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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 조직의 모든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군터 뒤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세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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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 협업 그리고 집단지성으로


 "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수의 부문으로 분할되어 특정의 노동을 수행한다. 첫 번째 사람은 철사를 잡아 늘이고,... (중략)핀을 종이로 싸는 일 역시 하나의 작업이다. 핀 제조업은 이처럼 약 18개의 독립된 조작으로 분할되고 있다. 만일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핀을 제조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루에 20개 이상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핀 공장에서는 열 명이 분업을 통해 하루 4만 8천개 이상의 핀을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4800개의 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중에서


 산업혁명.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네이버 백과사전에서)를 일컫는 말입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돋보이는 현상 바로 분업입니다. 여러 개의 작업 과정으로 나누어진 분업을 통해 인류는 극단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었고, 이는 다시 더욱 큰 조직과 체계를 요구했습니다. 분업으로 세밀하게 나누어졌던 조직은 감당하기 힘든 문제나 이루기 힘든 목표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작업 형태를 만들어 냅니다. 분업과는 반대로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산 공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협업을 통해 조직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를 통해 쌍방향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집단지성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소통과 행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어떤 개인도 집단의 능가하지 못하는 고도 조직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직보다 뛰어난)개인과 (개인을 초월한)조직의 능력이 최고조에 이른 시대입니다. 뒤집어말하면,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개인과 (개인의 능력을 오남용하는)무능한 조직의 시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인과 조직의 능력을 끌어내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수많은 이론과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또 한 권의 책이 더해졌습니다. 바로 이번에 리뷰하게 될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입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책은 개인의 무능과 집단의 어리석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개인과 조직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집단 어리석음은 모두를 미치게 한다.


 파킨슨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의 건립에 대해서 토론하는 정부 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한 안건은 에너지 효율성이나 안전 문제가 아니라 발전소 직원들의 자전거 출퇴근 문제였다" 라고 예를 든다. 실제로 여러 정부나 기관의 위원회들에서는 "중요한" 문제보다는 누구에게나 설명하기 "쉬운"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토론되고 결정된다고 지적하는 것이 바로 "파킨슨의 법칙" (Parkinson's Law of Triviality) 이다.


-http://me2.do/xq4Mlbwf 에서


 수학과 교수이자 IBM 최고기술경영자 CFO를 역임한 저자 군터 뒤크는 우선 '집단 지성'과는 정반대로 개인과 집단의 비효율적인 작동방식을 '집단 어리석음'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조직에 대한 고정 관념을 차근차근 해체해 나갑니다. 집단 어리석음의 시작은 과도한 목표 설정입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부담감으로 탈진하거나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는 기회주의자로 변모합니다. 경영진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통계에 집착하고, 자신의 잘못을 떠넘기는 꼼수를 부리며, 효율성을 외치며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경영진과 직원 모두 결국 소통에 실패하고, 집단 어리석음에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저자는 집단 어리석음의 과정을 논리적인 과정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서 우리에게 실감나게 전합니다. 저자가 수학과 교수로서 연마한 치밀한 논리와 현장 실무가로서 겪은 풍부한 경험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효율과 통계의 한계를 살펴보는 부분이었습니다. 기계처럼 최적화된 효율에 집착하다보면 결국 인간은 스트레스로 지쳐버린다는고 지적하거나, 통계를 잘못 해석하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지적이 파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저자 자신이 저명한 수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저자는 기계적인 최적화보다는 인간적인 여유를, 무미건조한 숫자보다는 울림이 있는 언어의 힘을 강조합니다. 더불어서 저자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선뜻 주장하지 못하는, 너무 평범해서 더욱 도발적인 주장으로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제 2의 미라이 공업이 되려면?


 미라이 공업()은 연간 휴가 140일, 전 직원 정규직, 명령 금지, 정년 70세, 4시 45분 퇴근, 전 직원 해외여행 등 파격적인 직원 복지를 하고도 업계 1위를 기록해서 한일 양국에 충격을 주었던 일본의 전기 설비 회사이다. ...(중략)회사가 버는 몫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어떤 아이디어든 무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직원도 사장도 만족하는 회사를 실제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1965년 창업 이래 적자 제로, 동종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연 매출 3,000억 원, 연 평균 경상이익률 15%라는 부정할 수 없는 결과로 대답한다.


