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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의 탄생 -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의 경제 리더십
토머스 K. 맥크로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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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그것도 경제사라니...


'국가'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독립 직후의 미국, 

두 이민자는 어떻게 미국 경제의 토대를 구축하였나?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 두 재무부장관의 생애를 통해 미국 금융이 탄생하는 역사적 현장을 만난다!


-뒤표지에서


 우스갯소리로 여자들이 싫어하는 주제는 군대와 축구이고,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는 바로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유달리 역사와 경제에 약하다보니, 경제사를 가장 싫어했습니다. 학창시절 역사는 외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창고였고, 경제는 간단한 원리로 복잡한 사고를 주문하는 까다로운 손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명사와 명저를 만나면서 조금씩 쌓여가는 지혜에 허물어져 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그 유용성을 부인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음식이나 취미같은 소소한 분야를 다룬 흥미로운 미시사 관련 책들을 통해서 조금씩 역사에 대한 재미를 붙여가는 중입니다.


 그래도 이번에 만나게 된 『미국 금융의 탄생』은 처음부터 버거운 주제이자 분량으로 다가왔습니다. 2012년 11월 타계한 퓰리처상 수상작가 토머스 K. 맥크로의 최후의 역작인 이 책은 여전히 저에게는 까다로운 주제인 '경제사'를 정면에서 다룬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민자의 신분으로  재무부장관을 맡아 재정에 관한 체제와 제도를 다루고 발전시켜 나간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이 있습니다. 역사나 경제에 식견을 갖추지 못한 저로서는 다소 낯선 인물이었고, 그래서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비록 생소하지만 미국과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두 거인의 발자취를 지금부터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닮은 듯 다른 해밀턴과 갤러틴


 해밀턴과 갤러틴은 정치적으로 적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없는 고아가 되었다.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나중에는 뉴욕 명문가의 딸과 결혼했다. 눈부신 지성의 소유자였으며, 숫자와 셈에 특히 빨랐고, 특이할 정도로 탁월한 행정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p.253에서


  미국 건국 초기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해밀턴과 갤러틴이 가졌던 공통점은 바로 그들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출신이나 배경이 미약했던 그들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았고, 금융과 행정 능력에 걸맞는 위치에 올라 그 수완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밀턴과 갤런틴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정반대라로 말해도 좋을 정도로 다른 방향으로 제각각 능력을 발휘합니다. 연방주의자로 통합을 강조했던 해밀턴은 신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합중국은행을 설립하고, 농업과 수입에 치우친 경제상황에서 2차산업인 제조업의 활성화를 꾀했습니다. 반면에 자율성을 주장했던 공화주의자인 갤러틴은 국토확장과 개발에 힘을 실었고, 공공지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을 통해 나타난 해밀턴과 갤러틴의 삶 또한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5년간의 재임기간 이후, 결투로 47세에 사망한 해밀턴의 짧았던 삶은 자신의 이상을 (비록 엄청난 시련을 이겨내야했지만)성공적으로 이룬 반면, 13년간의 재임기간 이후 88세까지 장수한 갤러틴은 빛나는 성공만큼이나 자신의 신념이 깨어지는 좌절과 실패 또한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저자가 갤러틴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듯한 착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오류와 비난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밀턴과 갤런틴이 썼던 편지와 보고서를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던 정치, 경제, 외교적 상황과 그들의 상관인 워싱턴, 제퍼슨, 애머슨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 당시 상황을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줄기는 금융이고, 그 뿌리는 신용이다.


 신용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에 놓여있다. 신용은 보다 나은 물질적 미래에 대한 믿음에 의존한다. ...(중략) 은행은 미래에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며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빌려주되,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받는다. ...(중략)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요체는 미래에 대한 강력한 심리적 지향이다. 그리고 이 지향은 자본주의 체제가 신용에 속속들이 의존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비록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여태까지 개발한 것 가운데 가장 생산적인 경제 체제임이 밝혀졌다.


-p.486~487에서

 

 이 책의 원제는 The founders and finance입니다. 번역하면 '미국의 건국자들과 그들의 재정정책'쯤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원제야말로 '미국 금융의 탄생'이라는 제목보다 더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민자의 신분으로 토지보다는 금융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려 했던 이는 해밀턴이었습니다. 반면에 갤러틴은 국토를 개발해서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려 했고, 부채감축과 예산 축소에 더 집중했습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은 금융이라는 제목으로 묶기보다는 더 큰 범위인 국가 재정 전반을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금융이 이 책에서 갖고 있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해밀턴과 갤러틴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미국)자본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금융이며, 그 금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개인간, 조직간, 국가간의 신용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는 그 근본인 신용조차 잊은 채 맹목적인 이윤추구가 세계적인 대세가 된 지 오래입니다. 바로 이 점이 아마도 저자가 건국 초기의 해밀턴과 갤러틴을 다시 이 세계에 일깨운 이유일 것입니다.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의 강점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조건이 바로 서로간의 신용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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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2-24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