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종각역 사이 교보문고 주변에 있다 돌아왔습니다. 24시간 촛불집회라 그런지 경찰이 어둠이 내리지 않은 시각부터 일찌감치 강경 진압을 시도했습니다. 아는 분들 만나 카페에서 차 한 잔, 빈대떡 먹으며 맥주 한 잔 하고 나왔는데, 피맛골 골목에는 이미 전경들이 잔뜩 깔려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놀다 귀가하려던 시민들은, 또 광화문역으로 향하려는, 교보문고로 향하려는 시민들은 길이 막히자 전경들에게 따졌습니다. 꿈쩍도 안하더군요. 피맛골 골목과 교보문고 사이에는 전경을, 그리고 일직선상의 도로는 이미 닭장차로 막혀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시위할게 아니면 종로엔 아예 놀러오지도 말라는 겁니다. 책사러도 오지말고. -_- 종로에 있는 모든 장사꾼들이 모여서 집단적으로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합니다.
거리로 나왔는데 이미 도로는 다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가 아니라 아예 이제는 광화문 네 거리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다 차단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교보문고 못미처에 있었지만, 이곳은 주무대는 아닌 거 같았습니다. 태평로엔가, 시청인가 하여튼 광화문으로 향하는 곳곳에서 시위대들이 한무더기씩 몰려있는 것 같았고, 다른 곳의 상황은 전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일단 이곳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차량과 아고라, 원불교, 참살이, 그리고 여러 대학 깃발 등이 보였습니다.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약 2만 정도가 이곳에 있었던거 같습니다. 종각부터 교보까지 도로와 인도, 골목 등에 퍼져있어서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이 속속 앞으로 전진하고 구호를 외치자, 즉각 물대포가 나오더군요. 물대포를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제가 그곳에 있던 시간 내내 쏘아댔는데, 잠깐 정지되었던 때가 물대포에 물이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_- 물을 다시 채우고는 쉬지 않고 퍼부어대더군요. 처음엔 한 대 였는데, 나중에 시민들이 닭장차에 밧줄을 묶어 당기니 어디서 또 한 대를 가지고 와서 양쪽에서 강력한 대포를 쏘더군요. 헬맷과 장갑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앞으로 나가 밧줄을 당기며 물대포를 맞았습니다. 나중에 다른 시민들과 교대하고 뒤로 돌아오는 모습을 봤는데, 완전 물에 빠진 생쥐(응? 명박이?)가 되었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밧줄이 꽤 길었음에도, 힘차게 오랜 시간 끌어당겼음에도 버스가 흔들기만 할뿐 끌어당겨지지 않았습니다. 밧줄을 하나 더 가지고 와서 양쪽에서 당겼음에도 끌릴 듯 끌릴 듯 하면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물대포 공격은 물론 계속 됐고요. 깃발들이 앞에 나가 그나마 물대포를 유인했습니다. 근데 집에 돌아와 오마이뉴스와 민중의소리, 한겨레를 보니 그 중 한 대가 끌어당겨진 모양입니다. 하지만, 수백명의 전경들이 방패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내리찍으며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여러 시민이 쓰러지고 방패에 찍히고 피를 흘리고 무차별적인 폭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답니다. 생중계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국회의원이고, 어린애고 할 것 없이 소화기에 맞고, 방패에 찍히고, 경찰 측에서 날아온 쉿덩이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어젠가 그제는 국회의원을 연행하고 차나 마시라고 불렀다고 하더니(이런 미튄), 또 국회의원 폭행하고 안그랬다고 발뺌하더니, 오늘은 아예 대놓고 그 지랄을 하는군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녀석들이, 국민의 머슴이란 녀석들이, 국회의원을 쥐어패고, 노인, 애 할 것 없이 무차별 연행하고 폭행하고 내리찍고, 유모차에 소화기 뿌리고 이게 지금 광화문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젠가 조선일보의 1면 제목대로 법은 죽었습니다. 이명박과 그 일당은 법을 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차량을 시작하기도 전에 도로에서 탈취하고, 음향장비 빌려준 사장님을 가택 연금하고, 조선일보에서 요청이 들어왔다고 조선일보를 사수하고 - 시민들이 요청하면 시민들 지켜줄래? - 에혀. 니들이 사설경호업체냐. 못난것들. 제복을 벗어라.
명박이가 명령해서 물대포로 시민을 죽이려들고, 명박이가 바라는대로 비는 계속 내리고, 뭐 어차피 우비를 사긴 사야겠습니다. 여지껏 아직도 안사고 버틴 것이 용했지요. 편의점에 들러 우비를 사서 입었는데, 간편하고 좋더군요. 따로 우산 안들어도 돼고. 사실 거기서 우산 들기는 매우 힘들죠. 사람들도 많고 다칠 위험도 있고. 1,500원 짜리 일회용 우비를 사긴 했는데, 앞으로 명박이가 오래도록 버틸 것이고, 장마가 시작될테니, 좋은 걸로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 우비소년은 못해도 우비총각 차림으로 열심히 나가야지. 비오는 날은 아마도 참가자가 반의 반으로 줄어들테니 항상 우비 가지고 다니며 비 오는 날만 골라서 갈까도 생각해봅니다. :) 남들 안 나올 때 나가고, 남들 나갈 땐 쉬고. 매일 나간 건 아니지만 퇴근하고 계속 쉬질 못해서 넘 피곤해, 막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미안하더군요.
새벽으로 넘어간 시간, 내일 아침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대략 저녁 8시경부터 일찌감치 물대포 맞아가며 시위했으니 점차 격렬해질 것이고, 새벽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제는 그 지역일대에 와이브로 인터넷이 두 시간 가량 불통이었다죠. 참 가지가지합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자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닌 90%의 시민들을 찍어 누르려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90%의 시민은 시민이 아니라는거죠. 이런 녀석을 어찌 대통령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겉으로는 내가 실수했다 사과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방패로 찍어누르고, 쇳덩이로 머리찍는 이 녀석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심판해야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가 심판해야죠. 우리가 올려놨으니 우리가 내려야합니다. 이건 쇠고기 문제를 떠나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입니다. 이런 녀석을 어찌 정상적인 인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월요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나온다고 합니다.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습니다. 촛불은 횃불로 자라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명박은 더 많은 단체와 더 많은 시민들로부터 버림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리로 나옵니다. 못보던 깃발들이, 못보던 단체들이 거리로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분노한거지요. 시민들이 분노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소리낸다고 목구멍을 틀어막고 숨을 끊어버린다면, 어찌되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개처럼 앉아서 당하느냐 아니면 나의 분노를 보여주느냐는 각각의 개인에게 달려있습니다.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쟤는 자기를 지지하는 줄 압니다. 촛불 좀 사그라든다 싶으면 아 이제 다 해결됐구나 생각합니다. 틈틈히 나가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내가 이렇게 당신에게 반대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줘야합니다.
부디, 이 새벽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미 발생했지만, 여기서 더 이상 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p.s. 현장에 함께 하신 푸하님, 웬디양님 든든했습니다. 라주미힌님은 홀로 남아 밤새고 계십니다. 글샘님께서는 부산에서 올라와 현장 어딘가에서 투쟁 중이십니다. 무사히 다시 뵙길 바랍니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