-http://me2.do/G9qBnKZC dptj


 그렇다면 이러한 집단 어리석음에 대처하는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축소나 제거가 아닌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해서 구성원 전체가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분명한 비전’를 설정하는 것, 구성원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공동 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자원봉사단체형 경영법’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판에 비해서 대안이 조금 짧기는 하지만, 냉철한 분석에 걸맞는 합리적인 대안이기도 합니다. 남은 것은 '우리'가 과연 문제점을 똑바로 바라보고,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문제점에 부딪치게 됩니다. 바로 우리는 모두 다 다르며, 심지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인간은 분명 사회적 동물입니다. 태어나서부터는 부모와 형제, 자라면서는 친구와 선생님, 사회에 나와서는 동료와 선후배와 교류하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매순간 타인과 살아가면서도 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살아왔습니다. 머리로는 다양성과 소통에 공감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치솟는 화를 다스리기에 바빴습니다. 특히 불합리한 지시나 이기적인 행동 앞에서 저 자신 또한 별반 다름없는 모습으로 반응한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특히나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돌아볼 수 있는 값진 독서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허물을 깨닫는다면, 그 때가 바로 집단지성이 시작되는 위대한 탄생의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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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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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의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또라이들의 시대 - 세상에 없던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성공하는
알렉사 클레이.키라 마야 필립스 지음, 최규민 옮김 / 알프레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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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베 볼, 그는 누구인가?


 1965년 6월 22일 생, 독일 베르멜스키르첸 출신으로 쾰른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땄다. 온타리오 주 리치먼드 힐에서 밴쿠버 출신인 아내와 자식 하나가 있는 가장이다. 캐나다와 독일 국적을 다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다중 국적자다. 현재 볼 프로덕션 CEO이지만, 문제는 재능 자체가 없는 것도 아닌데 대다수의 영화를 대충 허접하게나 만들다보니 저질이고 재미도 없는 망작이나 괴작들을 양산하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감독으로 불린다. 


-http://me2.do/55VlIjbE 에서


 B급. A급에 대비되는 말로써 A급이 고급품이나 정상을 의미한다면, B급은 보통이나 비정상적인 물건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가장 자주 쓰이는 말로는 B급 영화가 있는데, 이는 A급 영화인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블록버스터와는 반대로 저예산 독립영화나 특정한 정서적 표현과 양식을 가진 비주류 영화를 의미합니다. 소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즐기던 B급 제품이나 문화들이 요즘 부쩍 주류와 동등하게 경쟁하고 사랑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함께 합리적인 소비 풍토가 확산되면서 반품·재고·전시상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반듯하고 정의로운 영웅보다 조금은 삐딱하고 인간적인 '킹스맨'이나 '데드풀' 같은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이러한 B급 정서를 잘 활용한 TV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B급 전성시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요즘입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해적, 해커, 갱스터 등 지금까지 주목 받지 못했던 비주류 경제(이 책의 원제인 'The Misfit Economy')를 분석한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알렉사 클레이와 키라 마야 필립스의『또라이들의 전성시대』입니다. 수많은 기업과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는 동안 저자들은 '사회 변화의 수천 가지 모델을 접했고 자유롭고 유연한 비주류 경제권의 힘을 확인'(책날개에서)했습니다. 2012년부터 이를 입증하기 위한 5천 건의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2013년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3천 만원의 투자를 받아 세계 곳곳의 창조적인 '또라이'들을 직접 만나 위험천만한 인터뷰를 수행했습니다. 이 책은 창의적이고 과감한 두 '또라이'가 내어놓은 독특한 결과물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책의 부제처럼 '세상에 없던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성공하는' 또라이들의 비밀을 살짝 훔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베 볼의 비밀


 이렇듯 내는 영화마다 쪽박을 참에도 우베 볼은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본인이 석유 재벌(...)이 아닌 이상 이런 망작 전문 감독을 후원해줄 사람도 흔치 않을 터인데 어째서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그의 독특한 수입 구조에서 기인한다. 그의 수입 구조는 독일 세금 감면법(tax shelter)을 역이용한다. 독일영화산업을 일으키려고 법을 제정했던, 당시 독일에서는 영화에 투자를 하면 한마디로 투자액의 절반을 정부에서 돌려받을 수 있었고, ...(중략) 따라서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투자한 투자자들로서는 영화가 망하고 적자가 나게 되면 이익이다.


