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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 - 애덤 스미스부터 폴 크루그먼까지, 35인의 챔피언들과 240년의 경제사상사를 누비다
브누아 시마 지음, 권지현 옮김, 뱅상 코 그림, 류동민 감수 / 휴머니스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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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경제사상서


 한 고등학교 언론학 수업 교사는 다음에 제시한 학교 신문의 리드(lead, 신문제목 다음의 기사 첫문장)를 뽑아보라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베벌리 힐즈 고등학교의 교장은 다음주 목요일 전교직원이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로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시카고 대학 학장,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


교사는 학생들이 작성한 리드를 훑어보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나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의 리드는 '다음 주 목요일 휴교'다!" 


-http://me2.do/FVvryNtu 에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글을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이러한 사실에 절망하곤 합니다. 제가 읽은 내용과 느낌을 간결하게 전하고 싶지만, 완성된 글을 보면 너저분하기만 합니다. 저는 글을 정돈하기 위해서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핵심적인 소제목을 달고, 적절한 인용문을 넣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읽는 분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나름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애써 저를 위로하며 글을 씁니다. 글을 쉽게 쓰려는 노력은 내용이 어려운 경우 더욱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풀어쓰는 것은 오직 대가만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경제학이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경제학이 사회과학 분야의 물리학이 되길 바라는 주류경제학자들은 복잡한 수식과 난해한 이론으로 우리를 당혹하게 만듭니다. 저에게 경제수학을 가르져 주셨던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본인도 최신 논문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고백하셔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성장률은 주춤하고, 실업률은 증가하고, 복지는 후퇴하고, 부채는 늘어갑니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경제와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진입장벽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험난한 등산에 지쳐 중도에 주저앉기 일쑤입니다. 난해한 경제학을 정복하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용감한 시도는 많았습니다. 이번 도전자는 신간 평가단 리뷰작의 저자 '브누아 시마'입니다. 1973년 출생한 저자는 오랜 시간 경제학을 공부하고, 경제 기자로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쓴 글에 만화가 '뱅상 코'의 삽화를 더해 만들어진 책이 바로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풍자와 해학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이 책'(책 소개에서)이 평범한 우리들의 경제 고민은 얼마나 속시원히 풀어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화와 함께 보는 경제 사상사


 주류 경제학부터 대안 경제학, 최신 경제학의 다양한 조류까지 240년 경제사상사의 굵직한 핵심들을 다루면서 최신 이슈와 만화를 곁들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책은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라는 큰 길과 더불어 다양한 갈림길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오늘날까지 어떻게 뻗어왔는지 보여 준다. 240년간 경제사상사에서 35인의 경제 예언가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풍부한 영감을 줄 것이다.


-네이버 책소개에서


 책을 펼치면 독특한 구성이 먼저 독자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저자는 우선 시대와 경제학자를 묶어서 크게 3부로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19세기 경제 계급과 사회 환경으로 경제현상을 파악한 고전학파, 20세기 합리적 개인의 선택을 수학적으로 체계화 한 경제이론을 만들어낸 신고전학파, 21세기 경제 위기에 맞서 해법을 제시한 행동주의학파를 비롯한 다양한 현대의 경제학자들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 분류로 묶여진 35인의 경제학자들을 저자는 다시 그들의 삶과 이론, 실수로 나누어 간략하게 그 핵심을 전합니다. 추가적인 내용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묶어서 가독성을 높이고, 해당 경제학자를 기억하기 쉽게 인상적인 내용은 만화로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의 대표 저서를 소개하는 것으로 설명을 마치고 있습니다. 240년에 걸친 방대한 경제사를 240여 페이지로 압축해 낸 저자의 노력과 솜씨에 우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 뿐만 아니라 번역자와 감수자의 노고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특히 감수자 류동민 교수님은 꼼꼼한 각주를 통해 복잡한 경제이론들을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다 편안하게 독서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 마지막에 쓰인 감수자의 친절한 해제(解題)는 이 책을 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개한 경제학자들의 대표 저서가 제목과 발간 연도만 표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모두 단 한 권만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소개한 책 다음에는 덩그러니 많은 여백들이 남겨져 있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좀 더 많은 책을 소개하고, 저자나 감수자분이 간략하게나마 책 소개를 덧붙였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되었을 듯 합니다. 그랬다면 책이 오히려 복잡하고 산만해졌을지, 아니면 더욱 쉽고 풍성한 내용을 자랑하게 됐을지 궁금합니다.       

 


손색 없는 경제학 입문서


 이를테면 "경제학의 지금까지의 이론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기본 대원칙을 발견했다."라는 식의 논문 말이다. 하지만 그런 논문은 대개 "그 분야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전문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이 전혀 모르고 있는" 글일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모든 학문의 발전은 그 분야의 수많은 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십시일반으로 보탠 연구 결과가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를 공부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분야의 역사를 훑어보는 게 순서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p.46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기자와 편집자들은 이 책이 '쉬운' 입문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핵심'을 담을 입문서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감사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경제사상서의 고전인『세속의 철학자들(Worldly Philosophers)』을 20년간 수없이 밑줄 긋고 메모하며 정독한 까닭이 단지 쉬운 책을 쓰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저자 브누아 시마는 지난 세월 경제학자들이 이룬 '업적과 실수'를 가감없이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스스로 경제학에 대해 이해하도록 합니다. 경제학은 상대적으로 '미숙한' 학문이기에 그 가능성을 섣불리 판단하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은근한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즉, 경제학을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정밀과학으로 볼지, 아니면 정치학이나 심리학 같은 사회과학으로 규정해야 할지는 시기상조이며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학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올바른 적용이 아닐까 합니다.  


 저자와 번역자는 경제학자들의 잘못을 '실수'라고 표현했지만, '한계'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신념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앞선 세대의 산물입니다. 그들의 오류는 우연이나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라는 제한 조건 때문입니다. 책에 소개된 경제학자들은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삶을 살며 이론을 전개했지만, 그 누구도 완전하게 그 한계를 돌파하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서들이 주류로 다루고 있는 신고전학파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이론들의 강점과 약점을 두루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이 경제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이유입니다. 아니 지금도 감세와 증세, 복지와 경제성장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한 경제 입문서인지로 모르겠습니다. 보다 유연한 사고와 실용적인 방법만이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해낼 수 있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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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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