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공적공간일까, 사적공간일까? 지난번에도 한번 전자인간님 서재에서였나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 둘 다 맞다. 각각의 개인들은 사적공간으로 애초 블로그를 시작했을 것이니 사적공간이요, 하지만 감추어져있지 않고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공적공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사적공간으로 활용을 할 것이요, 어떤 이는 공적공간으로 볼 수도 있는데, 결국 논란의 시작은 거기에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싶다. 또 그것이 '블로그'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고. 개인이 따로 만들어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공개되어있더라도, 사적영역의 비중이 훨씬 클 것이요, 그렇지 않고 어느 특정 사이트 안에서 계정을 받아 사용한다면 공적영역의 비중이 그보다는 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자가 사적영역으로서의 성격보다 공적영역으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는 말은 아니다.
나 같은 컴맹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활용하기란 어렵고, 대개는 홈페이지를 꾸리고 싶은데 못꾸리는 사람들이 블로그에 정착하지 않나 하는 생각. 많은 이들이 뭔가 끄적이고 싶은 공간이 필요한데, 홈페이지를 꾸릴 실력(?)은 못되고, 그러니 활용하기 편한 블로그로 기어들어오는게 아닐까. 그래서 블로그 내에서 어떤 책을 읽고, 혹은 영화를 보고, 자신이 느낀 바를 조용히 서술해나가기도 해보고, 때로는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이번에 책을 몇 권 질렀어요, 이런 책을 읽고 있어요,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보세요 이쁘죠, 나는 이런 상상을 가끔 하곤 해요, 등등의 신변잡기적 글쓰기를 하는거라 생각한다. 개중에는 값비싼 카메라와 고가의 와인을 찍어 올리는게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내가 감당하기 힘든 야한 페이퍼에 후끈후끈 거릴 수도 있겠다. '쓰는 개인'은 아무렇지 않아도 '보는 개인'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못마땅할수도.
이건 나의 생활이니 허용가능하고, 이건 나의 상상이니 허용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나의 생각과 상상은 생활의 일부이므로. 다만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산물일뿐. 생활이냐 상상이냐를 따지는건 별의미가 없어보인다. 값비싼 물건을 사서 찍어 올리는건 일반적인 평균에서 볼 때 벗어나 있는 것이고, 야한 생각을 페이퍼로 작성하는 것 또한 평균에서 볼 때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굳이 평균점을 찾아야할 필요도 없다. 어떤 이들은 비싼 물건이 찍힌 사진을 보고서, 이쁘다, 아름답다를 연발하고, 어떤 이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야한 이야기에 멋지다, 솔직하다, 를 연발할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이들은 사치스럽다거나 돈많다고 자랑한다, 고 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너무 노골적이다, 낯뜨겁다, 라고 볼 수도 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야 작성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보는 이에게 달려 있는 것이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논란의 대상이 된 페이퍼나 서재주인장뿐 아니라 블로그질을 하는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말아라, 할거다, 공방을 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구나 라고 염두에 둔다면 서로를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전에 따우님과 KJ님께서 주고 받은 글처럼. 결국은 공자님 말씀처럼 되어버린건가. -_-v
p.s. 1. 논란의 페이퍼를 보니, 로그인을 안하고 쓰니 사람들이 눈치 안보고(?) 자유롭고 솔직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익명성으로 인해 다소 막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로그인하고 쓰는게 낫다고 생각.
p.s. 2. 어떤 논란에 대해 말 할 권리도, 말 하지 않을 권리도 누구에게나 있다. 자주 오가는 사람들은 그걸 볼 수 있을테고, 뜸한 사람들은 못 보고 넘어갈테고. 예전에 초창기에는 적응이 잘 안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 무슨 일이 있구나, 정도만으로 감지 했는데, 오래(?) 정착해 지내다보니 논란이 일면 상황파악이 된다. 아니 그보다 '관심'의 문제인건가. 알고 있건 모르고 있건, 누구에게나 말 할 권리도, 말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말 하지 않는다 해서 생각이 없다고 봐선 곤란하다. 인터넷 상의 이런 문제들의 결말이 언제나 뻔하지, 라고 생각해서 애써 무심하신 분들도 계시고, 적당히 할 말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p.s. 3. '2'와 관련해서. 그치만 평소에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말씀 많이 하시던 분들이 너무 조용한 것도 이건 아닌데 싶기도 하다. 사회적, 정치적인 큰 주제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애써 무심한 것도 문제가 아닐까. 인터넷상에서의 논란이 언제나 그렇지, 라는 핑계로, 혹은 지저분한 물에 발담그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자기견해를 애써 감추기보다 차라리 대놓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