-http://me2.do/55VlIjbE 에서


 "내가 해적과 갱들에게서 성공 비법을 배울 줄은 몰랐다."라는 (와튼스쿨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인)애덤 그랜트의 말처럼 책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들을 분석해서 그 핵심인 '하버드에서도 배울 수 없는 창조적이고 파괴적인 성공의 기술 5'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로 안 되는 것도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허슬, 남의 아이디어가 더 좋다면 과감하게 베끼는 복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으로 바꾸는 해킹,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것에 도전하는 도발꼭 필요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인 방향전환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위법과 편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방법들입니다. 물론 저자들이 불법을 권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도 수차례 강조하는 것처럼 그 정신과 기술만을 습득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면 되고,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 아닙니다. 마피아 조직에서 경영 이론을 뽑아낸 『마피아 경영학』, 『마피아의 실전 경영학』같은 책이나 벌써 출간된지 10년이 넘어 베스트셀러에서 고전이 되어가고 있는『블루오션 전략』, 우량 기업들이 아이디어맨들의 '역발상'을 이용하여 어떻게 혁신에 성공했는지를 담은 『역발상의 법칙』처럼 이미 비슷한 이론은 많습니다. 이런 책들과 차별화되는 『또라이들의 시대』의 강점은 바로 신선한 사례들입니다. 판매도 불법이고 사겠다는 사람도 없는 낙타유 사업을 성공시킨 청년 사업가, 범죄자들이 갱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과자 출신 사업가, 짝퉁 이베이를 오픈한 지 100일 만에 진짜 이베이에 500억 원에 팔아넘긴 독일 삼형제, 파리 지하수로를 다니며 불법으로 문화재를 복원하는 그룹 등... 현재 진행형인 또라이들의 좌충우돌 성공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사례는 우리에게 공감과 함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우베 볼의 영향


 독일 세금 감면법(tax shelter)은  결국 폐지되었다고 한다. 단지 이 우베 볼 한 명 때문에. 독일의 국가적 영화 진흥 정책이 적어도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수준의 영화예술 부흥을 이끈 정책이다. 1920년대 UFA의 지원 심지어는 나치도(프로파간다 목적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영화 자체는 꾸준히 지원했으며, 분단 후 서독과 동독 역시 각자 나름의 방법대로 영화를 예술로 존중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21세기가 다 되어서 이 한명 때문에 애꿎은 독일 내 영화 유망주들만 금전적 부담을 더 떠안게 되었다.


-http://me2.do/55VlIjbE 에서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는 주로 『스트랜드』라는 잡지를 통해서 연재되었고, 그로 인해 가히 폭발적인 판매고를 자랑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쟁사들은 앞다투어 추리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형편 없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인기를 끈 작품도 많았습니다. 브라운 신부, 구석의 노인, 손다이크 박사, 엉클 애브너, 맥스 캐러도스... 반면에 '아티리 쇼크'라는 불리우는 미국 게임기 사업의 몰락은 정반대의 경우를 보여줍니다. 아타리 쇼크란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일어난 북미 비디오 게임 산업계의 대규모 경기침체 사건을 일컫는 말로서(나무위키에서 발췌) 당시 시장 수익은 거의 97%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아타리 쇼크의 원인은 이름처럼 게임 회사의 선두 주자였던 아타리 때문입니다. 아타리는 저질의 비슷비슷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대량 출시해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이후 10년 이상 게임기 산업을 닌테도와 플레이스테이션을 앞세운 일본에게 내주어야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창의와 혁신만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의식을 화두로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또라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또라이의 뒤를 좇거나 어설프게 따라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또라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모든 역설은 정설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故남경태님의 말처럼 또라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제대로 된 다수의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가 필요합니다. 그런 사회라면 또라이를 억지로 교화시키거나, 따돌리거나, 악용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또라이를 배려하고,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서로가 승리할 때만 비로소 또라이들의 시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시대가 활짝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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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2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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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8 0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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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연장통]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중용의 연장통 - 당신을 지키고 버티게 하는 힘
신인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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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열풍이거나 허세이거나


 기현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인문학과 고전 읽기가 유행이다. 이런 현상이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할지도 모른다. '자유 학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학이란 원래 인문학을 배우고, 고전을 확정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는 인문학과 고전 읽기 붐은 대학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플라톤이 노숙자와 교도소를 파고들고, 구청의 평생교육원과 구립 도서관에서 운위되고 있다.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 p.22에서

