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사람들이,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체셔님 서재에 달리는 댓글들을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놀랐다. 야한 소재로 쓰여진 페이퍼라서가 아니라, 알라딘에 올라오는 어떤 글이건간에, 그(모든 서재인)를 즐찾하는 사람들은 새 글이 올라오면 가서 댓글을 달곤 한다. 장난도 치고, 진지한 댓글도 달고, 가지각색이다. 물론 유머성, 장난성, 염장성 댓글들 모두 놀이에 불과하다. 헌데, 일부사람들에게는 댓글이 달리는 페이퍼가 유독 야한 소재일 경우에는 문제가 되나보다.
서재주인장의 원 글과 댓글 사이에 어떤 욕망이라도 드러나있다고 보는 거 같은데, 내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다 놀이에 불과하다. 그 중 누구도 그 욕망을 오프에서 발산할 목적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구애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글과 댓글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라딘 내에서 곳곳의 서재에 댓글놀이를 해본 사람들이고, 그들은 다른 서재에서 댓글놀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문제의 서재에서도 댓글놀이를 했을 따름이다.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올려놓고 아래 댓글놀이를 하는 것과, 문제의 서재에서 댓글놀이를 하는 것이 왜 다르게 읽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말로. (이 글의 촛점은 문제 서재의 댓글이다.)
이번 논쟁에서 조심스러웠던 것은, 글을 쓰면 또 내가 체셔고양2님과 친분(?)이 있다고 하여 패거리로 몰리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치자면 워낙 오지랖 넓은 탓에 체셔고양2님의 글쓰기에 반대했던 내게 속삭이신 많은 분들과 더 친분이 많으니, 나는 이래저래 친분이 있고, 이쪽에서 보면 저쪽 패거리, 저쪽에서 보면 이쪽 패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번에 내가 반대 성격의 글을 썼다면, 또 어떤 이들은 저쪽 패거리라 딱지를 붙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느 한쪽을 편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과정상에는 애초 정해진 입장은 없다. 단지 내 생각만 존재할 뿐.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면 양쪽의 문제를 지적하면 될 것이고, 한쪽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한쪽만 지적하면 그만이다.
(사발면님과도 지난번부터 즐찾해놓고 계속 오갔는데, 기간으로 따지면 체셔고양2님이 더 오래됐겠지만, 두 분 다 내 즐찾이고, 댓글이 오간건 엄연히 사실이다. 사발면님께서 어떤 글을 쓰셨을 때는 남들에게 말하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까지도 드러냈었다. 그러니 누구랑 친분의 정도가 더 있고 말고 따지는건 무의미하다. 적어도 난 그렇게 그 분을 대했으니까. 또 하이드님에 대해서라면 두 분 보다 훨씬 먼저 알았고, 두 분 보다 오프에서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친분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친분은 무의미하다.)
논쟁에 있어서 글을 쓸 때 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곁가지를 다 친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친분이고 인맥이고 이런 거 전혀 따지지 않고, 처음으로 돌아가 왜 문제가 될까, 과연 문제가 될까, 문제가 된다면 어떤 점이 문제가 될까,를 고민해보고 글을 작성하려한다. 체셔고양2님의 어떤 면에는 못마땅한 점이 있었고, 그 부분을 함께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옹호해준 격이 되었으니, 패거리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거야 원 이제는 친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야되는가 싶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 있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데, 내 생각을 박박 짓눌러 가며 그러고 싶진 않다. 패거리로 보려면 그냥 패거리로 보더라도 할 수 없다. 내 독립된 생각을 피력할 수 밖에. 독립된 개인으로서 의견을 내놓기 위한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그가 아닌 다른 모르는 사람이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런 의견을 내놓고 싶은가, 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어떤 논쟁이 있을 때 내가 취하는 관점은 대략, '개인'과 '양심'이라고 보면 되겠다. (드팀전님께서는 '개인의 양심'이라 하셨는데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애매한 상황이 있을 때, 나는 '국가' '사회'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입장을 옹호하고, 더불어 '개인'과 '양심'을 믿는다. 내가 너무 순진한건지, 바보같은건지 모르겠다만, 나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슈말고도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항상 '개인'과 '양심'을 믿어왔다. 그러니 혹시라도 나를 패거리의 일원으로 보고싶거든, 어떤 문제에 있어서 내가 '개인'과 '양심'에서 벗어나는지를 판단해주시면 고맙겠다. 만약 이에 벗어나서 친분이 있는 특정한 누군가를 편든다면 뒤쫓아와 뒤통수를 한대 쳐주시길 바란다. 정신차리라고.
친분, 이런거 따지지 말자. 각자 독립된 생각을 내놓으면 그만이다. 몇번 이런 논쟁을 거치다보니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개 나와 비슷한 - 똑같지는 않다 - 입장을 취하시는 분이 보이는데, 그분들 역시 나와 비슷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분들 중 특정한 누군가가 친분 때문에 누군가를 편들어줄지 어떨지는 내가 알 순 없다만, '개인'을 믿으니 난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자기와 비슷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고, 나 역시 그러하다. 또 그런 분들이 나를 즐찾하는 것일게고. 물론 앞서의 몇번의 논쟁과 이번 논쟁까지 포함해서, 그때 나랑 같은 생각이었던 분들이 이후에도 항상 같은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다. 같았던 건 관점이 대략 비슷한 것일 수도 있고,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다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만 같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같지는 않다. 이러니 패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힘겹다.
다시 말하지만, 각자의 독립된 판단에 따르면 그만이다. 정치공작이니, 친분이니, 패거리니, 이런거 따지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