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토론카페 : 반복되는 개고기 논란, 쟁점은? 
(철학자 진중권, 충북대 식품영양학 교수 안용근, 뮤지컬 배우 박소연, 환경생태연구소 박병상)



 데메트리오스님이 올리신 어느 누리꾼의 창작물을 보다 궁금해져서 지난 7월 19일 EBS 토론카페 방영분을 봤다. 어휴 분량이 한시간 이십분 정도나 되더군. 말이 한시간 이십분이지 그 시간 동안 토론하기가 꽤 힘들거다. 대개는 나올만하 논거들이 다 나오고 나면 했던 말이 다시 반복되기 마련이고, 거기에 대고 상대방은 또 답답해하며 다시 설명을 하고 반박을 할테고. 끝까지 다 봤는데 역시나다. 새로운 논의는 더이상 나오지 않고 어느 순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근거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딱 지루하지 않은 정도로 마무리됐다.

  사실 토론 패널로 참가해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토론에서도 그러한데, 전국방송으로 나가는 생방송 토론에서 발언은 엄청난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찌질이로 만들어버린 뮤지컬 배우 박소연은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그동안 읽고 들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근거삼아서 용감하게 발언했는데, 아무래도 상대가 진중권이다보니 썩 먹히지 않고, 오류와 모순점이 쉽게 드러났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이 네 명의 토론 패널 중에서 충북대 식품영양학과 안용근 교수가 제일 부실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쓴 논문을 가지고 나와서 거기에 담겨있는 통계자료에 의존해서 근거를 들고 주장을 펼치는 이 분은 너무 바라보는 세계가 작다. 같은 진영에 앉아있는 진중권이 아니었다면, 토론이 오래 못가고 끊겼을 것이다. 

  사회자를 가운데 두고 - 시청자가 바라보기에 - 왼쪽에 뮤지컬 배우 박소연과 환경생태연구원 박병상, 오른쪽에 충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안용근과 중앙대 독어독문과 교수 진중권이 앉아있었다.  크게 보면 찬반으로 나눠 앉힌건데, 토론을 가만 잘 들어보면 네 명이 각기 입장이 다 다르다. 진중권 교수는 개고기 찬성 이라기보다는 모든 동물에 대한 권리, 입장으로 다시 바라봐야한다, 는 입장이고, 안용근 교수는 개고기 합법화 하면 아무 문제 없다, 말린다고 사람들이 먹지 않을 것도 아니다, 라는 식. 이 분은 전적으로 모든 근거가 자신의 논문 통계자료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통계자료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는 - 나도 동의 - 박병상 씨는 박소연씨와 같은 입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진중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두 사람은 모든 동물을 인간중심이 아닌 동물중심으로 바라보자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배우 박소연 씨는 사실 발언은 많이 하시는데 약간 감정적이고, 근거를 이야기 할 때 보면, 자신의 오랜 고민과 사색에서 나온 근거가 아니라 자료를 읽고, 주변에서 들은, 또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공부를 한 분이 아니다 보니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도 진중권한테 금방 깨지게 되고. 그러나 충분히 자기 딴에 노력했고 열심히 발언했다.  

p.s.  트랙백 창작물에 대해. 웃대라는 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고, 누리꾼들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금방 재편집한 창작물을 만들어 OO녀로 둔갑시켜버린다. -_- 세상 무섭다. 실제 토론을 보니 그렇지도 않구만. 웃자고 만든 것일테지만 본인은 어찌되겠는가. 토론을 보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대한민국 누리꾼들 좀 심하다 싶을 때가 많다. 이런건 좀 거시기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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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9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7-29 20:5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인터넷 하는 시간은 하루 중 꽤 되는데, 그런데는 기웃거린 적이 없어서.

멜기세덱 2007-07-3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개고기 그 냄새가 너무 싫어요...ㅠㅠ;; 순대도 그렇고, 선지국, 곱창... 아 난 이런거 다 싫던데...ㅋㅋ 나 안 먹으니깐, 니네들도 먹지마!!! 이러면 안 되는거죠?

마늘빵 2007-07-30 21:32   좋아요 0 | URL
저도 개고기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_- 먹어본 적도, 냄새 맡아본 적도 없지만. 닭도 싫어요.

가넷 2007-07-3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대, 선지국, 곱창 다 맛나는 것들인데... ㅎㅎ;; 저도 즐겨먹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순대가 땡기네요...==;;

마늘빵 2007-07-30 21:33   좋아요 0 | URL
순대는 좋아하는데. 맛있겠다. 순대곱창 신림역 순대촌. 쓰읍.

다락방 2007-07-31 10:31   좋아요 0 | URL
순대국 짱!!

마늘빵 2007-07-31 10:46   좋아요 0 | URL
좋다는건가요? 전 순대국보다는 그냥 순대곱창볶음.

marr 2007-07-3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리산 골짜기 시골 마을에서 10살까지 살았습니다. 집집마다 개를 키우지 않는 집이 없었지요. 똥개. 지금 생각하면 키우는 이유는달랐지만 용도는 딱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제가 8살이었던 어느 더운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저희집 개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동네를 다 뒤져보아도 글쎄 이 놈이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그 날 따라 집안이 너무 조용하고 아버지나 어머니 표정도 좀 이상하고, 어린 동생도 누나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마치 마을 전체가 적막강산 같았다고나 할까요. 앞 동네와 저희 집이 있는 뒷 동네를 가르는 대나무 숲에서 쏴아쏴아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정말 어느 엽서나 오래된 달력에서나 볼 수 있을 그런 고요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연상되는 분위기였지요. 쓸쓸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오니 야릇한 냄새와 함께 방안에 막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처음 보는 고기국......그제야 깨달았던 겁니다. 전 지금도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우리집 똥개.

마늘빵 2007-07-31 09:33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시골에서 사신 분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만한 일을 겪으셨군요. 저는 서울 토박이인지라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만, 애지중지 이뻐하며 키우던 개가 그모냥이 되어 밥상에 오른다면 토할거 같습니다. 그참... 결국 개 또한 소나 돼지와 다르지 않았던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