 

 몇 년전만 해도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진짜 위기냐 엄살이냐를 가지고 논쟁도 많았습니다. 어느 사이 위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때아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부모, 직장인과 CEO가 인문학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고, 동양 고전에서 빅데이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서적들이 이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인문학 서적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지만, 어쩐지 현실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인문학을 말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사람냄새는 간 곳 없고 더욱 각박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답은 세 가지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 자체가 쓸모가 없거나, 저자가 인문학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거나, 독자들이 인문학을 잘못 읽고 있는 경우입니다. 인문학의 가치는 시간이라는 시험을 통해서 증명되었으므로, 결국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인문학이 까다롭게만 느껴집니다. 아니 계륵(鷄肋)같은 존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할 듯 합니다. 인문학을 읽자니 어렵고 힘들기만 합니다. 안 읽자니 먼가 남들에게 뒤쳐지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도 인문학 서적들은 조심스레 피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 결국 제대로 인문학 서적을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활동했던 9기 신간평가단 리뷰 도서였던『토요일 4시간』의 저자 신인철님의 신작입니다.『중용의 연장통』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전 중용을 자기계발의 관점에서 풀이한 책입니다. 중용은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사서 즉,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중 하나입니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은 책으로, 원래 예기(禮記)라는 책의 일부분었습니다. 그랬던 것을 송나라 대학자 주희가 따로 분리하여 주석을 달아 그 가치를 재조명하였습니다. 먼저 저 자신이 중용에 대하여 무지한 상태에서 책을 읽어나갔음을 고백하며, 책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중용, 읽거나 체험하거나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중용』은 (좋은 방향으로든,  안 좋은 방향으로든) 내 인생이 극적인 상황을 맞닥뜨린 순간이나, 희로애락의 감정이 지나쳐 삶이 균형을 잃으려 할 때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내 정신과 몸의 주인이 온전히 내가 되지 못하는 그런 상황들마다 어디선가 튀어나와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목수가 연장통에서 비장의 도구를 꺼내 수리하고, 연마하고, 손질하듯이 『중용』을 통해 내 삶을 다듬고, 바로잡고, 바꿔나갔다. 


-p.11, 저자의 글에서

 

 저자 신인철님은 청소년기부터 한학(漢學 )을 배웠고, 대학에서도 한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로부터 받은 중용은 그의 인생 고비고비마다 문제를 해결해준 멋지 도구였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후배들과 나누어왔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었습니다. 책은 회사 생활에서 좌충우돌하는 장윤석 대리가 중용에 능통한 신율교 차장과 함께 공부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법한 사건에 대해서 두 사람은 중용을 함께 읽으면서 차분히 이해하고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형식면에서는 중용을 순서대로 소개하지 않고, 저자의 기준에 따라 재편집해서 배치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간관계, 일상, 업무 세 부분으로 커다랗게 분류하고, 각각의 내용을 다시 망치(낡은 사고를 깨트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 톱(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자르고 삶을 정돈할 때), 드라이버(느슨해진 자신을 다잡고 싶을 때), 줄자(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앞일을 준비할 때)로 표시해서 독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털어내고, 친근하게 고전에 접근하기 위한 저자의 전략입니다. 저자의 깊은 한문 내공과 다양한 경험에 더욱 돋보이는 점은 해박한 독서량입니다. 저자는 중용만을 고집하지 않고,  성서부터 최신 경영학 이론까지 풍성한 근거를 사용해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던바의 수(Dunbar's number)였습니다. 이는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주장한 것으로, 아무리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은 150명이라는 가설입니다. 저자는 중용의 통(通)과 던바의 수를 연결하여 인간 관계의 진정한 의미와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저자의 열정, 참신한 구성, 풍성한 내용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먼가 석연찮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책과 자료를 뒤적이며 한동안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자기계발, 가볍거나 무겁거나


 마음의 밭이 맑고 깨끗해야 바야흐로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도 좋을 것이요, 그렇지 아니하면 하나의 착한 행위를 보고는 훔쳐다가 그것으로써 사리를 건지고, 하나의 착한 말을 듣고는 빌려서 써 단점을 덮어버린다. 이것은 또한 적에게 병기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 주는 것이 된다. 


