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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 조직의 모든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군터 뒤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세상 / 2016년 3월
평점 :
"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수의 부문으로 분할되어 특정의 노동을 수행한다. 첫 번째 사람은 철사를 잡아 늘이고,... (중략)핀을 종이로 싸는 일 역시 하나의 작업이다. 핀 제조업은 이처럼 약 18개의 독립된 조작으로 분할되고 있다. 만일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핀을 제조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루에 20개 이상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핀 공장에서는 열 명이 분업을 통해 하루 4만 8천개 이상의 핀을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4800개의 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산업혁명.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네이버 백과사전에서)를 일컫는 말입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돋보이는 현상 바로 분업입니다. 여러 개의 작업 과정으로 나누어진 분업을 통해 인류는 극단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었고, 이는 다시 더욱 큰 조직과 체계를 요구했습니다. 분업으로 세밀하게 나누어졌던 조직은 감당하기 힘든 문제나 이루기 힘든 목표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작업 형태를 만들어 냅니다. 분업과는 반대로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산 공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협업을 통해 조직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를 통해 쌍방향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집단지성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소통과 행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어떤 개인도 집단의 능가하지 못하는 고도 조직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직보다 뛰어난)개인과 (개인을 초월한)조직의 능력이 최고조에 이른 시대입니다. 뒤집어말하면,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개인과 (개인의 능력을 오남용하는)무능한 조직의 시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인과 조직의 능력을 끌어내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수많은 이론과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또 한 권의 책이 더해졌습니다. 바로 이번에 리뷰하게 될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입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책은 개인의 무능과 집단의 어리석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개인과 조직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킨슨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의 건립에 대해서 토론하는 정부 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한 안건은 에너지 효율성이나 안전 문제가 아니라 발전소 직원들의 자전거 출퇴근 문제였다" 라고 예를 든다. 실제로 여러 정부나 기관의 위원회들에서는 "중요한" 문제보다는 누구에게나 설명하기 "쉬운"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토론되고 결정된다고 지적하는 것이 바로 "파킨슨의 법칙" (Parkinson's Law of Triviality) 이다.
-http://me2.do/xq4Mlbwf 에서
수학과 교수이자 IBM 최고기술경영자 CFO를 역임한 저자 군터 뒤크는 우선 '집단 지성'과는 정반대로 개인과 집단의 비효율적인 작동방식을 '집단 어리석음'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조직에 대한 고정 관념을 차근차근 해체해 나갑니다. 집단 어리석음의 시작은 과도한 목표 설정입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부담감으로 탈진하거나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는 기회주의자로 변모합니다. 경영진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통계에 집착하고, 자신의 잘못을 떠넘기는 꼼수를 부리며, 효율성을 외치며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경영진과 직원 모두 결국 소통에 실패하고, 집단 어리석음에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저자는 집단 어리석음의 과정을 논리적인 과정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서 우리에게 실감나게 전합니다. 저자가 수학과 교수로서 연마한 치밀한 논리와 현장 실무가로서 겪은 풍부한 경험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효율과 통계의 한계를 살펴보는 부분이었습니다. 기계처럼 최적화된 효율에 집착하다보면 결국 인간은 스트레스로 지쳐버린다는고 지적하거나, 통계를 잘못 해석하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지적이 파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저자 자신이 저명한 수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저자는 기계적인 최적화보다는 인간적인 여유를, 무미건조한 숫자보다는 울림이 있는 언어의 힘을 강조합니다. 더불어서 저자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선뜻 주장하지 못하는, 너무 평범해서 더욱 도발적인 주장으로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미라이 공업(未来工業)은 연간 휴가 140일, 전 직원 정규직, 명령 금지, 정년 70세, 4시 45분 퇴근, 전 직원 해외여행 등 파격적인 직원 복지를 하고도 업계 1위를 기록해서 한일 양국에 충격을 주었던 일본의 전기 설비 회사이다. ...(중략)회사가 버는 몫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어떤 아이디어든 무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직원도 사장도 만족하는 회사를 실제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1965년 창업 이래 적자 제로, 동종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연 매출 3,000억 원, 연 평균 경상이익률 15%라는 부정할 수 없는 결과로 대답한다.
-http://me2.do/G9qBnKZC dptj
그렇다면 이러한 집단 어리석음에 대처하는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축소나 제거가 아닌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해서 구성원 전체가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분명한 비전’를 설정하는 것, 구성원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공동 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자원봉사단체형 경영법’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판에 비해서 대안이 조금 짧기는 하지만, 냉철한 분석에 걸맞는 합리적인 대안이기도 합니다. 남은 것은 '우리'가 과연 문제점을 똑바로 바라보고,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새로운 문제점에 부딪치게 됩니다. 바로 우리는 모두 다 다르며, 심지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인간은 분명 사회적 동물입니다. 태어나서부터는 부모와 형제, 자라면서는 친구와 선생님, 사회에 나와서는 동료와 선후배와 교류하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매순간 타인과 살아가면서도 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살아왔습니다. 머리로는 다양성과 소통에 공감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치솟는 화를 다스리기에 바빴습니다. 특히 불합리한 지시나 이기적인 행동 앞에서 저 자신 또한 별반 다름없는 모습으로 반응한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독서는 특히나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돌아볼 수 있는 값진 독서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허물을 깨닫는다면, 그 때가 바로 집단지성이 시작되는 위대한 탄생의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