의 강연회나 간담회 등을 신청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뽑아주면 가고 안 뽑아주면 안 가면 그만. 공개 모집하지 않고 주변 분들 모아서 조촐하게 대담, 간담, 기념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엔 출판사가 평소 관심 갖고 있던 북로거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닌 한 파워북로거나 안 파워북로거나 누구나 기회가 있다면 신청이든 초청이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참석하고, 참석하지 않을 자유는 있는 것.
신문 기사에 언급한 사례 중 출판사 직원이 제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사 책에 관해 호평을 쓰는 사례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회사가 시켜서 한 것이라면 모를까,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일개 북로거로서 서평을 쓰는 것까지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만일, 직원이 자사 책에 대해 혹평을 썼다면 이는 허용할 수 있는가, 하는 반대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아마 이럴 땐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 이를 문제 삼는 논리를 끌고가면 출판사 직원은 북로거 활동을 하되, 자사 책에 대해서는 쓰지 말아라, 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하는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다. 이런 부분은 해당 북로거의 양심에 맡기면 될 일이다. 출판사 직원인 동시에 북로거인가 아닌가 하는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 거짓으로 썼느냐 아니냐인 양심의 문제인 것.
서평을 쓰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경우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많진 않아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깜짝 놀란다. 주변에 그런 분이 없는데, 활동 반경이 좁은 인터넷 서점 북로거들보다는 포털의 북로거를 대상으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또, 파워북로거라며 책을 보내달라고 출판사에 먼저 요청하는 사례를 듣긴 했지만, 이런 경우가 많은 줄은 몰랐다. 그 사례를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자신의 영향력을 내세워서 스스로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니. 간단하게 맛집 블로거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들은 돈을 내지 않고 식당에서 음식을 요구하지 않나. 출판사는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대부분 요청을 수락할 수밖에 없을 것. 애써 만든 책에 대해 그가 혹평을 하거나 딴지를 거는 식으로 책 홍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없어야 한다.
서평단에 속해 책을 받는 경우, 서평단에 속하진 않지만 출판사가 개인적으로 책을 보내주는 경우, 책을 보내주고 서평에 대가를 받는 경우, 북로거가 출판사에 책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에 관해 생각해 보자. 앞의 두 경우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뒤의 두 경우는 문제가 된다. 서평단은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그 기준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활동했던 사람의 경우 성실도가 반영되는 것 같고, 처음 신청하는 사람은 출판사 직원이나 인터넷 서점 담당자가 그의 북로그를 방문해 글(의 질)을 확인하거나,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선정하지 않나 싶다. 또, 출판사가 북로거에게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서평단과 같이 책만 받는다는 점에서 같다.
깨끄미 사건처럼 공동 구매도 아니고, 총액이 어마어마한 것도 아니지만, 10만 원 또는 그 이하를 받고 호평을 써주는 조건이나 깨끄미의 7만 원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서평은 한 번 쓰면 그만이고, 공동 구매가 아니기에 이후에 누군가가 그 글을 보고 책을 주문한다 해도 북로거에게 추가 수수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책은 얼마 하지도 않고, 특급이 아니고서야 유명 북로거가 서평을 썼다 해서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도 않을 것. 하지만, 가격이나 매출과 상관 없이 북로거가 출판사에 요청해 책을 받는 경우와 북로거가 출판사로부터 서평에 대한 대가를 제공받는 경우는 도덕성 논란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