-채근담에서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저는 제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고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한자 문화권에 속하며서도 고전 원문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 한문은 시험과 입시를 위한 과목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서삼경은 그렇게 제목만  암기하는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고전들을 유려한 한글로 풀어내고, 널리 알리는 작업 또한 노력에 비해 결과는 아직 미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전을 읽지 않기 때문에 문제일까요? 오히려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비록 우리가 고전을 직접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고 있습니다. 로버트 풀검의 저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고도 실천하지 않거나 알아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국 고전은 모든 독서가 그러하듯이 사회적 맥락과 실천의 문제와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개인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와 독자 모두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고전이라는 권위에 기대어 편리하게 내용을 전개하고자 하는 잔꾀를 부리지 않는 것이 저자의 자존심이라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해답을 구하려 하지 않는 것은 독자의 양심입니다. 고전을 경외하며 거리를 두는 것도 문제지만,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도 명백한 잘못입니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고전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 학자들의 의무라면, 배운 바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의 몫입니다. 과연 2016년 대한민국과 시민들에게 고전 중용은 어떤 의미일까요? 성공을 위해 챙겨먹는 영양제일까요? 힘든 하루를 버티기 위한 위한 비상약일까요? 누군가는 '천 사람의 눈에 천 명의 햄릿이 있다면 천 사람의 마음속엔 응당 천 명의 공자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여전히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답을 찾아 여행을 계속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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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2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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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1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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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 - 애덤 스미스부터 폴 크루그먼까지, 35인의 챔피언들과 240년의 경제사상사를 누비다
브누아 시마 지음, 권지현 옮김, 뱅상 코 그림, 류동민 감수 / 휴머니스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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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경제사상서


 한 고등학교 언론학 수업 교사는 다음에 제시한 학교 신문의 리드(lead, 신문제목 다음의 기사 첫문장)를 뽑아보라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베벌리 힐즈 고등학교의 교장은 다음주 목요일 전교직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로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카고 대학 학장,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


교사는 학생들이 작성한 리드를 훑어보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나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의 리드는 '다음 주 목요일 휴교'다!" 


-http://me2.do/FVvryNtu 에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글을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이러한 사실에 절망하곤 합니다. 제가 읽은 내용과 느낌을 간결하게 전하고 싶지만, 완성된 글을 보면 너저분하기만 합니다. 저는 글을 정돈하기 위해서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핵심적인 소제목을 달고, 적절한 인용문을 넣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읽는 분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나름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애써 저를 위로하며 글을 씁니다. 글을 쉽게 쓰려는 노력은 내용이 어려운 경우 더욱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풀어쓰는 것은 오직 대가만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경제학이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경제학이 사회과학 분야의 물리학이 되길 바라는 주류경제학자들은 복잡한 수식과 난해한 이론으로 우리를 당혹하게 만듭니다. 저에게 경제수학을 가르져 주셨던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본인도 최신 논문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고백하셔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성장률은 주춤하고, 실업률은 증가하고, 복지는 후퇴하고, 부채는 늘어갑니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경제와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진입장벽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험난한 등산에 지쳐 중도에 주저앉기 일쑤입니다. 난해한 경제학을 정복하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용감한 시도는 많았습니다. 이번 도전자는 신간 평가단 리뷰작의 저자 '브누아 시마'입니다. 1973년 출생한 저자는 오랜 시간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 기자로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쓴 글에 만화가 '뱅상 코'의 삽화를 더해 만들어진 책이 바로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풍자와 해학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이 책'(책 소개에서)이 평범한 우리들의 경제 고민은 얼마나 속시원히 풀어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화와 함께 보는 경제 사상사


 주류 경제학부터 대안 경제학, 최신 경제학의 다양한 조류까지 240년 경제사상사의 굵직한 핵심들을 다루면서 최신 이슈와 만화를 곁들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책은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라는 큰 길과 더불어 다양한 갈림길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오늘날까지 어떻게 뻗어왔는지 보여 준다. 240년간 경제사상사에서 35인의 경제 예언가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풍부한 영감을 줄 것이다.


-네이버 책소개에서


 책을 펼치면 독특한 구성이 먼저 독자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저자는 우선 시대와 경제학자를 묶어서 크게 3부로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19세기 경제 계급과 사회 환경으로 경제현상을 파악한 고전학파, 20세기 합리적 개인의 선택을 수학적으로 체계화 한 경제이론을 만들어낸 신고전학파, 21세기 경제 위기에 맞서 해법을 제시한 행동주의학파를 비롯한 다양한 현대의 경제학자들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 분류로 묶여진 35인의 경제학자들을 저자는 다시 그들의 삶과 이론, 실수로 나누어 간략하게 그 핵심을 전합니다. 추가적인 내용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묶어서 가독성을 높이고, 해당 경제학자를 기억하기 쉽게 인상적인 내용은 만화로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의 대표 저서를 소개하는 것으로 설명을 마치고 있습니다. 240년에 걸친 방대한 경제사를 240여 페이지로 압축해 낸 저자의 노력과 솜씨에 우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 뿐만 아니라 번역자와 감수자의 노고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특히 감수자 류동민 교수님은 꼼꼼한 각주를 통해 복잡한 경제이론들을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다 편안하게 독서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 마지막에 쓰인 감수자의 친절한 해제(解題)는 이 책을 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개한 경제학자들의 대표 저서가 제목과 발간 연도만 표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모두 단 한 권만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소개한 책 다음에는 덩그러니 많은 여백들이 남겨져 있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좀 더 많은 책을 소개하고, 저자나 감수자분이 간략하게나마 책 소개를 덧붙였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되었을 듯 합니다. 그랬다면 책이 오히려 복잡하고 산만해졌을지, 아니면 더욱 쉽고 풍성한 내용을 자랑하게 됐을지 궁금합니다.       

 


손색 없는 경제학 입문서


 이를테면 "경제학의 지금까지의 이론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기본 대원칙을 발견했다."라는 식의 논문 말이다. 하지만 그런 논문은 대개 "그 분야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전문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이 전혀 모르고 있는" 글일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모든 학문의 발전은 그 분야의 수많은 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십시일반으로 보탠 연구 결과가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를 공부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분야의 역사를 훑어보는 게 순서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p.46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기자와 편집자들은 이 책이 '쉬운' 입문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핵심'을 담을 입문서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감사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경제사상서의 고전인『세속의 철학자들(Worldly Philosophers)』을 20년간 수없이 밑줄 긋고 메모하며 정독한 까닭이 단지 쉬운 책을 쓰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저자 브누아 시마는 지난 세월 경제학자들이 이룬 '업적과 실수'를 가감없이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스스로 경제학에 대해 이해하도록 합니다. 경제학은 상대적으로 '미숙한' 학문이기에 그 가능성을 섣불리 판단하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은근한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즉, 경제학을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정밀과학으로 볼지, 아니면 정치학이나 심리학 같은 사회과학으로 규정해야 할지는 시기상조이며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학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올바른 적용이 아닐까 합니다.  


 저자와 번역자는 경제학자들의 잘못을 '실수'라고 표현했지만, '한계'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신념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앞선 세대의 산물입니다. 그들의 오류는 우연이나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라는 제한 조건 때문입니다. 책에 소개된 경제학자들은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삶을 살며 이론을 전개했지만, 그 누구도 완전하게 그 한계를 돌파하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서들이 주류로 다루고 있는 신고전학파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이론들의 강점과 약점을 두루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이 경제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이유입니다. 아니 지금도 감세와 증세, 복지와 경제성장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한 경제 입문서인지로 모르겠습니다. 보다 유연한 사고와 실용적인 방법만이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해낼 수 있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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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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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결정적 1%, 사소하지만 치명적 허점을 공략하라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 vs. 심리학: 행동 경제학의 시작


정치, 경제 좀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다.

심리학 원리로부터 사회과학의 법칙들을 이끌어낼 날이

언제가 찾아올 것이다.

 

빌프레도 파레토, 1906 

-p.19에서


 제가 학부에서 경제학에 대해 살짝 맛보기를 하고 있을 때, 경제학 제국주의(Economics Imperialism)-경제학 이론을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까지 널리 적용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다른 사회과학 학자들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 역시) 우려와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러한 우려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우(杞憂)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경제적 문제와 위기 상황에 대해서 경제학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불행이라면, 경제학자 스스로가 기존의 한계를 절감하고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의 한 분야(위키백과에서 발췌)입니다. 한때 모든 사회 현상을 비용과 이윤을 통해 설명하려던 차가운 경제학이 이제는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경제학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행동경제학은 그 시작점을 1979년으로 볼 만큼 역사가 짧기만 합니다. 그만큼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낯선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그 잠재력을 다 파악하지 못한 신대륙이기도 합니다. 저는 11기 신간 평가단 활동 때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서 행동경제학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동료로서 함께 행동경제학 분야를 탐험하고 개척해온 리차드 탈러 교수의 신작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원제는 Misbehaving)』을 통해 다시 한 번 행동경제학에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탈러 교수는 7년전 국내에서 4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넛지』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 또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그 제목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신간 평가단 리뷰 도서를 선정하면서 이 책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똑똑한 사람들도 멍청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콘 vs. 인간: 조삼모사의 시작


<http://me2.do/G5d9JIEc 에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흡사 저자의 자서전과 같이 저자의 인생 역정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짜 자서전처럼 저자의 시시콜콜한 인생사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인생과 겹쳐져 있는 행동경제학의 발달 과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저자의 인생(경험담, 동료 교수와의 일화, 기업이나 기관과의 협업...)은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로써 책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뿐입니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경제와 경제학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존재가 합리적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이콘(Eon, homo economicus의 준말)'이 아니라,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곧잘 '잘못 행동(Misbehaving)'하는 '인간(Human)'임을 강조합니다. 조삼모사()는 고사성어 속 원숭이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객관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소유 여부, 위험이나 손실, 개인의 감각에 따라서 주관적인(혹은 잘못된) 만족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특성은 마냥 비합리적이며 손실만을 초래하는 성가신 약점일까요? 


 저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기존의 경제적 접근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금지와 명령이 아닌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 이것이 바로 '넛지(nudge, 원래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이자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작 『넛지』가 행동경제학의 구체적 활용 방법을 알려준다면, 이 책은 넛지의 이론적 배경과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넛지를 읽지 않았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라면 출판 순서가 아니라 거꾸로 이 책부터 읽고 넛지를 읽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만만치 않습니다. 『넛지』가 생소한 미국의 사례와 난해한 경제학 용어들로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면, 이 책은 600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과 저자의 유머 센스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넛지 vs. 트리즈: 창의와 혁신의 시작    


화장실 거울에 찍힌 립스틱

설정: 화장실에서 호기심 많은 여고생 중 한 명이 립스틱을 바른 뒤 거울에 입술을 대 자국을 남겼다. 그런 뒤 거울에 찍힌 자신의 입술 모양을 구경했다. 이것을 본 친구들이 너도나도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에 입술 자국을 남겼다.

문제점: 립스틱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아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화가 났다. 아주머니는 선생님께 이를 알렸다. 선생님은 조회 시간에 화장실 거울에 립스틱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해결책: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간다. 학생들이 몰려오면 아주머니가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던 대걸레를 들어 거울을 북북 닦는다. 물론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더 이상 립스틱 바른 입술을 거울에 대지 않았다.

-트리즈를 이용한 문제 해결 방법, http://me2.do/5kIb8B33 에서


 행동경제학이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한 학문이지만, 그 활용법인 '넛지'는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행동경제학과는 다른 이론적 기반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개념을 주장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영 분야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작은 아이디어로 빅트렌드를 만드는 '티핑 포인트'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조직행동론의 대가인 히스 형제는『스위치』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행동설계'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뇌과학 분야에서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는 의지력이 근육처럼 훈련함으로써 강화할 수 있고 남용하면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학 쪽에서는 겐리흐 알트슐레르 박사가 20만건에 이르는 발명 사례에서 뽑은 40가지의 문제해결 방법을 묶은 트리즈(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가 대표적입니다. 비록 출발점은 달랐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과가  목적과 방법, 결과 모두 비슷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거나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런 이론과 방법론을 참고하는 것도 색다른 공부가 될 것입니다. 


 저자는 사인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선을 위한 넛지(nudge for good)'라는 문구를 적어준다고 합니다. 넛지는 도구일 뿐이기에 사용하는 이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적은 시기에 요금을 인하했다가 수요가 많아지면 요금을 인상하는 (때론 그 반대로 시행하기도 하는) 정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혹은 가격과 용량의 관계를 교묘하게 속이는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슬프게도 흔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행동 경제학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 아니 우리 모두의 공공선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심리학과 경제학만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하나의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지만, 이들 개인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사회는 더욱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납니다. 커서는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며 변화시킵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들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행동경제학이 그러한 노력의 위대한 첫걸음이 되길 기원하며 책을 덮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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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2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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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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